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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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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에 비싼 방값에…'두 번 우는' 대학생들

  • 기사입력 : 2011-12-12 09: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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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경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 한 '서울 유학생' 서성훈(가명·25·S대 경제학과 4학년)씨는 학교를 다니는 4년동안을 인근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서 씨는 "창문도 없는 월세 40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데도, 식비 책값 등을 포함하면 한 달에 70만원의 비용이 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씨는 그래도 자기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라고 했다. 쪽방이나 다름없는 월세 30만원 짜리 고시원에서 한창 젊은 나이에 다리도 마음대로 쭉 펴지 못하고 잠자는 선후배들을 흔히 본다고 귀띔했다.

    서 씨는 "고향에서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원룸이나 자취방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매달 지출하는 월세에 관리비, 전기세, 가스비(10여만원)까지 감안한다면 차라리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고시원에서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울로 유학 온 지방출신 대학생들은 연간 1000만원을 넘나드는 등록금과 주거난, 생활비 등으로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쪽방'으로 내몰리는 지방출신 대학생들

    신촌의 한 대학가 2평 남짓되는 비좁은 고시원 방. 책상과 침대가 들어가면 방이 꽉차 가족이나 친구가 찾아오면 앉을데가 없다. 발을 뻗고 잘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옷가지 등 세간살이가 여기저기 쌓여있다.

    해가 떠도 아침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고 벽이 얇은 나무 판넬로 돼 있어 TV나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여과되지 않고 다 들린다. 창문이 있는 방은 '사치'다. 창문열고 햇볕이라도 한 번 보기위한 방은 한 달에 10만~15만원은 더 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씨가 살고 있는 고시원의 경우, 모두 24개의 방이 있는데 이중에 20개 방이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직장인들이다.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다는 고시원 총무 권 모씨는 "고시원 방은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싼 값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많다"며 "방값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누워서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가 안암동의 한 원룸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50만원짜리 반지하방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한 여학생은 "혼자 살려고 했는데 찾아보니까 방은 엄청 비싸고 돈도 부족하고 그래서 친구랑 살게 됐다”며 “방값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방을 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둘이 살아 돈은 세이브 했으나 방의 외풍이 심해 요즘같이 추운 겨울엔 고생이 많다고 했다.

    이 여학생은 "혼자 있을때는 여름 낮에도 창문 커튼을 닫아 놓고 있다"며 "반 지하라 창문쪽에서 조그만 사람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깜짝 깜짝 놀란다"고 불안해했다.

    ◇대학가 '전세 5000만원-월세 보증금 500만원에 50만원은 기본'

    전월세 가격이 나날이 뛰면서 대학생들이 거처할 곳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 대학가는 전세대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월세가 대세다. 대학가 주변 집주인들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8일 대학가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 일대 원룸은 20~25㎡(전용면적 7~8평)의 경우 월세가 평균 50만원선이다. 전세로 구입하려면 최저 5000만원 이상이 든다. 실평수가 7~9㎡에 불과한 초소형 고시텔도 30만~4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한다.

    고려대, 경희대, 한국외대, 성신여대 등이 몰려있는 성북구 일대의 경우, 19~26㎡(전용면적 6~8평) 규모 원룸 월세가 최소 보증금1000만원에 50만원, 보증금 500만원에 45만원은 줘야 한다.

    안암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박모(24)양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원짜리 방값은 부모님이 내주지만 일주일에 4시간 과외를 해 30만원정도를 벌어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와 중앙대가 인접한 상도동의 경우 원룸의 전세가는 전용면적 약10㎡가 6000만원~8000만원대,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45만~50만원선이다.

    중앙대 4학년 이모(25)씨는 "학교 주변의 시세보다 싼 곳을 찾다보니 학교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방을 마련하게 됐다"며 "학교 주변에 저렴한 곳은 거주 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 지방출신 학생들은 등록금 외에 주거비용까지 마련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자구책 마련에 나서

    '전세난'으로 치솟는 주거비 부담까지 겹친 대학생들은 주거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로 자취생과 하숙생들을 위한 새로운 커뮤니티 등을 만들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연세대 총학생회의 '민달팽이 유니온'은 대학생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미나를 열고 자취·하숙 정보 공유, 이사도우미 지원, 밑반찬 만들기, 부동산 문제 상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대에서도 자취생 생활 온라인 모임 '자생(自生)'이 생겨났다. 자생은 비싼 월세, 생활비 등으로 고생하는 학우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자취생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 등을 논의 중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학교 '고파스'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의 '안암골 택리지'에 실린 주거정보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업그레이드 해 학교주변을 안암오거리 구역, 법대후문 구역, 정문앞, 제기동 구역, 정경대 구역 등으로 나눠 부동산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인터넷 유료 사이트로는 연세대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신촌집닷컴' 등이 정보가 없어 발품을 팔며 하숙집을 구하는 학생들에게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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