[꽃기자] 용서의 힘은 상처보다 강하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베트남 하노이와 중부 꽝빈성 동허이 두 곳으로 떠났다. 그 중 내게 인상깊었던 곳은 라오스 국경과 인접한 조그마한 해안 도시인 '동허이'라는 곳이었다.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묘한 기운이 몸을 감싸더니 머무는 내내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이곳 사람들과 도심 곳곳이 그랬다. 동허이는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의 최남단 도시였다. 베트남의 허리 부근에 위치한 도시여서 베트남 전쟁 때 자연스럽게 군사도시로 발전했다. 오랜 전쟁, 군사적 요충지…. 수많은 포탄이 이 도시에 쏟아졌고, 그보다 더한 상...도영진 기자 2016-04-25 15:09:09
[꽃기자] 다시쓰는 7번 국도- 에필로그▲사회부 김언진 강원도에는 눈이 내리던 늦겨울의 1박 2일 여행을 조각 내어 하나씩 쓰다보니 어느새 길거리에는 분홍빛이 도는 봄이 왔다. 드디어 이번이 마지막 조각이다.우선 '다시쓰는 7번국도'를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예상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경써서 좀 더 잘 쓸걸 그랬다. 물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정말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다
하얗게 눈덮인 산을 바라보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달렸다...김유경,이슬기,김언진 기자 2016-03-25 13:45:53
[꽃기자] 다시쓰는 7번 국도 (4) 강릉/세 여자 이야기▲사회부 김언진 아침이 되자 그 어떤 인위적인 개입 없이 말 그대로 지저귀는 산새소리에 절로 눈이 떠졌다. (물론 눈만 떴고 몸은 덜 깼지만.)날이 밝았으나 방바닥은 여전히 열기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몸도 변함없이 눌러붙은 상태로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빈둥거렸다. 그렇게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바닥과 나 사이는 유경선배가 가져다준 강원도 찰옥수수에 의해 분리됐다.
샛노란 찰옥수수. 이 사이에 옥수수 알이 끼여서 한참동안 씁씁댔다.방문을 열어보니 쨍한 햇빛에 쌓인 눈은 흐물거리고 있었다....김유경,이슬기,김언진 기자 2016-03-18 13:45:31
[꽃기자] 다시쓰는 7번 국도 (3) 강릉 청학사(靑鶴寺)우리, 눈송이처럼 꽁꽁 뭉치자▲사회부 김언진 출발한 지 거의 10시간만에 최종 목적지인 '청학사'에 도착했다. 마산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380㎞가 넘는 거리를 무사히 도착한 우리에게 일단 뜨거운 박수. 짝짝짝.
절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 도착하기 전부터 무지 설렘.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우리가 묵을 방으로 들어갔다. 바닥이 절절 끓는게 완전 내 스타일.
대충 씻고 이불을 깔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눕자마자 바닥과 닿은 몸이 눌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으으, 나는 아마 평생 여기서 일어날 수 없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선배들이 누운 ...김유경,이슬기,김언진 기자 2016-03-11 14:30:21
[꽃기자] 다시쓰는 7번 국도 (2) 화진해수욕장/먹고 입고 사랑하라 ▲사회부 김언진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돌을 하나 꺼내 함께 칭칭 동여맨 뒤 보문호 저 아래로 잠시 가라앉혀놓고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선배들은 행여 내가 힘이 들까 교대로 운전을 하자고 했지만, 내 쪽에서 거절했다. 들뜬 마음 때문인지 전혀 피곤하지 않기도 했고, 이상한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주차권을 입에 물고 폭풍 후진하는 남성만이 섹시한 것은 아니다. 통행권을 입에 물고 통행료를 계산할 채비를 하는 여성도 충분히 섹시하다.
우리의 여행은 언제든 방향을...김유경,이슬기,김언진 기자 2016-03-04 15:28:45
[꽃기자] 다시쓰는 7번 국도 (1) 경주/울 준비는 되어 있다
▲사회부 김언진 나는 최근 이별을 겪었다. 내 모든 것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만큼 열렬히 사랑했고 또 사랑했지만 그와 나는 결국 헤어졌다.
우리가 어떻게 연인이 됐고,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그는 내 곁에 없고, 그와 나는 더 이상 '우리'라는 단어로 묶을 수 없다.
한 때는 그가 나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부조차 쉽게 물을 수 없게 된 지금에서야 언제든 쉽게 깨어지고 끊어질 수 있었던 연약한 인연이었음을 깨달았지만.
지금 나는 이별의 후폭풍 한가운데 있다. 고요했다가 요동치고 또 ...김유경,이슬기,김언진 기자 2016-02-23 13:22:32
[꽃보다 기자] 다시쓰는 7번 국도- 프롤로그
사회부 김언진(1989년생), 문화부 이슬기(1988년생), 방송인터넷부 김유경(1985년생).
미혼의 여기자 셋은 1박 2일의 일정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설날에.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만 했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설날에.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셀카봉은 부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즐거운 세명. 왼쪽부터 이슬기, 김언진, 김유경 꽃기자.
