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금요칼럼] 졸업식- 천영훈(연극협회 경남지회장)

지나친 뒤풀이 대신 신나고 즐거운 축제가 되기를…

  • 기사입력 : 2012-02-10 01:00:00
  •   



  • 졸업 철이다. 모처럼 일찍 귀가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내미에게 졸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흔히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졸업빵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랬더니 딸내미가 스마트폰에서 알몸 졸업식 그 사진을 보여준다. 순간 딸내미도 이것을 따라하려고 준비한 게 아닐까 내심 걱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딸내미는 자기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함께 어울리다 보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를 일이기에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고 친구 의리를 이야기하고 사회도덕과 공공질서라는 걸 이야기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와 도리를 이야기한다. 짜증 내지 않고 얘기를 듣는 딸내미가 대견스럽고 고맙기도 하다.

    졸업식이라는 것은 졸업장을 수여하는 의식으로 모든 교과과정을 마치고 한 단계 더 성숙해 새로운 진로를 밝혀 주는 중요한 단계적인 행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졸업식은 학생들이 모교생활을 마치고 희망을 안고 교문을 나가도록 하는 가장 인상 깊고 즐겁고 희망에 넘치는 학교의 연중 최대의 행사라 할 수 있는 동시에 졸업생에게는 가장 중요한 관문을 돌파하는 과정일 것이며 그들의 인생에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이다. 졸업식을 영어로는 ‘커멘스먼트(commencement)’라고 부르는데 그 본래의 뜻은 개시, 시작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졸업은 한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시작하는 성숙과정일 뿐이지 절대 끝이 아니다.

    그런데 근래의 졸업식 풍경은 졸업식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서로에게 무차별적으로 밀가루와 계란을 투척하고, 심지어 토마토케첩, 간장, 까나리 액젓으로 덧입히고, 교복을 발기발기 찢는가 하면 또 알몸 졸업식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였던가? 집 앞 공원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 점잖게 타일렀더니 참견하지 말란다. 참 어이없던 기억이다. 그래서 인근 지구대로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일등만을 강요하는 부모들의 지나친 성적 위주의 강요와 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으로 인한 반항으로 여겨진다. 아니 학생들이 이런 난동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도록 한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한편으로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기도 하면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도를 넘는 행동들이다. 교육 당국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졸업식 일탈 행동을 막기 위해, 올해도 졸업식장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참으로 볼썽사나운 광경이지 않는가? 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지나친 졸업식 뒤풀이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한다. 졸업식 알몸 뒤풀이를 ‘범죄’로 보겠다는 것이다. 대구 경찰은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알몸 뒤풀이나 폭력성이 강한 뒤풀이는 형사처벌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렵고 힘들게 공부해 그 관문을 통과하는 축제의 장인 졸업식에서 범죄자로 전락하는 실수를 범하기보다는 좀 더 생각하고 고민하면 졸업을 얼마든지 축제로 승화시켜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이곳저곳에서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뉴스를 통해 들려온다.

    졸업식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졸업생이나 후배들이 힘을 합쳐 모든 세대가 다 이해할 수 있고 박수쳐 줄 수 있는 젊고 발랄하고 패기 있는 신나는 졸업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천영훈(연극협회 경남지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영동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