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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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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시민입장 고려 없는 제2창원터널 기싸움- 박현오(논설위원)

경남도-경남하이웨이, 합의 통해 주민 체증 고통 해소를

  • 기사입력 : 2011-11-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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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장유에서 창원으로 넘어오는 창원터널은 새벽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시간대는 오전 6시로 여름에는 날이 훤하게 밝은 때이지만, 겨울에는 새벽이다. 오전 6시부터 밀리기 시작하는 창원터널은 오전 9시가 돼야 그런대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또 오후에는 4시30분부터 차량이 붐비기 시작해 저녁 8시가 지나야 숨통이 트인다. 창원터널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가슴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장유에서 살았거나 살아본 사람들의 주장이다.

    창원터널을 두고 일부에서는 지옥터널이다, 사고 터널이라고 한다. 가슴 답답함이 쌓이고 쌓여서 화병이 들 것 같은 심정이라고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작은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도로는 주차장이 돼 버린다. 오도 가도 못하고 30분이고, 1시간이고 꼼짝할 수 없는 것이다. 혹자들은 서울의 교통체증을 얘기하면서, 그래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말이다. 피상적으로 듣거나 보는 수준에서 언급할 것이 아니라 당해 봐야 장유주민의 심정을 알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유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꿈은 출퇴근 시간에 마음 편하게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없을까에 집중된다. 꿈이었는지, 소망이었는지 몰라도 제2창원터널 공사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하루빨리 공사가 이뤄지기를 학수고대했다. 지난 6월 말 개통을 목표로 경남하이웨이가 공사를 시작하면서 마치 내 일인 양 하루하루 날짜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터널이 완공되기를 기다렸다. 그랬던 것이 올 연말로 연기되더니, 또 다시 내년 3월 말로 늦어졌고, 이제는 내년 3월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답답함의 언저리에는 경남하이웨이와 경남도의 안이함이 자리 잡고 있다. 경남하이웨이는 토지보상을 책임지고 있는 경남도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그에 따라 늦어지는 손실보상으로 ‘129억원+관리운영기간 5년 연장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경남도는 민간 시행사들이 도민의 혈세를 더 받아내기 위해 행정당국을 상대로 맞짱을 뜨고 있다며 과도한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 물어내라는 경남하이웨이와 더 줄 수 없다는 경남도의 입장을 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양자가 시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는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만약 양측이 입장 조율이 안 된다면 내년 3월 제2창원터널의 개통은 내년 6월이나 내년 말로 연기될 것이다. 시민을 볼모로 싸움을 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 창원터널을 드나들면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은 제2창원터널의 완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런 심정을 알기는 할까.

    더욱이 양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싸움은 치열하기만 하다. 경남하이웨이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법적 효력을 갖고 중재를 벌이는 상사중재원의 중재 기간 내에 이윤을 제1목표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공사를 더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인 데 반해, 경남도는 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용할 것을 요구하며, 내년 3월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수밖에 없고, 개통이 가능할 것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양측은 동상이몽의 생각을 갖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힘겨루기에서 정작 제2창원터널의 주체인 시민의 입장은 찾아볼 수 없다. 개통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입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벌써부터 시민들의 비난의 화살은 양측을 향하고 있다.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보조금) 폐지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2창원터널사업, 진통의 터널을 지나 원만한 합의로 성공사례를 남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박현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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