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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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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터넷에 매이다- 조재영(시인)

  • 기사입력 : 2011-09-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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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인터넷을 즐겨 한다. 하루에도 평균적으로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 있고, 그중 상당 시간을 인터넷의 깊은 바닷속으로 ‘풍덩’ 빠진다. 내가 인터넷으로 주로 하는 일은 메일 확인, 카페 관리, 쇼핑, 정보 수집, 유머 사이트 방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는 일에 불편을 느끼는지라 웬만해서는 문자를 보내는 일이 없다. 작은 자판으로 제한된 바이트 수를 계산하면서 문장을 만들어 보내는 일이 영 익숙하지 않다. 그 대안이 인터넷이다. 문자를 급하게 보내야 하는 일이 아니면 큰 자판이 있는 인터넷으로 문자에 대한 답장을 보내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동 중에 문자를 받거나 할 때에도 바로 답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답장 연체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는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문자의 속성은 신속성에 있다. 바로 답장이 오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문자를 잘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사정을 미리 말해 두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사소한 내용부터 중요한 내용들까지 대부분 이메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혹은 잠시 틈이 나면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열어 본다.

    이메일과 카페 운영 외에 자주 하는 것이 쇼핑이다. 실물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공산품인 경우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신뢰를 담보로 한 인터넷 쇼핑에서 이를 깨뜨리는 판매자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생필품을 주문했는데 예정된 날짜에 배송하지 않는 경우이다.

    실제로 화장지가 제날짜에 도착하지 않아서 곤란을 겪은 일이 있다. 화장지가 부족해지자 각 방의 티슈와 화장지를 모두 모아서 아끼면서 사용했는데도 금방 동나 버렸다. 나는 그때까지 화장지가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 줄 몰랐다. 식사를 하다가도 거실에 앉아 있을 때도 책상에 앉아 있을 때도 필요한 것이 화장지였다.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닦아 주며 더러움을 없애 주는 것이 화장지였다.

    일단 화장지가 떨어지자 삶이 급속하게 누추해 보였다. 그것은 어느 순간 정전이 되거나 단수가 되었을 때 느끼는 엄청난 불편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주유소에서 주는 무료 화장지까지 모두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 매인 결과였다.

    나는 요즘 새로운 시 창작의 방법으로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나에게는 인터넷이 하나의 현실이었다. 신문기사나 홍보글, 심지어는 악플까지도 좋은 현실이 되었다. 나는 미녀 새 이신바예바의 성장과 몰락을 인터넷으로 지켜보았고, ‘빨리 가고 싶은데 넌 잘 살고 있니? 날 벌써 잊은 거니?’ 라고 적힌 청주여자교도소 구치소의 낙서를 인터넷으로 지켜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삼륜차에 얼음을 가득 싣고 있는 중국의 얼음 저장 모습을 지켜보았고, 아직 가본 적 없는 잉카의 땅들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마치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트루먼 쇼>의 총감독처럼 무대 세트와도 같은 세상을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영화 속에서 트루먼이 마주치는 현실은 실제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현실의 모양을 닮아 있지만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왜곡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트루먼처럼 세상의 모습을 자각하고 진정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아직 나에게는 없다. 나는 여전히 자투리 시간에 유머 사이트를 찾아서 킥킥대곤 한다.

    그러나 가끔은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단절의 세상 속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트루먼처럼 이 세상에 인사말을 남겨 두고 말이다. “미리 인사하죠.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night.”

    조재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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