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MOOC)가 ‘거꾸로 교실’을 만날 때-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교육부는 지난달 10개 대학의 27개 강좌를 선정해 이르면 오는 9월 한국형 무크(K-MOOC)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되면 일반인들도 국내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한국형 무크를 도입하게 된 데는 대학이 가진 우수한 강의 콘텐츠를 일반 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하여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 불고 있는 무크(MOOC) 열풍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무크는 대중을 상대로 한 웹 기반의 온라인 ...2015-05-12 07:00:00
귀농·귀촌 활성화와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박경훈(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요즘 귀농·귀촌은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40~5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마치 유행어처럼 흔히 듣는 얘기가 되고 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도시의 높은 집값과 비싼 생활비로 힘들어진 가정형편을 해결하거나,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서가 대부분일 것이다. 최근에는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에서 귀농을 선택하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학기 한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외삼촌이 계시는 시골로 가서 농업으로 성공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남기면서 자퇴신청을 하던 모습이 새삼 떠오...2015-05-07 07:00:00
근로자의 날과 노동의 종말- 윤재웅(동국대 교수 문학평론가)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메이데이로 불리는 국제노동절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된 이 기념일은 정부나 사용자 측에서 각종 포상과 유급휴무를 후원하게 되어 있어 근로자들에겐 특별한 휴일이다. 그러나 대학에선 메이데이가 실감나지 않는다. 강의는 평소대로 이루어지고 구성원들은 특별한 기념행사 대신 하루쯤 대체 휴일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다. 메이데이는 오히려 미래의 근로자가 될 학생들을 걱정하는 날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세계적인 고민거리 아닌가. 이들 대다수가 대졸자들이라는 점에서 ...2015-04-30 07:00:00
트루먼과 트루먼- 김지율(시인)
어떤 영화는 쉽게 잊히지만 어떤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끝없는 질문을 만든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가짜’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는 24시간 생방송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그의 탄생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시청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도 배우이고 5000대의 몰래 카메라가 설치된 도시 전체가 스튜디오다.무려 30년 동안 주인공에게 가해진 미디어의 폭력은 놀라움을 넘어 절대 악처럼 한 인간의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더 나아가 주인공의 인생 자체...2015-04-28 07:00:00
선별적 복지보다 선별적 증세를- 정양(우석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시인)
월사금, 사친회비, 육성회비, 기성회비 등은 초·중·고 수업료의 변해 온 이름들이다. 6·25전쟁을 전후해서 초·중·고에 다녔던 사람들은 월사금이나 사친회비 등을 제때 내지 못해서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을 많이 겪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시험시간 중에 서무과 직원이 교실에 들이닥쳐 월사금이나 사친회비 안 낸 학생들을 일일이 호명해 교실 밖으로 내몰기도 했다.내쫓긴 학생들은 울고 싶을 때 뺨 맞은 격으로 답답한 학교를 벗어나 들로 산으로 신바람나게 먹거리를 찾아다니며 궂은 짓을 하기도 했고 어떤 아이들은 슬금...2015-04-23 07:00:00
6·25전쟁 개전 65주년을 맞으며- 이종판(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아태연구센터 연구위원)
6·25개전 65년이 되는 해다. 20살 나이에 전쟁에 나갔던 청년은 전쟁의 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3년에 걸친 동족상잔의 전화(戰禍)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전투병력 손실만 해도 유엔군이 한국군을 포함해 18만명이 생명을 잃었고, 공산군 측은 북한군 52만명, 중공군 90만명의 병력을 잃었다. 전쟁기간 중 대한민국의 경우 99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남한지역을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안 인민재판 등 무자비한 방법에 ...2015-04-21 07:00:00
이념 양극화에 대한 오해- 김욱(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한국 정치를 부정적으로 특징짓는 대표적인 표현은 지역주의와 이념 양극화일 것이다. 지역주의의 병폐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념 양극화 현상은 적지 않은 오해와 혼란이 있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진보 간 이념 갈등이 중요해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이념 갈등이 부상하면서 지역 갈등이 한국 정치에서 누리던 독점적 영향력이 완화돼 초창기의 이념 갈등은 오히려 긍정적 시각에서 해석됐다. 그런데 최근 이념 갈등이 이념 양극화 현상으로 표현되면서, 지역주의에 버금가는 한국 정치의 병폐로 묘사된다.먼...2015-04-16 07:00:00
열정과 노동 사이- 고증식(시인)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열정’과 ‘패기’라는 단어를 청년을 대변하는 말로 생각해왔다. 그 속에는 어떠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젊음을 무기로 극복하라는 북돋움의 의미도 함께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청년들의 그 순수한 열정을 담보로 그들의 신성한 노동력을 착취해온 기업들의 사례가 속속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른바 ‘열정 페이’가 그것이다.일반적으로 ‘열정 페이’란 쉽게 경험하기 힘든 국가기관, 국제기구 등에 근무하는 인턴이나 인권단체 또는 사회적 기업에서 봉사하기를 희망하...2015-04-14 07:00:00
