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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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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眞景山水)- 성선경

  • 기사입력 : 2011-11-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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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이라는 게

    젖을 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새끼라는 게 제 발로 걸어

    집을 나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 돈

    그래서 돈만 부쳐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글쎄

    어느 날 훌쩍 아내가 집을 나서며

    -저기 미역국 끓여 놓았어요

    -나 아들에게 갔다 오겠어요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이제는 내 아내까지 넘보다니

    -이노무 자슥.


    ☞ 이 시를 읽으면 왜 자꾸 웃음이 날까요. 시인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고 ‘이제는 내 아내까지 넘보’는 ‘이노무 자슥’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이 땅의 모든 자식들이 ‘이노무 자슥’들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성선경 시인은 실제로 ‘이노무 자슥’이라는 말을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이놈의 새끼’와 ‘이노무 자슥’의 차이! 이것이 성선경 시인의 시들을 진단하고 판단하는 키워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정감의 시학’이라고 성선경 시인의 시세계를 불러도 좋겠습니다.

    시인은 무학산 밑 여고의 교사입니다. 걸걸하고 인정이 많고 사내다운 사내이지요. 의리가 있는 사내란 말입니다. 그러나 시를 읽다 보면 내면은 한없이 여린 시인임을 알게 되지요.

    어쨌거나 수능이 끝나면 한잔 하자던 약속.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우린 그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혹 지나가다가 우리를 보면 주저하지 말고 다가와 앉으시지요. 우린 격식 따윈 상관도 없는 사람이고, 어느 누구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니까요.-유홍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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