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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

  • 기사입력 : 2012-01-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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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이 전라남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다. 변변히 머물 곳도 없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던 정약용은 당시 동문 밖 주막집에 작은 서당을 열었는데 더벅머리 소년이 주뼛댔다.

    “선생님 제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너무 둔하고, 두 번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세 번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선생님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나요?”

    다산은 1802년 그곳에서 열다섯 소년 황상을 만난다. 그는 자신의 독창적인 교육법을 통해 제자들을 키워냈는데 그 제자 가운데 황상이 있다.

    시골 아전의 아들이던 황상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 정약용의 ‘삼근계(三勤戒)’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평생 공부에 매진했고,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한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요즘 나는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가 쓴 ‘삶을 바꾼 만남’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산의 자취를 추적해 사제지간의 만남을 시작부터 끝까지 정리한 책인데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듯하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황상은 다산을 만남으로 해서 시골 아전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좋게 만났든 나쁘게 만났든 그 끝이 나쁘다면 악연이다. 그 악연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둥대고 몸부림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사주를 감명하다 보면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며칠 전에는 올해의 운을 알고 싶어하는 38세의 근심이 많은 직장여성을 만났다. 직장에서 자기편은 없고 모두 힘들게 하는 사람들뿐인 것 같다고 한다.

    특히 사사건건 트집 잡는 상사로 인해 죽을 맛이라고 한다. 상사가 괴롭히니 동료들도 슬슬 피하고 아주 외롭다. 대화할 사람도 별로 없고 점심도 혼자 먹을 때가 많다. 한마디로 왕따라고 한다. 직장 상사와의 악연이 언제까지인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올해도 이렇게 힘들 거라면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못할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이 여성의 사주를 보니 조금 게을렀다. 그래서 물어보니 아주 사소한 일에도 귀찮아한다고 했다. 그러니 상사든 동료든 본인에게는 무엇을 부탁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은 자신이 주위에 한 행동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어쩌면 그 상사는 이 여직원을 만난 것을 악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게을러서 환영받을 곳은 없으니 부지런해야 된다.

    황상은 스승이 써준 삼근계를 평생 어루만지며 살았다. 나중에는 종이가 너덜너덜해져 누더기가 다 되었다. 이를 본 다산의 아들 정학연은 그 글을 다시 친필로 써주었을 정도였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사무실을 나서는 이 여성에게 나도 다산의 삼근계를 써주었다. 부디 가슴에 아로새겨서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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