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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쉬운 이름이 성공의 지름길

  • 기사입력 : 2012-03-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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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김종민, 은지원 B: 박재완, 이주호, 유영숙, 최광식, 김성환.

    A는 인기 연예인이고, B는 국무위원들 이름이다. 직업은 다르다. 공통점은 둘 다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선택되었든, 고위 관료로서 선택되었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전자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연예인이 되었으니 성공한 것이고, 후자는 장관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양자 모두 쉬운 이름을 가진 게 공통점이다.

    최근 ‘실험사회심리학회지’에 발표된 호주 멜버른대 심리학과와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친구도 많고 직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다.

    연구팀을 이끈 ‘사이먼 라험’교수는 “발음이 어려운 특이한 이름보다 발음이 쉬운 이름이 주위에 좋은 이미지를 형성시켜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며 “미국 변호사 500명 중 부르기 쉬운 이름을 가진 변호사가 어려운 이름의 소유자들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은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부르기 쉬운 이름의 긍정적 효과는 정치인들의 득표율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정치인 중에서도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의 득표율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장된 주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음하기 쉬운 회사 이름의 주식이 훨씬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요즘 작명을 하다 보면 예전과 많이 다름을 실감한다. 1948년엔 ‘영수’와 ‘순자’가 , 1958년에는 ‘영식’과 ‘영숙’이 가장 흔했다고 대법원 통계자료에 나와 있다. 2009년에는 ‘민준’과 ‘서연’ ‘지훈’ ‘준서’ 등이 많음을 보인다. 철수와 영희 같은 이름은 이제 신생아 이름으로서는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다. 시대적 현상이겠지만 세련되고 지성미가 풍기며 부드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선호한다.

    요즘은 자식을 하나 아니면 둘 정도밖에 낳지 않으니 특별하고 유별난 이름을 선호한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 친근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은 위험하다는 인상을 준다고도 하니 특별한 이름보다는 평범한 이름이 좋은 이름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특히 정치인이나 유명인으로 키우려면 더욱 평범한 이름으로 가야 좋을 듯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일상성보다 특별함이 강조되어야 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분야인 경우다.

    예를 들어 신경외과 의사나 판·검사, 항공기 조종사, 생명정보학자 등의 이름이라면 ‘하늘’, ‘보미’와 같은 친근한 이름보다 좀 더 권위가 있다고 느낄만한 이름이면 좋겠다.

    우리는 이름만 듣고도 상대방의 직업이나 생김새며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인간 정신이 가진 기본적 오류에 기인한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 그래서 친근하지 않고 세련된 듯한 이름, 혹은 나와 동떨어져 있어서 좀 더 전문적인, 뭐 그런 식의 잘못된 연결 인식이 우리의 뇌 속에 존재한다. 그게 꼭 들어맞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짐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4·11 총선에서는 또 어떤 이름을 가진 사람이 웃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고배의 쓴잔을 마셔야 할지 나는 온통 그 생각 밖에 들지 않으니 직업은 속일수가 없나 보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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