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산 - 김진희
마른 추억 검불 되어 활활 타는 불이다가슴 깊이 묻어 둔 심지 휘이익 당기면불두덩 달아오르는내 안의 야생마여온 산야 헉헉대며 무법천지 내달리는짐승들 이글거리는 눈포효하는 소리, 소리불타는 한 생애의 꿈불불불☞ 일반적으로 시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험적인 고시조부터 시인지 시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2017-10-26 07:00:00
- 가을편지 - 서일옥
그대에게 가는 길멀고도 너무 멀어노오란 꽃잎 한 장강물에 띄웁니다혹여나 가슴에 닿아꽃이 되어 피라고무너져 내려 앉던그 날의 시간 위에마음 앞서 밀려오는그리움을 적습니다사랑이 불꽃으로 피는이 가을을 적습니다☞ 가을 서정이 가득 들어있는 시조입니다...2017-10-19 07:00:00
- 가을 의자 - 김복근 여태껏걸었으니여기 좀 앉아 봐라내려오는 길, 가늘게 비가 내리는데,그립다 말도 못하고 눈물은 고이는데,☞ 한 편의 시조를 통하여 가을을 만납니다. 더욱이 제목대로, 시인이 이끄는 의자에 앉고 싶어졌습니다. 그것도 가을이란 의자에 말입니다.작품은 첫머리인...2017-10-12 07:00:00
- 구절초 2 - 김정희
사람아먼 사람아엇갈린 길목에서봄여름 기다려도돌아오지 않더니이 가을 풀 초롱 들고어느 결에 왔느냐☞ 구절초를 사람에게 잇대고 있다니. 그것도 늘 엇갈린 ‘먼 사람’에게로. 봄여름을 내내 기다렸건만 돌아오지 않더니 이 가을에 풀 초롱을 들고 왔다고 한다...정민주 기자 2017-09-28 07:00:00
- 지금, 남천南川은- 김만수
푸른 하늘 흰 구름이고도 젖는남천졸졸졸그 소리 않고세월은 흘러가는어쩌랴,한 시대 돌아그 이름 지우고 있다*남천 : 창원공단으로 흐르는 개천☞ 주거지역과 공단지역이 분리되어 있어 계획도시라 일컬어지는 창원시, 이전에는 남천이 흐르고 논밭이 있던 곳이...2017-09-21 07:00:00
- 양귀비 - 공영해 비린 생 핏빛 유혹 지체 놓은 귀비貴妃라 해도할머닌 피는 족족 꽃잎을 따버렸다떼어야 정을 떼어야 잡초로나 산다시며밤마다 뼈를 갉는 송곳 아픔 생각하면거두어 베갯머리 약으로나마 묻어두고넉 잠 든 누에들처럼 깊은 잠을 청할 텐데고단한 삶의 고비 잠시 헛...2017-09-14 07:00:00
- [시가 있는 간이역]대 - 김교한 맑은 바람 소리 푸르게 물들이며어두운 밤 빈 낮에도 갖은 유혹 뿌리쳤다미덥다 층층이 품은 봉서 누설 않는 한평생☞ 시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들어있음으로 감히 읽혀졌습니다. 이 시조에 나오는 ‘미더운 대나무의 한평생처럼’. 그렇습니다. 시와 사람이 함께 가는 ...2017-09-07 07:00:00
- 남강의 가인들이여 - 이처기 강물에 흘러가는 건 유등불만 아니다낭창낭창 남인수 노래 밤물 젖어 흐르고이봉조 색소폰 울림도 우수에 젖어 간다강물 잠겨 우는 건 호국사 종만 아니다이재호 오선지가 떠오르다 잠기더니목풍금 두드리면서 정민섭도 울며 간다☞ ‘애수의 소야곡’, ‘가거라 삼팔...2017-08-24 07:00:00
- 차표를 끊어 드리고 - 김우태
물레를 돌리는가 싶으면어느새 빨래를 두드리고방아를 찧나 싶으면 깻단을 틀고밭 매는가 싶으면 마늘종 뽑고나무하는가 싶으면어느새 저녁 다 지어놓으시더니손발이 너무 빨라늙기도 저리 빠르셨나!집에 가고 있다고 전화라도 할라치면찬찬히 오라고 몇 번씩 다짐받고는정작 상 차려놓고 동구 밖 기다리던 사람어...2017-08-10 07:00:00
- 자전거 도둑 - 눈의 창고 김승강
그가 내 앞을 지나가면서눈으로 내 자전거를 훔쳐갔다도둑은 도둑을 알아보는 법이다나는 첫눈에 그가 자전거 도둑인 걸 알아봤다나는 그동안 많은 자전거를 훔쳤다내가 훔친 자전거들은내 눈의 창고에 쌓여있다그가 내 자전거를 훔쳐갔지만내가 훔친 자전거의 주인들이 나에게 그랬듯이나는 그를 용서할 수밖에 없...2017-08-03 07:00:00
- 비 오는 날 - 김용복
우산이 없는 나는구부린 허리로처마 밑을기웃거리는데길섶의 은행나무는의연毅然한 자세로비를 맞는다시련 앞에초연超然한 나무 곁에서부끄럽다나의작은 가슴이 ☞ 장마로 인한 피해가 있었으나 지금은 매일 비가 왔으면 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2017-07-27 07:00:00
- 시집 - 이우걸
시집이란 한 시인의 울음이 사는 집이다슬프게 울거나 기쁘게 울거나우리는 그 울음소릴 노래처럼 읽곤 하지만가슴에 품어보면 한없이 정겹고떼어놓고 바라보면 어쩐지 짠해 오는불면의 밤이 두고 간아 뜨거운 문장들☞ 새소리를 두고 서양에서는 노랫소리로, 우...2017-07-20 07:00:00
- 수련을 기다리며 - 배한봉
꿈을 향해 오래 걸어온 자들의 골수가 모인 곳잠든 수련 이마에 물은 나지막한 숨결의 문장紋章을 보낸다그 문장엔꿈꾸는 자의 닳은 무릎 뼛가루가 묻어 있다그것을 우리는 물안개라 부르고 그리움이라 부르기도 한다그러니까 저 고요한 저수지는꿈꾸는 자들의 ...2017-07-13 07:00:00
- 어제를 소환하다 - 김승강
어제는 아재가 갔다아재는 어제의 바깥그때갔다는 왔다의 미래였다도대체 아재는 누구지?아재는 모든 소년의 미래나는 한때 소년이었다어제를 거쳐 아재를 지나왔으므로나는 지금 바깥이다어제의 첫날왔다에서 갔다를 향해 기차가 출발했다오늘을 달리는기차의 ...2017-07-06 07:00:00
- 유기견을 만나다 - 윤덕점
비 오는 아침 현관문을 열다 유기견한 마리를 만난다비 맞고 절뚝이며아랫마을에서 우리 집까지 온 것사료 한 줌 건네며 등을 만지자민감하게 따라오는 적의그가 걸어온 낮고 험한 시간 탓이리라어쩌면 전생 내 살붙이였을지도 모를 그놈흔들리는 눈동자에 묻은불안 사이로 비는 계속 내리고밥 다 먹고도 자릴 뜨...2017-06-29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