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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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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산청 명품녹색길(2)

경남의 길을 걷다 (32) 산청 명품녹색길(2)- 구형왕릉 가는 길
금관가야 마지막 왕 돌무덤으로 남겨진 이곳
숲길 따라 걷다보니 ‘왕의 고뇌’ 느껴지는 듯

  • 기사입력 : 2011-09-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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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방객들이 산청군 금서면 왕산 중턱의 사적 제214호 ‘구형왕릉’으로 향하고 있다. 비탈면에 돌무덤처럼 보이는 것이 구형왕릉이다. 구형왕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이자 신라 김유신 장군의 증조할아버지이다.


    구형왕과 왕비의 영정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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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김유신 장군의 증조할아버지가 이번 주 주인공이다. 산청에는 ‘명품길’이 많이 있지만, 지난주 남명 조식 선생의 도덕적 경지를 음미하며 걸었던 ‘남명의 길’과 함께 백성을 목숨보다 더 사랑한 금관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을 기념하는 ‘구형왕릉 가는 길’이 있다.

    김유신 장군의 증조부인 구형왕은 521년 금관가야의 제10대 왕이 됐으며, 신라 법흥왕 19년(532년)에 금관가야를 신라에 선양(禪讓)하고, 산청 왕산의 수정궁(水晶宮)으로 옮겨와 5년 뒤 사망했다. 구형왕은 당시 막강한 신라군이 쳐들어오자 무모한 전쟁으로 백성들에게 큰 고통을 주느니 차라리 평화롭게 나라를 양위하는 것이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해 가락국을 신라에 양위(讓位)했으며, 그래서 양왕(讓王)이라고도 불린다.

    자! 이제 백성을 그토록 중히 여겨 왕위를 던지고 은둔을 선택한 구형왕을 기리는 ‘구형왕릉 가는 길’을 떠나 보자.



    구형왕릉 앞 주차장에서 구형왕릉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구형왕릉 가는 길’을 다녀온 결론은 ‘매력 만점의 길’이라는 점이다. 백성을 사랑한 구형왕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청의 수려한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전체 코스가 10㎞ 정도로, 3~4시간 정도 배정하면 유유히 가을빛으로 물드는 산청의 지세를 맛보면서 즐기기에 충분하다.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셔 놓은 ‘덕양전’.


    이번 코스 첫 번째 방문지는 ‘덕양전’이다.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에 위치한 덕양전은 구형왕릉의 재실로, 구형왕과 왕비 두 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매년 음력 3월 16일과 9월 16일 춘추제례를 모시고 있다. ‘덕양전’에는 덕양전과 영정각, 옛날 왕산의 수정궁을 축소해 놓은 수정궁, 음식을 차리는 곳인 안향각, 제 지내는 사람들의 숙소인 동재와 서재, 문중교육 및 회의장소인 왕산숙(교육관)이 있다. 온 가족이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덕양전을 찾아 역사 공부를 하고, 산청의 맑은 공기도 마시며 거닌다면 그야말로 ‘딱’이다.

    덕양전을 나와 오른쪽 길로 산을 올라가면 큰 당산목을 만나는데, 그로부터 800m쯤 올라가면 도로 오른편에 ‘김유신 사대비(射臺碑)’가 있다. 구형왕의 증손자인 김유신 장군이 구형왕이 사망하자 구형왕릉에서 7년 동안 시묘살이를 하면서 이곳에 내려와 활을 쏘면서 정신수양을 한 곳이다. 지금은 돌단 위에 비석이 하나 서 있는 모습인데, 김유신 장군이 어느 방향으로 화살을 쏘았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김유신 사대비.


    김유신 사대비에서 200m 위쪽에 구형왕릉이 있다. 걸어가기에 정말 좋은 코스이지만 버스나 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김유신 사대비 앞 대형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왕릉을 찾으면 된다.

    구형왕릉은 국내 유일의 돌로 쌓은 왕릉이다. 왕릉 입구의 사자상을 지나 홍살문을 통과해 왕릉과 마주하면 엄숙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적 제214호로, 자연석을 피라미드식으로 쌓아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일반 무덤과는 달리 경사진 언덕의 중간에 층높이 7.15m의 기단식 석단을 이루고 있다. 앞에서 보면 7단이고 뒷면은 비탈진 경사를 그대로 이용해 만들었다. 무덤의 정상은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돌무덤의 중앙에는 ‘가락국양왕릉’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고, 그 앞에 석물들이 있는데 이것은 최근에 세운 시설물이다.

    그런데 구형왕릉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아주 신비로운 현상이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왕릉 주변에 있는 칡넝쿨이 뻗어 나오다 그 넝쿨손이 왕릉의 돌담에 닿으면 더 이상 돌담을 타고 넘지 않고, 방향을 돌려 담 밖으로 되돌아 뻗어간다는 것과, 왕릉 주위의 활엽수들이 가을이면 낙엽을 떨어뜨리는데, 왕릉 안에는 한 잎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왕릉을 쌓아 올린 바위에는 새의 배설물이 전혀 없고, 새들도 왕릉 위로는 날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눈으로 확인해 보니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이 사실인 듯, 왕릉 안과 바깥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깨끗히 정비돼 있어 왕릉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왕릉 돌담 옆에는 김유신 장군이 7년간 시묘살이를 한 터를 알리는 비석이 있다. 구형왕은 산중에 있는데, 왕릉 옆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맑게 들리고, 왕릉을 아늑하게 감싸는 병풍 같은 나무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수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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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왕릉에서 류의태 약수터까지 왕산을 오르는 숲길은 울창하게 자란 고로쇠나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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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왕릉에서 마음을 씻고 왕산을 올라가보자. 구형왕릉에서 왕산으로 올라가면 왕산사지 터와 수정궁 터, 류의태 약수터를 만날 수 있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인데, 구형왕릉 입구 홍살문에서 곧장 왕산으로 올라가는 코스와, 구형왕릉 아래 주차장 쪽에서 왕산 방면의 임도로 가는 코스가 있다. 이 두 갈래길은 왕산 허리쯤에서 만나기 때문에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다. 취재진은 구형왕릉 아래 주차장 쪽의 임도를 걸어 왕산을 1.8㎞쯤 걸어 올라가 왕산사지 터와 수정궁 터를 찾았다.