인간성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 공동체 만들기- 박경훈(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 1월 제정돼 7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서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개인과 집단의 이익, 편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오로지 승자만이 인정받는 경쟁중심의 사회에서 점차 상실돼 가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와 갈등을 치유하는 데 인성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반드시 ...2015-04-09 07:00:00
미더덕보다 오만둥이 즐겨 먹은 데는 이런 이유 있었다미더덕, 오만둥이에 대한 기록- 박태성(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미더덕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는 ≪자산어보 玆山魚譜≫(1814년)에 한자어로 ‘음충(淫蟲)’, 속어로 ‘오만동(五萬童)’이라 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 훨씬 이전부터 존재한 생물이겠지만 기록된 것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오만동은 엄밀히 말하면 미더덕이라 할 수 없다. 미더덕과 오만동, 즉 오만둥이와는 서로 다르다. 요즈음 일반적인 명칭의 미더덕은 참미더덕을 말하는 것이고 자산어보에서 말하는 오만동(오만둥이)는 돌미더덕이라고 한다. 돌미더덕은 생긴 모양이 돌덩이와 같이 생겨서 붙은 이름이며 오만둥이라는 ...2015-04-07 07:00:00
걷는 즐거움- 윤재웅(동국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지난 주말 걷기대회에 참가하고 왔다.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다. 처음엔 ‘걷기대회도 있나?’ 하면서 의아해했으나 직접 참가해 보니 금세 그 취지에 공감하게 됐다. 바쁘게 살지만 말고 건강을 돌보면서 좀 쉬라는 뜻 아니던가.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진노랑빛 흐드러진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게 걷는 사람들…. 모든 게 도시의 일상과 다른 시간이었다.걸으면서 나는 무얼 했나 되짚어 보았다. 햇살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내 몸의 피부 세포들이 태양풍을 향해 일제히 돛을 펴는 걸, 그리고 햇살은 나만...2015-04-02 07:00:00
여보게 속물! 배부른 돼지로 허덕이다 죽을텐가?-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경남장애인전환지원센터장)
연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제프 딕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는 칼럼이 떴다. 그중 일부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낮아졌다. (중략) 공기정화기가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됐고, 원자는 쪼갤 수 있어도 편견은 부수지 못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 건너 이웃을 만나기는 힘들어졌다.”
대저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는 보지도 않고 짖는 개처럼 속된 인간들 때문이다(왕부. ‘잠부론’)”하여 미국의 인터넷 과학뉴스 전문 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는 인간의 가장 파괴적인 행동 10가지(뒷담화하기, 도박, 거짓말...2015-03-31 07:00:00
희망고문- 정양(우석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시인)
1930년대에 발표된 홍명희의 미완의 명저 <임꺽정>에는 최영 장군의 사당에 관련된 사연과 거기 송악산 자락에서 펼쳐지는 축제 장면이 홍명희 특유의 된장 냄새 묻은 필치로 자상하게 서술돼 있다. 통나무 모닥불에 통돼지를 굽고 거기 모인 이들이 그 통돼지구이를 몇 점씩 다투어 뜯어먹으면서 씨름도 하고 그네도 뛰고 제기차기도 윷놀이도 한다.
그렇게 뜯어먹는 통돼지구이를 사람들은 성계육이라고들 했다. 이성계가 돼지띠여서 그렇게 통돼지구이를 만들었단다. 이성계가 닭띠나 개띠였다면 통닭구이나 통개구...2015-03-26 07:00:00
실신한 청년에게-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돈가스나 스시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음식이 라멘이다. 이제는 북쪽의 홋카이도에서부터 남쪽의 규슈 지역에 이르기까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라멘이 있고,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는 라멘 박물관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라멘이 일본에서 최근까지 지속된 장기 불황의 산물이라는 설이 있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꺼진 1990년대 초 이후 최근의 우리나라처럼 청년실업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것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마땅한 일자리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은 작은 자...2015-03-24 07:00:00
지방에 정치가 있다- 김욱(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지방선거 결과가 중앙정치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거나 혹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다는 말은 현시대 한국정치와 선거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지방자치의 척박한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는 교훈적인 측면에서는 가치가 있으나,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는 중앙보다는 지방에 정치가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정치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지방선거 결과의 해석에 있어서 문제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중앙언론에...2015-03-19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