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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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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고성 소담카페수목원

산과 바다 어우러진 숲, 그리고 한잔의 차

  • 기사입력 : 2012-02-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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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과 바다에 둘러싸인 풍경이 아름다운 고성군 동해면 외산리 소담카페수목원.
    카페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카페 내부.
    독일에서 공수해온 캠핑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는 나름의 이유가 다 있다. 분위기, 맛, 서비스, 또는 위치와 가격 경쟁력 등등. 대부분 손님들은 이러한 것들을 돈을 지불하는 대가로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카페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위화감이 들기 마련이다. 아늑한 분위기도, 앙증맞은 찻잔도, 부드러운 커피 맛도 지금 잠깐 내 앞에 있을 뿐 본래 생판 모르는 타인의 것이 아닌가. 손님으로 찾은 카페에 대한 관심이 애정이 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 손님들을 마치 오랜만에 집을 찾는 친구처럼 편하게 맞는 카페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고성군 동해면에 위치한 ‘소담카페수목원’.

    샛주황색 동진교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외부 풍광은 물론, 세계 각국의 소품과 가구로 꾸민 내부는 외국잡지에서 갓 튀어나온 것처럼 운치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카페는 관심만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카페 건물 뒤편으로는 노부부가 30년간 손수 가꾼 수목원이 펼쳐져 있고, 자연을 찾아온 이들을 배려한 인테리어는 물론 오토캠핑카, 야영캠프지도 제공하고 있다. “숲과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통해 위로와 치유가 되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주인장의 ‘아름다운’ 고집에 고마움마저 느껴진다.




    ◆30년 세월과 동업해온 수목원

    ‘수목원은 세월과 동업하는 사이다.’ 카페 주인장의 아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말 그대로 이 카페수목원은 30년간 세월과 동업해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 1978년 아들이 태어나면서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대한항공 사무장이었던 성만기(67)씨는 비행기로 해외를 700바퀴를 돌며 고향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행지를 가봐도 자신의 ‘우주’였던 고성 동해면의 아름다움에 못 미치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고향 야산에 수목원을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아들이 태어나는 해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성씨는 “혼자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거창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조금씩 아들이 자라는 만큼의 세월을 풀과 나무를 가꿔서 아들에게 보여주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성씨는 스튜어디스였던 아내와 휴일마다 비행기로 진주로 내려와 야산에서 나무를 심고 가꿨다. 야산을 해치지 않기 위해 길 내는 것 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또 예쁘게 키워진 나무가 아닌 나무 종자를 사서 심었다. 보이는 수목원의 아름다움 대신 심고, 자라고, 키우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것을 버린 곳, 때문에 ‘수목원’이라고 해서 사시사철 꽃을 볼 수는 없다.

    대신 계절별, 시기별 숲 그대로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기자가 찾은 겨울철의 숲은 삭막한 듯했지만, 꽃잎을 벗은 숲 본연의 모습을 엿보고 온 듯 색다른 산책이었다. 주인장은 “사계절 소담수목원을 찾아봐야 진짜 수목원을 봤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수목원은 아직 매일 성장하는 중이다. 30년간 가꿨지만 혼자서 일궜기에 아직 울창함과 다양성이 미흡하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성씨는 “외국에는 수목원이라고 하면 100년이 넘어야 한다”며 “우리 수목원도 그쯤 되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수목원이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목원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소피스트 로드(철학자의 거리)를 모토로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수목원 관람은 무료이며, 10만㎡의 수목원 산책로는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2시간가량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카페

    그렇게 수목원과 함께한 세월이 30여 년, 성씨는 퇴직한 2002년도에 수목원 아랫자락에 작은 카페를 짓고 수목원도 함께 공개했다. 이름은 ‘작고 담박한’이라는 뜻의 ‘소담’이다. 말 그대로 카페는 작고 아담하다. 숲의 품 안에 안긴 듯,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 위 동진교와 어우러져 덩그러니 세워진 카페는 촌스러운 듯한 ‘OPEN’ 네온사인을 반짝이며 손님을 맞는다. 내부에는 6~7개의 테이블이 전부. 카페 테이블과 의자, 소품들은 모두 성씨 부부가 해외를 다니며 사들여 온 것이다. 카페 안 김태홍 화백 등 지역 화가들이 그린 소담카페수목원의 절경도 볼거리다.

    카페의 주력 메뉴는 6가지 열대과일과 허브를 말려서 우려낸 과일 허브차다. 커피, 매실 등 마실거리와 와플 등의 간식도 판매한다. 가격은 5000~6000원대다. 카페는 오전 11시부터 일몰 때까지만 운영한다.

    카페 위편에는 조금 큰 규모의 레스토랑도 오픈 준비 중이다. 연두색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이 레스토랑에서는 오래된 난로를 들여 별미로 군고구마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캠핑카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하룻밤

    카페와 수목원 외에도 자연과 함께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주인장이 독일에서 공수해온 캠핑카에서 자연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캠핑카는 5인승이며, 침대 5개는 물론 싱크대, 샤워실, 냉장고 등 모든 편의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수목원에 캠핑카는 1개뿐이기 때문에 캠핑카에서 자면 하룻밤 수목원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캠핑카 앞에는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 나무테크도 지어져 있다. 성씨는 “도심의 삭막함과 인위적인 것에 지친 이들이 와서 자연에서 치유받고 가길 바라서 이 같은 시설도 마련했다”며 “수목원을 가꾸고, 차를 대접하고, 자연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치유받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다면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핑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 하며, 주중에는 12만원, 주말에는 15만원이다.

    카페수목원을 찾기 전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가는 만큼 더 즐거운 여행길이 될 것이다. 카페주소 http://www.sodam.org/


    글= 조고운기자·사진= 김승권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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