▲속리산 로얄호텔 219호의 '단풍결의' 명쾌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빨갛게 단풍이 물들 무렵이었다. 지난해 10월 3일에는 한국기...김언진 기자 2016-02-16 13:22:39
[꽃보다 기자] 이슬기 기자의 영국 런던편(2) 오필리어가 있는 미술관, 클럽이 되다출장에 휴가를 붙여 하루 온전히 내게 주어진 런던에서의 시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다 미술관에 가려고 마음먹었다. 런던에 많은 미술관·박물관이 있으니, 그 중에 어디를 택하느냐도 고민이 됐지만 이내 한 곳이 떠올랐다.이 곳을 택한 데에는 사연이 하나 있다. 대학 교양 수업으로 들었던 ‘서양 미술사’에서 우연히 보고, 맘에 들어했던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은 라파엘 전파인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1829~1896)의 ‘오필리어(Ophelia)’. 맞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그 오필리어를 그린 그림이다...이슬기 기자 2016-01-13 20:31:21
[꽃보다 기자] 이슬기 기자의 영국 런던 편(1)쇼팽의 부활, 조성진을 만나다'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 160년도 더 전에, 40세도 안 된 나이로 세상을 뜬 음악가다. 최근 이 쇼팽이 부활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맞다, 예상하다시피 만 21살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클래식 음반을 판매하는 풍월당에 쇼팽 콩쿨 실황 앨범을 사기 위한 줄을 서게 하고 일주일만에 5만장 전량을 팔아 팝스타 아델을 제치고 앨범판매 1위에 올랐다. 내년 2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 갈라 콘서트는 예매창구를 연 지 얼마되지 않아 전석 매...이슬기 기자 2015-12-01 13:24:44
[꽃보다 기자] 김유경기자의 스페인·포르투갈 편 (5)
제1편_방송인터넷부 김유경 기자/스페인·포르투갈 편 (5)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일주일, 그 시시콜콜한 뒷 이야기
'꽃보다 기자'라는 테마로 모두 4편의 글을 썼다. 첫회가 9월 말에 나갔으니, 개월수로 치자면 3개월이나 이어진 셈이다. 각 편마다 하나의 소재를 엄선했고, 일천한 견문으로나마 밋밋한 글에 맛깔스러움을 더해보려 노력했다.(그러나 많이 미흡했다는 거 안다. 인내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하트뿅뿅.)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좀 더 남아있긴 하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김유경 기자 2015-11-06 14:56:11
[꽃보다 기자] 김유경기자의 스페인·포르투갈 편 (4)
제1편_방송인터넷부 김유경 기자/스페인·포르투갈 편
(4)포르투갈 바다에 파도가 치면 파두(Fado)를 불러요
아직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해 여름. 내가 한 첫경험을. 때는 1993년이었다. 그 곳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다소 습했으며 동굴처럼 서늘했다. 나는 손발을 더듬거리며 안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 멀리서부터 거대한 빛이 얼굴에 들이쳤다. 큰 물결 같고,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빛. 뭔가 굉장한 것이 내 앞에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몹시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은 마구 설레었다. 대...김유경 기자 2015-10-30 14:27:15
[꽃보다 기자] 김유경기자의 스페인·포르투갈 편 (3) 바보야. 네가 그림을 보는 게 아니야, 그림이 너를 보는 거지
제1편_방송인터넷부 김유경 기자/스페인·포르투갈 편
(3)바보야. 네가 그림을 보는 게 아니야, 그림이 너를 보는 거지
별다른 이의가 없다면, 이번 편의 시작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우리집 가족사로 꾸며보고자 한다. 살다보면 부모님에 관한 질문, 즉 일종의 호구조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종종 있다. '유경아. 너네 부모님은 뭐하시니?'(새 학년에 올라가면 짝이 된 동급생이 묻는다.) '김 기자. 부친이 공직에 계신가?'(나이 지긋한 취재원들이 곧잘 물어오는 방식이다.) '부모님께선 어떤 일을 하시...김유경 기자 2015-10-22 13:18:33
[꽃보다 기자] 김유경기자의 스페인·포르투갈 편 (2)올리브!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제1편_방송인터넷부 김유경 기자/스페인·포르투갈 편 (2) 올리브!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성(聖)스러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창세기와 욥기, 시편, 로마서 등에 대해. 그렇다. 성경 이야기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노아'가 살았다. 대홍수로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봉착하자 그는 고심 끝에 탁월한 궁리를 낸다. 노아는 엄청나게 큰 배를 만들어 동물들을 태워 홍수를 피했고 그로 인해 인류의 타락에서 세상 만물을 구한 절세의 영웅이 됐다.
홍수가 멈춘 후, 물이 얼마나 빠...김유경 기자 2015-10-06 14:45:02
[꽃보다 기자] 김유경기자의 스페인·포르투갈 편 (1)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만 있으라는 법 있나. 여기 경남 아니, 대한민국 벗어나 멀리 떠난 꽃다운 기자들이 있다. 직업 특성상 1년에 한두번은 해외취재를 나가는 이 축복받은(?) 직군에 속한 사람들. 그들은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들었고 마셨고 먹었고 느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토록 넓어지고 깊어진 견문을 지면에 실을 수는 없었다.
파리 에펠탑에서 얼마나 잘 생긴 남자를 보고 감탄해 마지 않았는지, 베를린 장벽 앞에서 어떤 감격에 젖었는지, 루앙프라방 거리의 바게뜨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이제 그런 깨알같...김유경 기자 2015-09-25 11: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