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가려서 해도 존경받을 수 있다- 정철영(창원시 진해구청장)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을 부르는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와 같다(口舌者 禍患之問 滅身之斧也·구설자 화환지문 멸신지부야)’명심보감 언어편에 나오는 구절로, 중국 한나라 때 군평(君平)이 한 말이다. 비록 잘못 사용된 사례이기는 해도 연산군이 폭정을 바로잡고자 바른 말을 하기 시작한 충성스런 신하들에게 오히려 이 글을 새긴 패를 가슴에 차고 다니게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한마디 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서양속담이나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말조심은 동서양을 막론...2016-06-07 07:00:00
한 나무의 주검- 강맑실(사계절출판사 대표)
어느 날 메일로 충격적인 사진 몇 장이 날아왔다. 비계 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사이사이로 새까맣게 타들어가 죽은 거대한 시체 한 구가 보였다. 수많은 팔이 잘린 온몸 이곳저곳에 이불 홑청처럼 큰 붕대가 친친 감겨 있었다. 붕대는 대부분 풀려 바람에 나부끼고 시체가 흘린 새까만 피로 뒤범벅된 지 오래인 듯했다. 거대한 몸 곳곳에는 링거 줄 몇 개가 무심히 엉켜 있었다. 곡절 많은 세월을, 고단한 역사를 묵묵히 견뎌왔을 그 몸은 비록 팔들이 모두 잘려나갔지만 꿈틀대듯 솟아오른 몸통의 근육들 속에 금방이라도 용트림...2016-06-03 07:00:00
장애인복지제도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인가- 황미화(위드에이블 시설장)
지인을 통해 전해들은 50대 중반 시각장애인 이야기이다. 그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모 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초임교사였다. 성격도 활달하고 사교적이어서 학교생활도 원만했고 친구관계도 좋았다.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리며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며 여가와 취미생활을 즐겼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하고 가끔은 교외의 산과 들로 나가서 자연을 즐기기도 했다. 평소 열심히 교사생활에 전념하고 틈틈이 젊음과 낭만을 즐기는 평범한 젊은이로 특별히 아쉬울 것이 없는 생활이...2016-05-31 07:00:00
제7차 당대회를 통해 본 북한의 대외정책-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지난 5월 6~9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했다. 36년 만에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국내외의 관심이 컸다. 북한은 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국제사회는 실패를 기대했다. 해외의 고위급 축하사절단의 방북이 없었다는 점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한다. 120명의 외신 기자들이 방북한 것은 북한 노력의 결실이다. 최고의 정치행사이며 축제의 장에 북한과 국제사회가 대립하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다.제7차 당대회의 주제어는 핵, 당, 김정은으로 요약된다....2016-05-27 07:00:00
가족 공동체의 회복이 절실하다 - 하봉준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우리 사회가 왜 이다지도 살기 힘들고 각박해졌을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투성이고 스트레스로 힘들어한다. 주변에서 우울증과 화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발견하는 것도 다반사다. 인간이 아무리 생존능력이 뛰어나고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강하다 해도 한계가 있다. 삶의 투쟁에 지친 이들은 안분자족으로 기대수준을 한없이 낮추고, 혼자만의 고립된 생활로 도피해 보기도 하지만, 급기야 삶을 포기하는 이들마저 생길 수밖에 없다. 행복지수 세계 최저, 자살률 세계 최고.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이다. 탈출구를 찾지 못한 고립...2016-05-24 07:00:00
국어기본법 헌법소원 사건- 정영길(원광대 교수)
한자를 섞어 쓸 것인가 한글로만 표기할 것이냐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국어기본법 위헌 확인 헌법소원 공개 변론이 있었다. 국어기본법의 한글로만 표기해야 한다는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따지는 자리였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정규 교과서나 공문서는 한자를 섞어 쓸 수 없고 모두 한글로만 써야 한다. 이 조항이 어문 생활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관련단체에서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가 출석하였는데, 그는 한자와 한글이 배타...2016-05-20 07:00:00
도민의 사랑을 받는 ‘경남도민체전’으로- 이강헌(창원대 체육학과 교수)
제55회 경남도민체육대회가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도내 18개 시·군에서 1만100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한 가운데 양산시에서 열렸다. 창원시와 함안군이 시부와 군부에서 각각 8연패를 한 가운데 폐막됐으며 어느 대회보다도 질서 있는 체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경남도민체전은 1962년 부산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양산대회까지 55년을 이어왔으며 그동안 3개 대회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개최돼 왔다. 도민체전은 경남체육의 발전과 도민화합을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도민화합과 경기력 향상에 많은 ...2016-05-17 07:00:00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전기가 발명되고 나온 초기 전구들은 실사용에 문제가 많았다. 최적의 전구 필라멘트와 내부 기체를 찾아낸 토마스 에디슨은 그래서 백열전구의 발명자라고 불린다. 에디슨 전기회사를 병합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가전으로 출발해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 됐다. GE는 20세기 온갖 혁신의 대명사였지만 한때 거센 기업 간 경쟁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의 위기도 맞았다. 잭 웰치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이를 해결하고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얘기는 현대판 영웅담으로 회자된다.그런 GE의 가전사업부를 중국...2016-05-13 07:00:00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적 개최를 기대하며- 박승규(부산예술대학교 연극과 겸임교수)
