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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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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은행나무야, 낭만 뒤엔 건강을 부탁해

은행의 효능과 활용법

  • 기사입력 : 2011-10-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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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말에서 10월 중순, 가을이 한창인 길거리에는 생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덩달아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여름 내내 청포도알처럼 굵어진 은행이 익어 거리로 떨어지기 때문.

    아이들이나, 깨끔밧은 아가씨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싸쥐기 일쑤다. 하지만 고약한 냄새 뒤에 숨은 은행의 참맛과 그 진가를 알고 나면, 그 표정은 이내 달라진다.



    ▲은행이 가진 효능

    은행은 예로부터 식욕 증진과 결핵 치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감기와 고혈압, 천식에도 효능이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인, 칼륨을 비롯해 지아민과 리보플라빈, 아스코르빅산 등의 다양한 비타민도 함유돼 있다.

    특히 아이들이 밤중에 오줌을 싸는 야뇨증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잠들기 3시간 전에 은행을 5알 정도 먹이면 며칠 안에 버릇이 싹 없어진다. 하지만 이때 유의할 점이 있다. 은행에는 맹독성 물질인 청산 배당체가 함유돼 있어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 어른은 하루 15알, 아이는 최대 7알 정도가 좋고 5세 미만에게는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적정량 이상을 먹었을 때는 호흡이 곤란해지고 열이 나며 코피를 쏟거나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굽거나 튀기는 조리 방법을 쓰면 독성이 다소 줄어든다.


    ▲은행알을 들여다보자

    은행은 모두 세 겹의 껍질이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물컹한 육질이 외과피, 딱딱한 겉껍질이 중과피, 알맹이에 붙어 있는 양피지처럼 얇은 속껍질이 내종피다. 외과피는 피부에 직접 닿으면 염증을 유발시키므로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한다. 물에 세게 비벼 씻어 말리면 뽀얀 중과피가 나타난다. 은행을 고를 때는 알의 크기와 모양이 고르고 겉이 잘 마른 것이 좋다. 중과피는 웬만한 요령이나 힘으로는 깰 수 없으므로 망치로 때려 깨는 것이 가장 좋다. 내종피는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기름에 볶으면 깨끗하게 벗겨진다.


    ▲은행을 맛있게 먹는 방법

    은행은 독성 때문에 주재료로 쓰이기 어려운 식재료다. 주로 고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고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기에 좋다. 중과피를 벗긴 은행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살짝 볶으면 속껍질이 벗겨지면서 연두색으로 변한다. 이때 소금을 약간만 쳐 간을 하면 더욱 풍미가 좋다.

    중과피를 벗기지 않은 은행은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구워 먹는다. 빈 우유곽을 버리지 말고 뒀다가 쓰면 좋다. 은행을 우유곽에 넣고 1~2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탁탁 소리를 내며 껍질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껍질이 바깥으로 튀지 않도록 우유곽 입구를 닫아준다.


    ▲은행을 이용한 별미

    △은행볶음= 중과피를 벗겨낸 은행을 소금물에 2시간 정도 담가둔다. 은행을 건져서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는다. 프라이팬을 달궈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은행을 굴리면서 볶다가 은행이 새파랗게 익으면 불에서 내린다. 은행을 바로 마른 행주나 종이에 쏟아 고루 비벼서 내종피를 벗긴다. 가는 꼬치에 은행을 세 알 정도씩 꽂고 끝에 잣을 한 알 꽂으면 술안주로 먹기 좋다.

    △은행죽(4인분)= 은행 1/2컵 정도를 따뜻한 물에 불려 내종피를 벗긴다. 잣을 큰술로 3숟갈 정도 준비해 고깔을 떼고 깨끗이 닦는다. 은행과 잣을 함께 넣고 3컵 정도의 물을 부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 냄비에 20분 정도 저어 쑨다. 재료들이 잘 어우러지면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은행잎 활용하기

    가을철마다 문학소녀라면 꼭 하나씩 시집에 끼워두는 은행잎. 사실 문학소녀들의 감상적인 이유와 상관없이 책에 끼워 둔 은행잎은 책에 좀이 쓰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 은행잎에는 ‘징코라이드’(ginkgolide), ‘빌로발라이드’(bilobalide)라고 하는 특이성분이 함유돼 있어 각종 해충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은행잎에 아직 푸른기가 남아 있을 때 여러 장 따서 양파망에 넣어 집개미나 바퀴가 나오는 곳에 두면 효과가 있다.

    △은행잎 방충제 만들기= 은행잎으로 천연 방충제를 만들어 보자. 은행잎에 노란 물이 들기 전에 스무 장 정도 따 깨끗이 씻어 믹서기에 간다. 거즈나 깨끗한 행주에 놓고 즙을 짜내면 케일을 갈 때와 비슷한 향이 나는 진녹색 액이 만들어진다. 물과 100~200배 희석해서 식물에 분무기로 뿌려주면 해충 방지 효과가 있다.

    △은행잎차 만들기= 은행잎에서 추출한 성분은 예로부터 심장과 혈전에 좋다고 알려져 약차로 사용해 왔다. 푸르고 싱싱한 은행잎을 골라 사용한다. 먼저 은행잎을 따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다. 은행잎 5장에 물 300㎖의 비율로 섞는데, 은행잎을 얇게 썰어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30분 정도 우려낸다. 국물만 찻잔에 따라내 꿀을 타서 하루 한 번 마신다.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독이 되므로 주의한다.

    글=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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