    구형왕릉에서 왕산사지 터, 수정궁 터, 류의태 약수터를 올라가는 임도는 그야말로 최고의 숲길이라고 추천할 만하다.

    고로쇠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숲을 30여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숲향이 진하게 요동쳐 하산하기 싫을 정도다. 가족의 손이든, 연인의 손이든 맞잡고 걸으면 그 추억이 영원할 듯하다. “정말 좋다”는 말을 연발하게 되는데,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찾으면 동화 속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 눈 속에 가득 담겨 힘든 도시생활을 할 때마다 끄집어내 머리를 식혀줄 만한 길이다.

    이 길에 있는 왕산사지 터와 수정궁 터를 찾았다. 왕산사에 대한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으나 ‘왕산사기’에 기록된 내용으로 미루어 구형왕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왕산사지 터 바로 옆에는 구형왕이 왕위를 던지고 이곳 산청에 들어와 은둔해 살았던 수정궁 터가 있다. 아마도 구형왕은 수정궁에 기거하면서 왕산사를 왔다갔다 거닐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류의태 약수터.


    수정궁 터에서 4~5분 걸어 올라가면 류의태 약수터를 만난다. 이 약수터는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로 꼽히는 허준의 스승 류의태가 산청에서 의술활동을 펼치면서 탕약을 달이는 물로 사용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류의태 선생이 산청에서 활동하면서 한약 제조에 사용했던 샘터의 약수는 돌너덜 아래 자리 잡은 서출동류수로, 위장병과 피부병 등 불치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애용하는 곳이다.

    이제 류의태 약수터를 내려와 또다시 고로쇠나무 그늘을 걸어서 내려오면 된다.

    류의태 약수터 입구에서 왼편으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지리산 둘레길 5코스 중간길과 만난다. 그곳에 있는 주막집에 들러 막걸리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이제 구형왕릉 입구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는 풍치의 감흥은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다.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나무 그늘을 여유있게 걸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


    오는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릴 산청 동의보감촌을 찾은 탐방객들이 한방테마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동의보감촌에는 한의학박물관, 산약초타운, 한방 기체험장 등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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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왕릉 가는 길 마지막 코스 동의보감촌을 찾아가자. 국도로 5㎞ 정도 떨어진 곳에 동의보감촌이 있기 때문에 그곳까지는 차로 이동할 것을 추천한다. 구형왕릉 주차장에 차가 있다면 곧장 시동을 켜고 갈 수 있다. 류의태 약수터가 있는 왕산 정상에서 동의보감촌까지 등산로로 연결돼 있는데, 걸어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어쩌면 동의보감촌 이곳에서만 반나절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널려 있다. 하루 코스로 잡고, 오전에는 구형왕의 체취를 따라가고, 오후에는 동의보감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산청군 금서면 특리에 110만㎡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동의보감촌은 한방과 약초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한방테마공원과 한의학박물관, 약초 둘레길 등을 갖추고 산약초타운, 한방 휴양림이 각각 조성된다. 이곳은 산청이 2013년 개최하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촌 건설은 산청에서 활동한 전통 한의학의 역사적 인물을 접목한 한방과 약초체험의 산 교육장을 조성하는, 산청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특색사업이다.

    경남의 걷고 싶은 길에서는 2회에 걸쳐 산청에 있는 ‘남명의 길’과 ‘구형왕릉 가는 길’을 걸어 봤다. 지리산 어디를 걸어도 좋지만 도덕의 경지를 깨우치고 배울 수 있는 남명의 길과 나라보다 백성을 더 사랑한 구형왕을 찾아가는 구형왕릉 가는 길은 ‘명품 스토리가 있는 명품 녹색길’이었다.




    ★ 길에서 만난 맛집- 약초와 버섯골 식당

    동의보감촌에 있는 ‘약초와 버섯골’ 식당에는 ‘산청스러운 맛’이 존재한다.

    이곳은 류의태 선생 약수터 자락에서 지하수를 개발한 물과 산청에서 생산된 각종 약초를 혼합해 육수를 만들고, 약초음식에 대한 자존심을 걸고 상을 차려내고 있다.

    주 메뉴는 약초와 버섯 샤부샤부, 약초버섯 매운탕, 약초버섯 맑은 탕, 약초버섯 된장탕과 동동주, 약초전이 있다. 약초와 버섯 샤부샤부는 당귀, 방풍 등 계절 약초와 버섯이 만나 국내산 한우고기와 어우러져 맛을 내는 타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이다. 약초버섯 매운탕은 구기자, 두충, 오가피, 황기 등 각종 약초로 육수를 만들어 버섯과 산채가 어우러지는 특유의 맛을 내는 양념 매운탕이다.

    이곳 음식의 육수를 들이켜면 입안에서 감도는 약초향과 버섯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으며, 육수와 버섯·약초는 무제한 추가할 수 있어 훈훈한 인심도 느낄 수 있다. ☏ 055-973-4479


    글=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도움말=김기수 가락김씨 산청종친회 사무국장(구형왕 72대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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