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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 박현안(전 경남은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2-02-0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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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지금껏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다. 글의 위력을 깊이 체험하고 가슴속, 뼛속까지 느낀 것은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이다.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가 우리나라 특수학교, 특히 청각장애인 학교와 복지시설 등을 휘정거리고 있다. 처음에는 소설 도가니의 배경이 된 호남의 중심도시인 광주 모 특수학교라고 하더니 후에는 학교 이름을 거론하며 성토하였다. 그래도 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별반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여파가 영남지방으로 넘어와 울산에서도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성폭행 문제가 불거졌다고 경남신문에 보도됐다.

    광주에서는 교원이 청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하고, 울산에서는 동성애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남자 중학생이 남자 초등학생을 생활주거시설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고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심각한 사실로 드러나면 시설의 폐쇄조치도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먹다짐이나 폭행과는 달리 성문제는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생의 성장과정에서 성기로 쾌감을 느끼는 기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시기는 개인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대체로 사춘기가 되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부모를 떠나 복지원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학생들이 동성친구들의 신체에 호기심을 갖고 친구의 신체를 만지며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이런 장난을 성폭행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닌지 의구가 가시지 않는다. 청각장애아동들의 불완전한 수화표현, 이를 통역하는 통역사의 잘못 판단한 내용이 아닌지. 수화통역은 청각장애인들의 문화를 잘 알아야 바른 통역을 할 수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적어도 십년은 청각장애인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익혀야 바른 통역이 가능해진다.

    대학에서 복지를 전공하고 복지원에 오는 복지사들은 대우문제와 근무조건 등으로 이직을 자주 하였다. 평생을 장애인들과 같이하며 그들의 복지문제에 작은 도움을 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대우문제가 다소 좋아졌으나 그래도 복지원을 평생직장으로 보는 사람이 적어 한 직장에서 10년을 넘기는 사람이 드물었다.

    경남신문(1월 18·19일)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내가 한때 몸담아 봉직하던 복지원인 것 같다. 반세기가 넘도록 오직 장애인들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온 설립자들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느낌이 든다.

    60~70년대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며 청각장애인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키워온 학교다. 좋은 일 잘한 일은 어디론가 파묻혀버리고 조금 잘못한 것은 들추어내어 침소봉대하여 보도하며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세태를 보는 심정이 어떨지.

    이런 글을 쓰기가 망설여지고 아주 조심스러워진다. 자칫 잘못하면 본의 아니게 당사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이 중립적 객관적으로 진술한다고 해도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이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절규가 내 귀에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는 벼룩 잡으려다가 집을 태우는 어리석은 일은 피해야 한다.

    박현안(전 경남은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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