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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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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국체전 찾은 '야구박사' 최기주씨

21세 때부터 고교 야구 기록
48년간 전국 돌며 노트 작성

  • 기사입력 : 2011-10-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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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전 경기도 고양야구장에서 최기주씨가 수십년간 고교야구 경기장을 돌며 직접 작성한 야구기록지를 보여주고 있다./성민건기자/


    김해고와 충북 세광고가 맞붙은 7일 오전 고양야구장. 김해고 학부모들이 응원하는 관중석에 범상치 않은 노인이 등장했다. 검은색 백팩을 짊어진 이 노인은 관중석 제일 앞자리에 자리를 잡더니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야구기록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경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경기내용 하나하나를 기록해 나갔다.

    왜소한 체구에 바투 깎은 머리가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알고보니 그는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산증인이자 야구인들에게는 ‘박사님’으로 통하는 최기주(69·서울시 동대문구·사진)씨였다. 아마추어 야구가 좋아서 전국의 고교 야구대회는 모두 따라다니는 한마디로 아마추어 야구에 미쳐(?)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50년대 후반 우리나라 야구역사와 당시 선수부터 현재 선수들의 이력과 전력, 각팀 감독까지 무수한 데이터가 저장돼 있는 흡사 야구컴퓨터나 다름없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59년, 60년 경동고의 백인천, 이재환, 오춘삼 등이 고교야구 전성기를 이끌었지. 61년도에는 성동고가 결승에서 동산고를 5-0으로 이기고, 우승했는데 피처 백수웅과 캐처 조정일이 참 잘했어…” 라며 대뜸 야구 이야기로 인사를 되받았다.

    21살 때부터 서울에서 펼쳐지는 고교 야구를 기록하기 시작한 최씨는 현재까지 전국의 고교야구대회를 다니며, 경기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정보가 머릿속에 저장이 됐고, 야구이야기만 나오면 당장 어제 있었던 일처럼 20년, 30년 전 선수와 경기 상황을 줄줄이 풀어놓는다.

    그는 “부모들도 기록지를 보고, 야구를 알아야 해. 당장 내일 경기할 선수들 정보가 기록지에 다 담겨있으니 부모도 보고, 학생도 봐야 준비를 하지”라면서 “그런데 학부모들은 이런 마음도 모르고, 복사비도 안 주고 가버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도 김해고 학부모들에게 상대팀의 전력분석용으로 지난 8월 서울서 열린 청룡기대회 기록지를 한묶음씩 나눠주며, 그는 “애들한테 꼭 전해줘…. 오늘 이기면 상대팀 경기 잘 분석해서 또 이겨야 할 게 아냐”라며 웃었다.

    “난 장사하는 프로야구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오직 아마추어 야구만 관전하고, 기록해. 아마추어 야구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있는 거지. 아마추어를 외면하고, 어떻게 야구발전이 있겠어. 그래? 안그래?”

    야구박사가 보는 한국야구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헌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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