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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최환호(통영잠포학교장)

  • 기사입력 : 2011-12-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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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랜터 윌슨 스미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구름 같은 날들이 흔적 없이 지나간다.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하고, 하고픈 일 하지 못하고, 가고픈 곳 가지 못하고, 가슴에 박힌 못도 뽑지 못한 채, 왜 세월만 상처를 남기는 걸까. 끝 모를 상념이 밀물처럼 이어지는데 어찌 심란하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바다 같은 절망에 싸여, 어떤 이들은 산 같은 후회에 짓눌려 섣달그믐을 맞을 것이다.

    시인 로버트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두 갈래 길 모두 선택할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결국 한 길을 선택하고, “훗날에 먼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중략)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미국 사회심리학자 닐 로즈 교수는‘If의 심리학’에서 ‘후회는 유익하고 좋은 것이며,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한다. 후회는 우리에게 행동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적극적인 신호라는 것이다. 직업과 사랑, 인간관계 등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는 한 후회는 계속된다. 결국 후회를 통해 자신을 아는 기회를 가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향상시키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통절한 후회 또한 지나가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170여 년 전에 일러주었다.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들이 오리라고.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이며 현재는 슬픈 것이라고. 모든 것은 순간이며 지나가는 것이라고.

    유대인의 지혜서 ‘미드라시’의 얘기.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궁중의 보석 세공사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닐 만한 반지를 하나 만들고, 그 반지에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 글귀를 보고 우쭐하지 않고 겸손해질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견디기 힘든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주는 글귀여야 하느니라.” 세공사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반지를 만들었지만 정작 고민은 따로 있었다. 어떤 글귀가 왕의 마음에 들지 감조차 잡을 수 없어 고민 끝에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참을 고심하던 솔로몬 왕자의 조언.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정답이다, 그게. 세상이 내 가슴을 베기 전에 이 말을 알았더라면 참 좋을 뻔했다. 선현의 말대로 꼬일 대로 꼬인 난제를 만나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 세월이 약이다. 지금 비루하고 치사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이것 또한 지나가니 너무 세상을 향해 이 갈고 침 뱉지 말자고.

    문제는 부와 명예, 권력을 가진 자는 그것에 취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모른다. 정작 이 말이 필요 없는 이들은 이 말을 잘 알고 있는 게 또한 인생의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일 수밖에.

    우리의 고전 ‘명심보감’에 아예 못박아 놓았다. ‘복 있다고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에 처하게 된다. 권세 있다고 다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를 만나게 된다’고. 좀 가졌다고 으스대며 까불지 말라는 뜻일 터.

    무상한 세월. 너무 억울해하지 말고 그냥 살아볼 일이다. 부와 명예, 권력, 그 모든 것도 곧 지나가 버릴 것을….

    최환호(통영잠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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