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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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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창녕 화왕산 관룡사

웅장한 자연에 안긴 산사는 소박해 더욱 기품이 있다

  • 기사입력 : 2012-03-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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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녕군 화왕산 관룡사. 절 뒤로 관룡산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어 올려다보는 풍미가 있다.
     
    관룡사 용선대 석가여래좌상.


    내비게이션에 ‘관룡사’로 검색하니 바로 뜬다. 이렇게 유명한 곳이었던가? 처음 지인의 추천으로 관룡사를 취재 대상으로 정할 때까지만 해도 관룡사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여행에 흥을 깰까 일부러 인터넷에 검색은 해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에서 내려오니 ‘화왕산’과 ‘관룡사’ 안내표지가 있다. 국도5호선을 따라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로 향했다.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쉬웠고, 절 입구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에 후회했다. 차를 좀 더 아래쪽에 두고 걸어오르며 천천히 봤어야 했다.

    처음 본 관룡사는 웅장했다. 절 뒤로 관룡산(혹은 구룡산)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었다. 산에 오르면 내려다보는 맛이 있는데, 이곳은 올려다보는 풍미가 그 이상이다.

    절을 올려다보니 가파른 돌계단 저 멀리 문이 보인다. 앙증맞은 기와를 얹은 문. 높지 않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문을 지나면 절 입구까지는 돌담길이다. 돌담을 따라가며 바라본 절은 역시 웅장하다. 종각 지붕이 부리부리하게 치켜뜬 눈썹 같다.

    드디어 입구. 입구는 대웅전의 정면이 아니라 오른쪽에 나 있다.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천왕상은 없다. 문을 지나니 원음각이 있다. 조선 인조 12년(1634년)에 건립된 누각이란다. 예전에는 이곳을 통해 대웅전에 올랐다고 하나 지금은 막아놓았다.



    원음각을 지나 곧장 가면 약사전이 있다. 큰 지붕에 비해 전각 자체는 조그맣다. 약사전 안에는 고려시대 불상인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전각과 불상 모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돼 있다. 약사전 앞에는 언뜻 보기에도 오래돼 보이는 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양식이란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다. 불과 전각 2곳을 봤을 뿐인데 곳곳이 문화재다.

    여래좌상에 합장하고, 탑돌이를 한 후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 역시 보물(제212호).

    관룡사는 볼 관(觀), 용 용(龍) 자를 쓴다. 신라시대 8대 사찰 중 하나였으며, 원효대사가 제자 1000명을 데리고 와 화엄경을 설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원효대사가 제자와 함께 칠성 100일 기도를 마친 날, 화왕산 정상 월영삼지에서 아홉마리 용이 승천하는 광경을 보았다고 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 이름도 관룡산 혹은 구룡산이라고 부른다.

    아래에서 본 관룡사는 병풍처럼 펼쳐진 관룡산 덕분에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막상 경내에 들어서면 넓지 않은 곳에 종각, 원음각, 삼층석탑, 대웅전, 칠성각 등 수많은 전각과 탑, 부도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전각 내부도 이채롭다. 화려한 불상과 탱화는 물론이고 선사들의 목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웅전만 보지 말고 모든 전각의 안팎을 구석구석 찾아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절이다.

    관룡사 자체도 훌륭하지만, 관룡사 서편 절벽에 자리 잡은 용선대 석가여래좌상도 꼭 보기를 권한다.

    대웅전 서편 요사채를 돌아가면 용선대로 가는 길이 보인다. 시간상으로는 10여 분. 올라갈 때에는 모르지만, 내려올 때 보면 새삼 그 가파름을 깨닫게 된다.

    숲길을 따라 용선대 근처에 가면 목재데크를 깔아놓았다. 아직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쯤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절벽 위로 석상이 빛을 발한다. 이 불상 역시 국가지정문화재(보물)이다.



    용선대 바로 아래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화왕산 정상까지 닿는 길이고 왼쪽이 용선대로 오르는 길이다. 우연의 산물이겠지만, 화왕산 정상쪽을 바라보는 듯한 커다란 바위가 눈길을 끈다. 이스터섬의 거석상 옆얼굴 같은 모습이다.

    안 왔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멋지다. 넉넉한 미소의 풍채 좋은 석가여래좌상도 멋지지만 풍광이 더욱 멋지다. 불상 뒤편으로 푸른 산줄기 한가운데로 유난히 하얀 빛깔의 화왕산 정상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동정호(호수)가 보인다. 왼편으로는 관룡사를 감싸고 있던 병풍석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로는 관룡사 전각 지붕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용선대 불상은 관룡사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석불이 응시하는 곳은 해가 뜨는 동쪽이란다. 그래서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새해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용선대에 오른다고 한다.

    다시 관룡사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화장실을 지나 오른쪽 오솔길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붉은 빛을 띠는 샘이 있다고 한다. 철분이 많아서 그렇다는데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하산했다. 그만큼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왠지 갈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것만 같은 절이다. 관룡사에만 보물이 4점이나 있다는데, 실은 절 자체가 보물이요, 풍광 역시 보물이다. 혹자는 가을에 오면 좋다는데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을 것 같다.

    글=차상호기자·사진=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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