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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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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의령 자굴산 둘레길

경남의 길을 걷다 (42) 의령 자굴산 둘레길
산허리에 걸린 둘레길 따라 '구름 위 산책'
산내음 맡으며 새소리 들으며 '꿈 같은 여유'

  • 기사입력 : 2011-12-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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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굴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우산 자락. 능선을 뒤덮은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전망대와 절터샘 사이에 설치된 나무데크길.
     

    ‘구름 위를 산책하다.’

    구름 위를 걸었다. 뜻하지 않았던 풍경이다. 산 중턱에 걸려 있는 자욱한 구름을 아래에 두고 걸었다. 이게 신선 놀음일까.

    의령군 자굴산 둘레길은 첫인상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자굴산 둘레길에 갔던 날은 유독 구름과 안개가 많았다. 불행일지, 아니면 행운이라 해야 할지….

    낮게 깔린 구름에, 구름 위를 걷는 신선 놀음을 할 수 있었던 행운을 맛봤고, 대신 둘레길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의령, 합천, 주변 산세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해 2월 조성된 자굴산 둘레길은 여타 둘레길과 다른 특색이 있다. 산 중턱에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자굴산 둘레길은 해발 650m 선상에 전망대와 데크계단, 정자, 안내표지목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산 중턱을 따라 길을 잇고 있어 산속 둘레길이지만, 높낮이가 없어 등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산속에서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꽤나 색다른 경험이다.

    둘레길 따라 곳곳에 숨어있는 지명의 유래와 명소를 찾아보면서 걷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한 바퀴를 돌아나오는 코스가 6.8㎞. 넉넉잡아 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거리다.




    코스의 시작은 쇠목재부터다. ‘쇠목재’. 특이한 이름에는 유래가 있기 마련이다.

    의령을 감싸고 있는 4대 산은 자굴산, 한우산, 응봉산, 신덕산이다. 산 전체 형상이 황소를 닮았는데, 황소의 목처럼 생긴 언덕이라 해 쇠목재란 이름이 붙었다.

    쇠목재에서 자굴산 정상으로 올랐다. 평범한 발걸음으로 30분 거리다. 코스 중 유일한 오르막 등산로다.

    해발 897m의 자굴산 정상은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날은 워낙 안개가 많아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살필 수 없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굴산 정상에서 동쪽의 가야산, 서쪽의 지리산, 동남쪽의 여항산, 북쪽의 사천만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운이 좋은 날은 지리산의 천왕봉도 자굴산 정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자굴산 둘레길은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둘레길 안내 표지석이 있어 길 찾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자굴산 정상에서 둘레길 표지석을 따라 내리막을 걷게 된다.

    20분 가까이 내리막을 걸었다. 초겨울인데도 가을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억새숲길이 나타나나 싶더니 널따란 바위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베틀바위’. 베를 짜는 기계인 베틀의 형상을 닮아 붙여진 이름의 바위였다. 어른 셋은 너끈히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베틀바위에서 휴식을 취했다.

    30분을 오르고, 20분을 산을 내려오느라 피로해진 다리에 잠시 여유를 줬다. 시원한 바람결에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금세 식었다.

    좁다란 억새숲 길을 지났다. 이어진 곳은 달분재 정자에 조금 미치지 못한 곳의 갈림길. 둘레길 안내 표지석을 따라 산 중턱으로 이어진 둘레길을 걷게 된다.

    잠시 여유가 된다면, 이곳에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달분재에 올라보는 것도 자굴산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불교용어 ‘달분’은 수행이 더욱 통달했음을 의미한다. 달분재라는 이름은 자굴산 주변 암자에 머무르던 스님들이 수행을 증진하기 위해 오르내리던 언덕이라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굴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사가 심한 나무 계단을 몇 개 지나야 한다.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
    대나무숲.


    다시 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조마을 위쪽으로 조성된 길이다.

    산 위에서 평지를 걷는 기분이 흡사 산림욕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구름을 밑에 두고, 숲 내음, 산새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상쾌한 기분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둘레길을 걷노라면, 자굴산의 산세를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돌무지와 암석이 자리 잡고 있어 험준한 느낌을 준다.

    멧돼지로 착각할 만한 회색 바위들을 간간이 만나게 돼 걷는 동안 긴장감(?)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편안히 둘레길을 걷다 보면, 길을 조성하면서 지어놓은 듯한 깔끔한 전망대를 만난다. 돌이 많은 산이다 보니 전망대를 지나 일부 구간은 나무데크로 연결을 시켜놓기도 했다.

    산길, 나무데크를 지나니 갑자기 푸릇푸릇한 풍경이 나타나 깜짝 놀랐다. 푸른 대나무 밭과 작은 초원이 눈앞에 드리워졌기 때문.

    흡사 이곳만 계절을 봄, 여름으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대나무 터널을 지나면, 보행자들의 갈증 해소를 도와 줄 절터샘이 나온다.

    자굴산 중턱에 흐르는 샘물인 절터샘은 가뭄이 심해도 마르지 않는다. 자굴산을 찾는 등반객들에게 몸과 마음을 적셔주는 역할을 한다.

    절터샘이란 이름이 옛부터 내려왔다고 하는데, 그 이름에 비춰 자굴산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봉두사, 금곡사, 보리사, 양천사 중 하나에 딸린 샘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절터샘은 코스의 약 3분의 2 지점. 절터샘을 지나면, 신전마을 방향의 둘레길을 걷게 된다. 내조마을 방면 둘레길이 양지의 느낌이라면, 신전마을 쪽은 음지의 느낌이 강했다. 길, 주변 산세가 모두 습한 느낌을 가져다 줬다.

    이 구간은 유독 돌무지가 많다. 우뚝 솟은 기암괴석의 웅장함도 인상적이었다. 돌무지 곳곳에 이끼가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변색한 듯한 허연 흔적들이 묻어 있었다. 앞서 지나왔던 구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풍경이다. 자굴산이 품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다.

    코스를 약 20분 넘게 걸었다. 산속이지만, 평지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는 표현이 그리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쇠목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30분가량 구간을 제외한다면….

    이렇게 코스를 돌아나오면, 쇠목재 정자에 도달하게 된다. 둘레길 한 바퀴를 모두 돌아나왔다는 의미다.

    도착한 뒤 쇠목재 정자에 앉아 3시간가량 걷느라 지쳤을 법한 다리를 잠시 쉬도록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쇠목재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출발할 때보다 한층 여유롭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글=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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