올해로 28회째를 맞이한 ‘거창국제연극제’가 개최 운영권 다툼에 파행 위기로 치달아 급기야는 거창군에서 축제 개최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연극제 운영을 놓고 상생을 해도 모자랄 판에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또 거창국제연극제 운영위원회 거기다 신임 거창군수까지 뒤섞여 소통은 없고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는 꼴이다.해마다 여름이면 ‘자연, 연극, 인간이 하나 되는’ 축제를 지향해 온 거창국제연극제는 수승대라는 천혜의 경관과 더불어 연극...2016-05-10 07:00:00
소통은 문제 해결의 시발점
도시국가로 출발한 로마는 아피아가도를 필두로 도로를 개설하면서 천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반면, 만리장성을 쌓은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한 지 불과 15년 만에 한나라 유방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고대 로마와 진나라를 빗대어 유래된 것은 아니지만 ‘길을 뚫는 자 흥하고, 성을 쌓는 자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여기서 길은 소통을, 성은 단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는 바로 소통과 공감이다. 얼마 전 끝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도 소통이 가장 크...2016-05-03 07:00:00
20대 국회에 통일외교안보 전문가가 없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전쟁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위협 장기화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통일의 길은 더더욱 아득해 보인다. 한반도의 분단은 70년을 넘어섰다. 세계전쟁의 피해국가이면서 동족상잔을 겪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다.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면서 지상과제이다. 그런데 지상과제 해결에 도움을 줄 20대 국회에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국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2016-04-29 07:00:00
우리의 삶과 정치- 황미화(위드에이블 원장)
“그리스도인은 정치의 세계에서 공동선을 위해 일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합니다.” 어떤 종교모임에서 한 남성이 “정의로운 사회와 신앙 사이의 연결 고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프란체스코 교황의 답변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알고 있었던 ‘종교는 정치와 분리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과는 사뭇 달랐지만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라고 생각되었다.우리사회를 휘몰아쳤던 정치태풍 4·13 총선이 그야말로 쏜...2016-04-26 07:00:00
인문정신과 지식재산- 정영길(원광대 교수)
인문학의 고갱이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 공부’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로 요약된다. 인문(人文)은 글자 그대로 사람을 위한 사람의 공부다. 학교 앞에 흔히 새겨둔 ‘먼저 사람이 되자’라는 표어도 인문학 공부를 하자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옛 사람들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문학, 사학, 철학을 배워야 한다고 믿었다. 범박하게 규정하면 문학은 현재를, 사학은 과거를, 철학은 미래를 가늠한다고 볼 수 있다.문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2016-04-22 07:00:00
희망 한국, 젊은이가 우선이다- 하봉준(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4·19혁명은 기존 체제의 암담함을 타파하고자 젊은 학생들이 앞장섰고 그들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 이뤄졌다. 이해타산을 떠나 젊음의 순수함으로 무장한 용기가 철옹성 같았던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됐다. 기성세대들이 기득권 유지와 권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할 때, 젊은 학생들이 이 땅의 정의를 외치면서 분연히 일어났던 것이다. 최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참패한 것은 새누리당 지지층인 고연령층의 이탈과 함께 20~30대 젊은층의 보...2016-04-19 07:00:00
선거 예측의 신호와 잡음- 박형주(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얼마 전에 미국에 갔다가 여러 방송에서 단골로 나오는 얼굴을 보고 ‘아 미국도 선거철이구나’하고 문득 깨달았다. 영화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닌 이 사람, 네이트 실버는 빅데이터 방식으로 선거예측을 귀신같이 해내서 유명해진 사람이니까.원래 실버는 야구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 직업이었다. 야구는 통계의 경기라는 속설도 있듯이 각종 통계에 입각해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한 스포츠여서 이런 분석이 통하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같은 방식으로 선거예측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다가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2...2016-04-15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