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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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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94) ‘통섭(統攝)’에서 찾는 공감 글쓰기(상)

말 잘하고 글 잘쓰는 비결이 무엇일까

  • 기사입력 : 2012-02-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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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섭’ 강의로 주목받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그가 쓴 책 ‘다윈 지능’의 표지사진.



    글을 쓰는 게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신문활용교육을 할 때마다 신문 읽기를 생활화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학생들은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쓰는 글이 잘 쓴 글인지, 통섭(統攝) 강의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를 예로 들어 살펴볼게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합니다. 최 교수의 강연 기법과 칼럼을 통한 글쓰기 방법을 2회에 걸쳐 다룹니다.


    논술에서도 통섭 활용 글쓰기 부각

    최재천 교수는 생태학자 또는 개미박사로 불렸지만, 2005년 우리나라에 ‘통섭’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조명받기 시작해 지금은 통섭학자로 불리고 있다. 그가 전공분야에서 이룬 학문적 업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통합·융합·통섭. 비슷하지만 다른 이 용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통합(統合)은 ‘둘 이상을 하나로 모아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물리적으로 합치는 과정이다.

    융합(融合)은 ‘둘 이상이 녹아서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핵융합·세포융합 등 화학적 결합을 말한다.

    통섭(統攝)은 ‘둘 이상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원래 구성 성분을 잘 섞은 새로운 조합을 탄생시키는 것’을 이른다. 단순하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지식이 탄생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통섭은 소통의 속성과도 접점을 이룬다.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논술에서도 통섭을 활용한 글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절묘한 만남

    오늘 다룰 주제는 최재천 교수가 강연을 통해 펼치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이다. 오래된 신문을 일일이 뒤져보기는 어려울 테고, 먼저 인터넷에서 ‘최재천’을 검색해 보자. 다윈의 진화론, 통섭 등에 관한 기사와 글, 그리고 그가 펴낸 책에 관한 내용이 아주 많이 뜰 것이다.

    검색에서 찾은 내용만으로도 수십 권의 책을 읽은 것과 맞먹는 지식 정보를 얻게 된다. 어쩌면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인문논술뿐만 아니라 수리논술 중에서 과학논술을 쓸 때 도움 될 ‘글쓰기 방법론’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주장한 전문가의 글이나 강연 중에서 압권은 아마 ‘존경하는 김연아님’이라는 최 교수의 강연일 것이다.

    그는 EBS 기획특강에서 솔트레이크시티 세계선수권대회 때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2, 3위 선수들의 점수와 비교해 보여주면서 톡특한 어투로 얘기했다.


    다른 주제 같은데 연관 있는 얘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웬 김연아가 등장하느냐고 의문을 갖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혀 다른 주제인 것 같지만 연관이 있는 것, 이게 바로 통섭이다.

    그의 강연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 김연아님 점수를 보세요. 76.28입니다. 거의 2, 3등과 18점 차이입니다. 저건 신입니다. 우리 5000년 역사에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세계를 이겨본 적 있습니까? 우리가 저분 도와드렸습니까? 혼자 죽을힘을 다해 했습니다. 지금 저보다 나이 어린 후배 교수들 중에 확실하게 밀어주면 노벨상 탈 만한 사람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밀어주지를 못해서 못 타는 겁니다. 정부가 좀 과감하게 지원하면 안 될까요? 사교육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육이 우뚝 서면 사교육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투자해 학교에서 선생님 세 분이 아이 다섯 명을 가르치면 사교육은 사그라지는 겁니다. 그 돈 얼마면 될까요? 지금처럼 깔짝깔짝 쓰지 말고요, 수십조를 그냥 퍼부으면 기가 막히게 잘될 것 같아요. 수십조라는 돈 없습니까? 강바닥에 지금 수십조를 갖다 부었습니다. 저는 ‘강에다 붓지 말고 학교에다 부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살았습니다.”

    그 강의를 듣는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맛깔나는 통섭 강의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이나 사안을 예로 들어 주제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강연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글을 쓸 때도 이러한 통섭 이론을 접목한다. 말이 글이고, 글이 말이니까.


    논술 쓸 때 구체적 대안 찾으려면

    강연 중 또 다른 대목을 소개하자. 그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논쟁거리와 갈등 구조에 관해 자기 생각을 밝힐 때도 통섭이 들어가 있다. 다윈의 진화 이론을 몇 분 동안 흥미있게 얘기한 뒤에, 공감이란 이슈를 접목해 정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한다.

    “물론 개발하지 않고 살 수 없습니다. 문제는 자연의 경우 한 번 훼손하면 다시 복원하기 힘든 만큼 훼손하려는 쪽에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부담을 져야 하는데 우린 그게 거꾸로 돼 있습니다. 개발함으로써 당장 경제적으로 더 부유해질 수 있지만 보존함으로써 더 큰 혜택을 볼 수도 있는데, 우리 결정 때문에 후손들은 그걸 모두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4대강 개발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의 이러한 말에서, 학생들이 논술을 쓸 때 ‘구체적 대안’을 어떻게 가져올까’ 하는 고민을 떨쳐주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단편적 지식만이 아닌 독서를 통한 지식의 축적이 전제돼야 한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와 최 교수의 칼럼 글을 통해 본 글쓰기 기법은 다음 논술탐험 시간에 구체적으로 설명해 볼까 한다.

    편집부장 sim@knnews.co.kr


    *참고 자료 : △EBS 기획특강 ‘공감의 시대, 왜 다윈인가’ △지식의 대통합, 통섭(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다윈 지능,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최재천, 사이언스북스) △통섭의 식탁(최재천, 명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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