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후계자 김정은이 권력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셋째아들 김정은(29)에게 ‘인민군 대장(大將)’ 칭호를 안기면서 ‘3대 세습 후계구도’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경력이 일천한데다, 나이도 어린 김정은이 북한의 권력구조를 장악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많다.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후계자 수업을 제대로 밟지 못한 채 급하게 자리부터 물려받았다.
김정은은 부친이 보여줬던 것과 마찬가지로 ‘3년상(喪)’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내부에 과시함으로써 권력의 공고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의 의도대로 권력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정일이 무려 27년에 걸쳐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에 오른 데 반해 김정은은 갑자기 북한군 대장부터 됐고 기존에 없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위원장 김정일) 감투를 쓰면서 군부 2인자로 급부상했다.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속성 후계자’인 셈이다.
이에 따라 3년상 과정에서 김정은은 후견인 격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조력을 받아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정일이라는 거대한 힘의 공백이 생긴 가운데 김정은에게는 장성택 부위원장이 든든한 백이 될 수도 있지만 권좌에 오르는 과정에서 최대의 라이벌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부가 김정은을 견제하고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려고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역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이어 권좌에 올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근대 사상 초유의 3대 세습을 완성하는 것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는 19일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독자시대를 열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권력투쟁과 업적쌓기를 통해 권력을 만들어 갔지만, 김정은은 조기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외적 요소보다는 오히려 내부의 권력투쟁이 김정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규기자 sk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