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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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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을 걷다 (46. 끝)

걷고 걸어도 또 걷고 싶은 길
‘경남의 길을 걷다’ 시리즈를 마치며…

  • 기사입력 : 2011-12-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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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녕 우포늪 생명길
    지리산 둘레길.

    창원~김해 옛길 자여도의 눈 덮인 노티고개.

    하동 박경리 토지길의 한 구간인 십리벚꽃길.
     

    함안 입곡저수지 출렁다리


    고성 상족암길 자연동굴

    남해 바래길 가천 다랭이마을.


    사천 실안 노을길 일몰

    진주 가좌산 산책로.

    통영 토영 이야~길 미륵도길.


    마산 저도 비치로드 제2전망대


    통도사 암자순례길 옥련암 소나무
    창원 주남저수지 생태연못.


    합천 가야산 소리길

    함양 고운 최치원 산책길.

    진해 드림로드.

    의령 의병길의 정암루와 정암철교.

    함안 둑방길 둔치.

    의령 자굴산 산책로.



    ‘경남의 길을 걷다’는 지난 1년간 18개 시군을 직접 걸으면서 취재했다. 문화체육부 기자 5명과 사진기자 3명이 돌아가면서 45곳을 찾았다. 지난해 이맘때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으로 이달 함안 입곡저수지를 끝으로, 도내 ‘걷고 싶은 길’의 속살들을 헤집었다.

    추위와 무더위, 폭우 속에서도 걸었다. 좋은 사진을 위해 찍고 또 찍었다. 사진기자는 한 번 취재에 최소 1000컷, 4만5000컷 이상을 찍었다. 모두 경남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경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남의 걷고 싶은 길’은 이제 시작이다. 관광자원화하자는 경남도와 일선 시군의 의지에 많은 차이가 있다. 머리를 맞대고 경남의 대표상품으로 가꿔 나갔으면 한다. 1년을 돌아보며 취재기자의 후기로 연재를 마무리한다.

    ‘경남의 길’은 널리 알려진 길만 소개한 것은 아니다. 2월과 3월에 소개된 ‘이야기가 있는 옛길 자여도’편은 사라진 옛길을 소개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무슨무슨 길을 넘어, 차라리 우리 조상들이 걸었던, 스토리가 있는 옛길을 복원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대화되면서 길은 끊기고 사라졌다. 장유 적항역에서 진해 보평역 구간을 걸을 때는 길이 사라져 산속에서 한참이나 헤맸다. ‘사격훈련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군사보호구역도 모르고 들어갔다.

    김해 ‘해반천과 가야의 거리’를 탐방할 때다. 동행한 문화해설사가 반지를 잃어버렸다. 참 난감했다. 비는 오고, 걸어야 할 길은 많이 남았고…. 잃어버린 반지를 어디에서 찾나. 되돌아갔다. 다행히 멀잖은 곳에서 반지를 찾았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길 취재는 스트레스를 날리며 기분좋게 취재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다. 취재팀이 선정한 시군의 취재 코스가 대부분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예술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수 있는 곳이어서 더욱 그랬다.

    통영의 문화예술 향기와 아름다운 항구, 한산도 앞바다를 즐기면서 다녀온 ‘토영 이야~길’에서 시민들의 따뜻한 인심도 함께 느꼈다. 이순신 장군과 휘하 장졸들이 열병하던 세병관,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에서는 충(忠)을 생각게하는 장엄한 시간이 됐다.

    남해 바래길 3개 코스 소개는 곳곳에 있는 다랭이논과 마을을 체험했고, 해풍을 맞으며 그 해풍에 녹아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산청 ‘남명의 길’에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구형왕릉길’에서는 구형왕의 애민정신을 체득했다.

    함양 ‘고운 최치원 산책길’을 탐방할 때다. 산길을 접어들자마자 뱀을 만났다. 이놈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오랫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서야 놈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탐방 시작과 함께 만난 반갑지 않은 놈으로 인해 취재가 끝날 때까지 또 나타나지 않을까 잔뜩 신경이 쓰였다.

