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10) 하동 탑리 삼층석탑묻지 마라, 내 서러운 풍찬노숙의 세월
묻지 마라 내 설운 풍찬 노숙의 세월
탑신은 탑신대로 기단은 기단대로
고단한 장꾼의 역마살은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 내 선 곳은 한 평 땅과 옹색한 하늘
그래도 난 알고 있다 부산했던 섬진나루
화개골 그 흥망의 사연을 누가 있어 들려주랴
화개장터가 있는 곳은 화개면 탑리이다. 탑리라 부른 것은 통일신라 말 혹은 고려 초기 때부터 있던 삼층석탑 때...2019-09-02 20:45:28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9) 의령보천사지 삼층석탑탑은 고려의 별들과 놀고 있었다
절터에 흩어진 기와는 말한다
이름은 숭엄사(嵩嚴寺), 봉림산문(鳳林山門)의 말사(末寺)
해질녘
고려 노을이
산 그림자 끌고 온다
때로는 기와 하나가 역사책 한 권이 되기도 한다. 이 폐사지의 경우, 기왓장 하나로 단절된 역사를 이었다. 2018년 의령군에서는 석탑 사지를 조사했는데, 흩어져 있는 기와에서 축조연대와 사찰 명을 알려주는 명문을 발견한...2019-08-26 20:47:38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8) 원주 흥법사지 삼층석탑탑이 있는 곳에 절이 있었다
탑이 있는 곳에 절이 있었다
이윽고 산 그림자 인적 지우고 나면
오롯한 석탑 하나로
적멸의 밤을 건넌다
우리나라의 고탑 대부분은 사라진 절터에 있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있는 흥법사지 3층 석탑 역시 예전의 절터를 지키고 있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 비의 받침돌과 머릿돌만 남아 있는 진공대사탑비와 함께 있어 덜 외로운 것이 다행이다. 주변...2019-08-19 20:54:42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7) 창경궁 팔각 칠층석탑네게선 외로운 타관의 냄새가 난다
네게선 외로운 타관의 냄새가 난다
코끼리 숨결 배인 낯익은 남방의 탑신
어디서 어떤 연류로 이곳까지 왔느냐?
아서라, 묻지 마라 퇴락한 이씨 왕가에
기꺼이 뼈를 묻는 문지기가 될 일이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여도 벌써 백년이 지났다
낯익다. 우리 것이라서 낯익은 게 아니라 동남아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본 탑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14...2019-08-12 20:58:14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6) 월출산 용암사지 3층 석탑호남정맥 여는 달은 혼자 봐도 좋다네
기억해도 좋지만
잊혀지면 더 좋다네
호남정맥 여는 달은
어김없이 뜰 것이니
여럿이
봐도 좋지만
혼자서는 더 좋다네
영암 월출산은 호남의 소금강산이라 불린다. 그만큼 기암괴석이 많고, 봉우리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이 있다. 언젠가 이곳에서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을 보며 돌아올 시간을 놓친 적도 있다. 일행과 함께 보아도 ...2019-08-05 21:33:20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5) 밀양 만어사 삼층석탑오늘도 기다리네, 아득히 밀려올 포말의 아우성
바다로 가지 못한 고기떼의 주검들
산이 부서지고 하늘이 기우는 날
통곡의 빛줄기 따라
나는 돌아가리니
기원이 간절하면 전설도 깨어날까
만어사 석탑은 오늘도 기다린다
아득히 밀려들어 올
남해 포말泡沫의 아우성
만어사(萬魚寺)는 절보다 너덜겅이 더 유명하다. 만어(萬魚)라는 이름대로 수많은 크고 작은 검은 너덜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 너덜겅 위에 작은 암자가 들어섰고, 지금은 ...2019-07-30 07:55:23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4) 창녕 술정리 동삼층석탑서라벌 작은 집 구경
아침엔 서탑(西塔)과 놀고, 저녁엔 원효(元曉)와 논다
낙동강 물안개는 화왕산을 오르고
화왕산 진눈개비는
옥개석에 내린다
경주가 멀다면 창녕에 가면 된다
진흥왕 척경비와 석빙고도 있으니
서라벌 작은 집 구경
쏠쏠하지 않은가
창녕 술정리엔 동삼층석탑(국보제34호)과 서삼층석탑(보물 제520호)이 있다. 동탑은 국보인데 서탑은 보물이라 ...2019-07-22 21:01:57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3) 양산 통도사 봉발탑밥그릇을 닮은 탑... 아하, 이제 보니 부처도 사람이셨군
아하, 이제 보니 석가모니도 사람이셨군
밥공양에 남루 걸치고 급히 뒷간도 가는,
배고픈 젊은 스님들
줄 지어 공양 간다
밥그릇 닮은 탑이 이채롭다. 이 통도사 봉발탑(보물 제471호)은 석가모니의 발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석조물인데 이런 모양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것이다. 결국 부처님도 중생처럼 발우공양 시간이 중요했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탑...2019-07-15 20:49:29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2) 인제 봉정암 5층 석탑구름은 태산을 품고 산은 세상 품었는데
허위허위 설악 하고도 소청봉 올랐으니
암자만 보지 말고 석탑도 보고 가자
구름은 태산을 품고
산은 세상 품었는데
옛일 다 잊었다 하나 왕조마저 잊었으랴
거룩한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곳에
풍진에 마모된 역사
고려 숨결 깃들다
허위허위 소청봉 아래 해발 1244m 높이의 봉정암 오른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법사(慈藏法師)가 당나라...2019-07-08 21:14:34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1) 산청 법계사 삼층석탑바윗돌 기단 삼아 천년을 버텨온 탑
산청 법계사 삼층석탑. /손묵광 사진작가/
바윗돌 기단 삼아
천년을 버텨온 탑
운평선雲平線 바다에 닿자
섬들이 걸어온다
지리산
거기에 두고
탑 하나 떠메고 왔다
지리산 좀 올랐다 자랑해도 정작 법계사 석탑(보물 제473호) 보지 못한 이는 많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잠시 호흡 고르고 곧바로 천왕봉 향해 출발하기 때문이다. 탑 구경은 새벽 여명이 ...2019-07-01 22:02:46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천년의 얼 깃든 석탑, 사진과 시조로 전합니다(프롤로그)지역서 활동 중인 손묵광 사진작가·이달균 시조시인본지는 7월부터 지면 개편에 따라 특집기획으로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을 주1회(화요일), 연간 50회분을 연재한다. 이 기획물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손묵광 사진작가의 사진에 이달균 시조시인이 시조를 입혔다.
이번 기획에 앞서 지난달 10일 기자는 손묵광, 이달균 두 작가와 함께 의령군 의령읍 하리에 있는 보천사지 삼층석탑(보물 제373호)을 찾았다. 절터는 없어진 지 오래고 풀만 무성한 곳에 석탑은 저 홀로 외로이 서 있다. 이 폐사지는 고려 현종 2년에 건립된 ‘숭엄사’로 밝혀졌기에 그동안 불리어 온 ‘보천사...김호철 기자 2019-06-24 21: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