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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66) 황강 14 합천군 대병면~가회면

황매산로 따라 아름다운 풍광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 기사입력 : 2011-12-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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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흔적미술관

    송호서원
     


    겨울이 오는가 하더니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한 해를 보내고 자신의 수족을 버리며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우리도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때이다.

    우리들은 각자 다양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한다.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리영희 선생은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책임과 배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장작으로 군불을 때고 하루쯤 쉬었다 가도 좋은 사의정을 나서면 합천호 길이 이어진다.


    송호서원·회양관광지

    대병면 소재지로 가는 길에 촌부 4명이 차를 보고 손을 번쩍 들었다. 추운 겨울날 공공근로나 하고 돌아가는 길인가 싶어 차를 세웠더니 전국 노래자랑 공개방송에 간다고 하면서 한껏 신이 나 있었다. 시골에 살면 이런 경우 아니면 연예인을 볼 수 없다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농촌에서 길을 묻기 위해 사람을 찾으면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데 고향을 지키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도시문명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종종 귀농을 결심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농촌 사람들의 삶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국가의 정책도 농촌의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와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섣부른 귀농보다 5일은 도시에서 살고 2일은 농촌에서 보내는 5도2촌의 귀토가 더 좋은 대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촌부들을 대병면 소재지에서 내려주었다.

    회양관광지 부근에서 송호서원 이정표를 보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섰다. 답사기행을 하면서 가끔 이정표를 보고 따라가다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 도로 면이나 담장에 화살표 표시를 해주면 쉽게 찾을 수 있겠다. 몇 번 길을 물어 찾은 송호서원은 고려 중기 충숙공 문극겸(1122~1189)을 봉향하는 곳이다. 그는 드라마 ‘무인시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문무의 주요 관직을 두루 거쳤다. 서원은 1777년(조선 정조) 대병면 역평리에 처음 세워졌으나 1871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 그 후 1957년 사당 등이 복원되었다. 합천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에 있던 것을 1985년 이곳으로 이전 복원했다. 계단을 올라 솟을대문으로 가니 잠겨 있었다. 사람이 없는 관리사에서 일각문을 통해 서원 안으로 들어서니 건물에는 먼지가 끼고 마당에 풀이 가득했다. 훼철되고 복원하고 이전해 복원한 송호서원이 또다시 퇴락의 길로 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발길을 옮겨 합천호가 고즈넉하게 바라보이는 회양관광지로 가니 1985년 이전해 복원한 광암정이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회양관광지는 꽃 터널을 만들어 튤립, 양귀비, 수선화, 꽃잔디를 비롯해 나팔꽃, 금계국, 국화, 페튜니아, 메리골드 등 다양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인근에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된 식당들이 여러 곳 있어 미각을 한층 돋우고 있었다.


    오도리 이팝나무


    오도리 이팝나무·바람흔적미술관

    강원도에는 대설주의보에 폭설이 내렸다고 하는 주말 아침 겨울이 내리고 또 내리는 영암사지가 있는 합천군 가회면으로 기행을 나섰다. 기행을 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 새로운 길도 알게 되고 계절마다 변하는 다른 자연을 만나게 된다.

    창원에서 영암사지 가는 길은 의령을 거쳐 합천 삼가면을 경유한다. 이번 기행은 의령군 대의면에서 남명로를 따라가 보았다. 도로의 상태는 삼가를 경유해 가는 국도보다 좁고 회전구간이 많지만 자동차가 거의 없는 시골길은 주변 풍광이 주는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가회면 소재지에서 영암사지 가는 길에 시도기념물 오도리이팝나무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나뭇잎 도감을 펴낸 마법의 나뭇잎(저자 : 하용식-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팝나무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며 5~6월에 흰색의 꽃이 핀다고 했다. 잎은 대생(잎이 마디마다 두 개씩 마주 붙어 남)하고 길이 3~15cm, 앞면은 녹색이며 뒷면은 연두색이고 맥에는 연한 갈색 털이 있다고 하였다. 오도리 이팝나무는 5월이면 고목 전체가 하얀 꽃잎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10월이면 꽃잎이 떨어지고 과실이 검은 보라색으로 익는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덥여 이밥, 즉 쌀밥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하며, 여름이 시작될 때인 입하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르기 시작해 입하목에서 입하나무를 거쳐 오늘의 이팝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오도리 이팝나무의 높이는 15m이며 둘레는 2.8m이다.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신령스런 나무로 여기고 있다. 꽃이 피어도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아 기이하며, 이 나무에 꽃이 활짝 피면 풍년이 든다는 풍습이 전해 오고 있다. 옛날 영암사로 가던 길에 나그네들의 휴식처가 되었을 것이다. 오도리 이팝나무를 뒤로하고 황매산로를 따라 수월령을 넘으니 황매산 모산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밭새터 마을 입구에서 작은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는 바람흔적미술관이다. 아담하게 꾸려진 작업실 건물과 바람개비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인적이 없는 미술관은 나그네들의 발걸음만 이어지고 있고 바람개비들이 미술관을 지키고 있었다. 미술관 주인과 어렵게 전화가 연결되어 사람이 없는 것을 물었더니 아무도 없이 그대로 두고 있음이 바람흔적이라고 했다. 언론에 언급되는 것을 한사코 사양했던 작가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지면에 옮기게 되었음을 양해해 주었으면 한다.

    미술관 설치작업 마당의 테마는 모두 바람이었다. 바람개비를 이용해 스쳐가는 바람의 흔적을 찾는 것이고 그다음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세지기도 하고 박자가 빨라지기도 하는 것이 깊은 산사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수월령 고갯마루에서도 들리는 은은한 범종소리, 청명한 목탁소리는 작가가 소망했던 예술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깊은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바람흔적미술관을 찾는 진정한 가치이다. 미술관을 나서는데 하늘에서 첫눈이 내리며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다.


    적연선사승탑

    적연선사승탑에 새겨진 문양



    적연선사승탑

    바람흔적미술관을 나와 영암사지 방향으로 가면 중촌리 대기마을이다. 대기마을 노인정에 들어가 적연선사승탑 위치를 물었더니 연세가 90세 된 할머니가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선뜻 나섰다.

    할머니가 가리키는 진한 녹색의 보리밭을 지나 언덕을 올라서니 승탑 1기가 부끄러운 듯 나무 사이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전체 평면이 팔각형인 팔각원당형으로 승탑의 옥신부와 상륜부가 없어지고 기단부와 옥개석만 남아 있으나 당당하다. 기단의 하대석은 각 면에 안상을 조각하고 그 안에 사자문양을 부조했으며 위에는 운룡문양으로 장식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탁본으로 남아 전하는 적연국사자광탑비의 비문에 의하면 1014년(고려 현종5) 6월에 적연선사(932~1014)가 83세로 입적하자 영암사의 서쪽 봉우리에 장사 지냈다고 한다. 이 승탑이 서 있는 곳이 영암사의 서쪽에 해당하므로, 이 승탑의 주인이 적연선사일 것이며 절집 이름도 영암사로 밝혀졌다.



    여행 TIP 맛집

    ▲모산재식당 : ☏ 055)933-1101.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1712. 영암사지 입구. 촌닭한방백숙 3만5000원. 흑돼지왕소금구이 9000원. 우렁된장+비빔밥 6000원 등 다양한 음식이 있다. 특미 우렁된장+비빔밥은 토종된장에 듬뿍 얹어주는 산나물이 미각을 돋워주고 있다. 산나물을 척척 얹어 주는 주인의 후덕한 산골인심이 음식 맛 이상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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