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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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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느님들

  • 기사입력 : 2011-11-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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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곳을 수술받기 위해 병원에 오고 보니

    내 몸을 살피는 의사가 하느님 같다

    일생 나의 하느님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었다가

    결혼해서는 남편이었다가

    이제 몸 아프니 의사가 하느님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식은 나보다 커도 하느님이 될 수 없다

    아직은 내가 자식의 하느님이어서

    아파도 아픈 곳을 가리고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의 하느님은 모두

    내 벗은 영혼을 들여다본 자들이다

    ☞ 세상 곳곳에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 안(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요.

    그들에겐 모두 다 하느님이 필요하지요. 하느님이 정말로 많았으면 좋겠어요.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하느님 말고, 부흥회에서 선전하는 하느님 말고, 정말로 내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하느님.

    그런데 그런 하느님을 이 땅에서 쉬이 만날 수 없는 건 왜일까요. 반듯하게 가르마를 탄 목사님의 설교보다 눈매가 깊은 스님의 설법보다 차라리 이런 시 한 편이 주는 위로가 더 나은 초겨울!

    황량한 고향의 들녘이나 한 바퀴 허적허적 돌고 와야겠어요.

    나목처럼 ‘내 벗은 영혼을’ 보여주고 싶은데 나는 아직도 벗는다는 것이 두렵고 아무도 ‘내 벗은 영혼을 들여다’보려는 사람들이 없네요. 내 영혼을 내가 위로해야 하는 계절이 오고 있어요. -유홍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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