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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향후 장경판전 보존 계획과 방안에 대해- 최영호(전 동아대 석당학술원 연구교수)

  • 기사입력 : 2011-12-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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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장경이 가진 가치는 그 어떤 문화유산과도 비교할 수 없다. 국난의 극복 의지 속에 완성된 고려대장경 속에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된 고려대장경이 간행 천 년을 맞았다. 초조대장경이 불타고 현존하는 것은 팔만대장경이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만큼은 천년을 기념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얼마 전에 열린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통해 무려 200만명이 넘는 많은 국민들이 팔만대장경 진본을 볼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엄격한 문화재 보호 속에 실체를 보기 힘든 팔만대장경을 축전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해인사 입장에서 보람된 일이었을 것이다.

    해인사는 가야산 홍류동 계곡 끝자락에 위치한 탓에 쉽게 찾아오기 힘든 곳이지만 이번 축전 기간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장경판전에는 매일 아침 8시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장경판전에는 매일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경판전 살창문을 잡고 흔들어 벽에 금이 가고 석회가 떨어지기도 하고, 판전 벽에 기대어 손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의적으로 판전 안에 오물을 투척하기도 하고, 타 종교의 상징물을 던져 놓기도 한다. 이렇게 표면적인 상해에 그치지 않고, 판전 내부의 곰팡이균 번식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이태녕 명예교수의 ‘고려대장경 보전을 위한 학술 연구’ 제1권에 따르면 장경판전에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을 때 경판의 부패를 촉진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흥미롭다. 1994년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나무를 부식시키는 장경판전 내의 공중진균 분포가 관람객이 적었던 1차 조사 때는 4089 cfu/㎡였던 것에 반해, 관람객이 많았던 2차 조사 때는 5378 cfu/㎡으로 1289 cfu/㎡가 초과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번 축전으로 인해 팔만대장경에 대한 대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 민족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시켰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우리는 이제 앞으로 천년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해인사는 팔만대장경판과 장경판전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방문객들의 관람 동선을 조정하고, 팔만대장경판이 가지는 세계보편적인 역사·문화적 가치를 언론이나 교육 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바이다.

    앞으로 팔만대장경판과 장경판전의 보존을 위해 내부적으로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팔만대장경이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후대에 물려줘야 할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민족문화유산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에 의함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연구원’을 통해 진행될 팔만대장경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것임에도 잘 알지 못했던 팔만대장경은 앞으로의 연구 성과로 무궁무진한 문화·관광 콘텐츠가 개발될 것이다.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의 성공 개최로 정기적인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대장경 안에 숨 쉬는 살아있는 지혜가 대장경축전 매 회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최영호(전 동아대 석당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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