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여기까지’의 의미- 구자천(신성델타테크㈜ 회장)

  • 기사입력 : 2012-03-26 01:00:00
  •   



  • 우리에게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것은 빨간 향기의 설중매, 그리고 하얀 내음의 목련꽃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만큼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곳은 드물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기업 활동을 하는 우리들은 봄 내음에 취해 잠시 행복에 빠지기도 한다.

    경제상황의 불확실성과 더욱 거세지는 품질, 원가 압력 속에서도 잠시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것은 이런 계절의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까지 가야 할 것인가? 우리 삶의 가치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바쁜 일상에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세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Bible)에 나오는 인물을 통해 삶의 가치를 조명해 본다. 모두가 잘 아는 모세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서 자기 백성을 노예생활에서 살려내기 위해서 애굽 땅에서 백성을 데리고 탈출하기 시작한다. 엄청난 기적을 행했다. 바다를 가르고, 바위에서 물이 나오게 하고, 하늘에서 만나를 내리게 하고….

    40년이란 긴 세월 동안 광야에서 고생하면서 자기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왔던 그가 진작 그들이 원했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엔 들어갈 수 없었다.

    온갖 고통과 아픔 속에서 백성을 위해 생명을 다해 자기 일을 다해 왔지만, 그는 당신의 제자인 여호수아에게 가나안 입성의 영광을 넘겨주었다. 백성을 탈출시켜 훈련시키고 단련시켜서 다음 전쟁에서 승리케 하고 새 민족을 이루게 하는 기초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신의 세대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소를 제공해 준 것이다.

    이 현상을 짧은 안목으로 보면 실패의 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능력이 있는 지도자인 그가 마지막 영광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성경이 기록한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살았으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의 역할이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 꼭 내가 모든 것을 다 이루어야만 하는 사람, 다른 사람처럼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고 절망하는 사람, 나는 할 수 없다고 미리 예단해 포기하는 사람, 때로는 나의 작은 능력이 너무 미미해 나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세월을 낭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경우가 겉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이지 못하고 부족해 보이고 또 빠르게 변화는 산업사회에서 주역의 자리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이제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자. 그것은 바로 ‘여기까지가 나의 몫’이라는 사고의 접근이다. 비록 빛을 발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여기까지 내 길을 최선을 다하며 걸어왔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자부심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흘린 작은 땀방울과 우리의 손길에서 시작된 기술들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그 강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 세상을 제패할 젊은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그 사실이 우리를 설레게 하고 희망을 준다.

    우리의 뒤를 이어 갈 세대들은 우리가 만든 기초 위에서 더욱 멋진 세상을 설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나 자신이 가나안 땅을 밟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여기까지’여서 족하기도 한 것이다. 내 뒤에 올 세대가 있고 그들의 밝은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열심히 살아온 세대와 ‘지금부터’ 열정을 태워야 할 젊은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이 계절에 생명의 향기에 흠뻑 빠져들자.

    구자천(신성델타테크㈜ 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