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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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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이들 소리가 사라지는 나라- 임미란(시인)

  • 기사입력 : 2012-03-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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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일이다. 면 소재지에 있는 한 중국 음식점에 갔더니, 초등학교 졸업식이라며 꽃다발 사이로 학부모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왁자하다. 하도 단출해 보여서 졸업생이 몇 명이냐고 물어 보니 전부 5명이라고 한다. 그 면 소재지는 초등학교가 단 두 곳뿐이니 참 귀한 아이들이다.

    길거리나 집 주변을 둘러보아도 임신한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사는 곳은 소도시라 신생아를 받아내는 분만 산부인과가 사라진 지 오래다. 분만이 임박한 임산부들은 분만실이 있는 근처 대도시로 급히 가야 하는 실정이다. 그에 반해 노인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은 2배로 증가했다.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되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 인구 기구에서 발간된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데 세계 순위로 따지자면 26위라 한다. 전체 인구 수보다 더욱 주목받은 부분은 세계 186개 국가 중 184위에 기록된 저출산율이다.

    저조한 출산율로 2025년부터 유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향상된 의료시설 덕분에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노인 인구 비율이 14.3%까지 치솟아 본격적 고령사회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이전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를 내건 가족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했는데 최근에 이르러 다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180도 바뀌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사회가 우리나라의 경제 및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젊은 노동 인력 2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니, 정부나 젊은 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게 분명하다.

    인구가 감소하면 기업 매출이 떨어져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면서 여생이 불안한 노인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청년들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으니 경제 침체 악화가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나 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자녀의 출생에서 대학 졸업까지 드는 총 양육비는 대략 2억7만원 정도라는데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 사정과 많은 교육비와 그에 따른 양육문제가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삶의 질 향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원하고 부부 중심 가족생활을 선호한다. 또한 독신 증가와 높은 이혼율, 고학력 여성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저하된다고 한다. 대다수 젊은 세대들은 아이를 낳아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어 한다.

    산업화에 따른 이농, 이탈 현상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적어 자연스레 농어촌의 인구 감소를 불러왔다. 게다가 농촌은 보육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으니 출산과 육아, 교육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출산 시 생업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한다.

    대다수 보육시설은 시내나 면 단위에 집중되어 있고 면 단위 이하는 아예 시설이 없거나 통학 거리가 멀어서 차량운행도 되지 않는다. 획일적인 제도보다 농어촌 실정에 맞는 맞춤형 보육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골마을에 가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뿐이니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끓어진 지 오래다. 예로부터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 했다. 식량을 생산하는 일이야말로 나라의 근간이 아닐 수 없다. 농어촌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마을마다 퍼져 나가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갖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내일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임미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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