    창녕 남지 ‘개비리길’에서 만난 비는 차라리 반가웠다. 시작할 때 가랑비가 중간쯤 걸었을 때 폭우로 변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이런 경우, 아예 비를 맞자고 작심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적한 산길, 비 맞고 걷는 낭만도 산행의 또 다른 맛이고, 추억 또한 오래간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둘레길을 3박 4일간 걸었다. 산청의 수철마을에서 전북 남원의 주천마을까지 5개 구간 장장 70㎞였다. 특전사 출신의 사진기자와 철인 3종을 완주했던 체육 담당 기자였지만, 하루 20㎞ 가까이 산길을 걸어야 했던 강행군은 만만치 않았다.

    특전사 출신은 하루 만에 무릎 관절에 부상을 입었다. 둘째 날 시골의 작은 약국에서 구입한 약으로 투혼을 불살랐다.

    하지만 산청의 한 산골마을에서 보았던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빛, 정을 담뿍 담은 산골 민박집에서의 아침상, 인월읍 장날에 맛보았던 푸짐한 순대국밥까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길은 걷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기자에게는 기사를 쓰기 위한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새삼스레 알게 됐다. 덕분에 무작정 걷는 데만 집중하던 보행자에서 길의 앞뒤 좌우, 지나간 사람들과 지나갈 사람들, 그리고 넓게는 길을 벗어난 인근 명소까지 신경을 쓰는 꼼꼼한 산책자로 탈바꿈했다.

    돌이켜 보면 신록이 푸르고 낙엽이 물들고 꽃이 피는 때에 맞추어, 계절별로 길의 목록을 정해 기사를 썼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장마철 진해드림로드 위에서 온몸이 장대비에 함빡 젖을 때는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에 왔다면, 입곡저수지의 매서운 칼바람에 얼굴조차 들 수 없었던 날에는 볕이 따가운 여름날에 왔다면 하는 식으로.

    33.8㎞에 달하는 둑 위에서 대지가 불타는 듯한 일몰을 바라본 함안 에코싱싱로드, 담요 위를 걷는 듯 홍류동 계곡을 곁에 두고 걸어본 가야산 소리길, 첩첩산중인 듯 고요한 봉암수원지길의 정취에 흠뻑 취했던 날은 개인적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취재팀이 걸었던 길 중에는 고즈넉한 길도 있었지만 차량이 많이 다녀 위험한 길도 많았다. 탐방을 하기 전 반드시 안전을 위해 챙겨 봐야 할 사항이다. 또 탐방지에서 만나는 마을과 주민들에게 불편을 줘서도 곤란하다.

    지난 1년 동안 ‘경남의 길을 걷다’를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글=김용대·이학수·조윤제·김유경기자

    사진=전강용·김승권·성민건기자






    ★ 경남의 길을 걷다’를 읽고- 유영은(경남도 관광진흥과)

    ‘사람들이 길을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다’로 시작하는 경남신문의 길 연재가 시작된 지 1년이 되었다. 도청의 도보여행길 홍보담당으로서 이 코너를 애독해 왔는데 끝난다 하니 아쉽다. 알려진 길이든, 알려지지 않은 길이든 경남의 구석구석 숨은 둘레길까지 찾아내고 직접 탐방하는 수고를 마다 않은 취재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름다운 길 풍경 사진이 곁들여진 꼼꼼한 기사를 읽노라면 저절로 떠나고 싶었다.

    도보여행의 매력은 느림의 미학에 있다. 자연과 이야기가 담긴 길 위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자기 자신을 만날 수도 있고,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속에 담아올 수도 있다.

    인간이 하는 운동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운동이 바로 걷기운동이라고 한다. 경남에는 제주올레길 못지않은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 무수히 많은 도보여행길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길을 거닐다 보면 잊고 있었던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돕고자 경남도는 지난해 ‘경남의 걷고 싶은 길’ 가이드북과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올해는 스마트폰용 QR코드 접속 모바일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현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석구석을 친근하게 안내하지 못한 가이드북을 보완이라도 하듯, 현장을 스캔한 것처럼 담아낸 기사는 길을 걸을 때 주의사항이나 숨겨진 재미를 소개하고, 경관 포인트 등을 아주 상세히 안내해 주었다.

    가이드북 수정판에는 경남신문에서 알려준 팁을 소개하고, 코스별 기사를 ‘경남의 걷고 싶은 길 홈페이지(http://gil.gntour.com)’에 바로 연결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남의 길을 즐길 수 있게, ‘경남의 길 홍보대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도내에는 관광테마가 산재해 있다. 앞으로도 경남신문에서 무궁무진한 여행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개, 도민의 주말을 알차게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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