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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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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병관(시인)

  • 기사입력 : 2012-01-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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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 넘치는 세상, 그게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다들 가난했던 옛날에는 이웃간에 떡이나 고구마도 나누어 먹으면서 의좋게 지냈는데 요즈음은 아파트 아래위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인정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푸념이 많다.

    사랑과 감사를 주고받으면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예전보다 정이 메마른 사회가 된 것은 착한 사람이 줄어든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남의 불행을 차마 내버려 두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사람의 성은 원래 악하여 선하게 되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 해 성악설을 주장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는 각자의 선택일 터이고 다 맞는 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새삼 이 문제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듯싶다.

    언젠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한잔하면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정말 평화로운 땅이 되기 위해서는 동물 중에서도 제일 악한 인간이 멸종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술김에 다들 ‘그래 맞아. 인간이 문제야’ 하며 맞장구를 쳤다.

    역사 이래 무참한 전쟁과 살상이 그친 적이 없는 세상, 그리고 칼을 만들고 총을 만든 것도 성에 차지 않아 경쟁적으로 핵폭탄을 만들어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더 성능 좋은 살상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 사랑이 넘치는 지구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세상 일이 어디 악한 일 뿐이던가? 우리 사회가 옛날에 비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사람과 눈물나는 이야기들이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추위를 녹이는 온기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 4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진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정말 따뜻한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이면서도 다시 신학을 전공해 사제 서품을 받자마자 멀고 먼 아프리카 수단 톤즈로 파견을 자청하여 달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픈 사람에게 의료봉사로 헌신해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장암이라는 불치병으로 생을 마감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오지 여행가이면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활동한 한비야의 선행도 우리는 알고 있고 그 외에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정상적인 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첨단 의술로 온전한 새 삶을 찾아주기 위해 피범벅이 된 아이 몸을 소중하게 만지면서 최선을 다하는 의사선생님들, 결국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함께 희망을 되찾은 아이 엄마가 이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간호학교를 만들겠다는 메디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쑤시개를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지독하게 검소한 부부가 카이스트에 수백억원을 서슴없이 내놓았는가 하면, 기부천사로 이름난 가수와 유명 배우들의 선행도 잇따르고 있다. 연말 자선냄비에 깜짝 놀랄 고액기부를 이름 숨기고 낸 분도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너무 너무 고맙다.

    그동안 고맙게 베풀어 준 분들이 참 많았는데 고맙다는 말을 너무 아낀 것 같다. 부모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친구, 직장동료,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이 다 고마운 분들이었는데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못하고 살았으니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병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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