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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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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⑬ 밀양시 무안면 ‘밀양자연학습원’

경남을 가다-체험여행 ⑬ 밀양시 무안면 양효리 ‘밀양자연학습원’
흙 향기 맡으며 생명 심고
흙 감촉 느끼며 예술 빚고

  • 기사입력 : 2012-04-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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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자연학습원 도자기 체험실. 나만의 화분과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밀양자연학습원에 수선화가 활짝 피어 있다.
    밀양시 무안면 양효리 밀양자연학습원에서 체험객들이 이끼볼을 만들고 있다./성민건기자/
    자생란연구소 난 전시장.
    체험객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들.



    자연과 함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곳.

    자연에서 건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가려는 회귀문화가 활발하다. 50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귀향·귀농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도 너 나 할 것 없이 귀농자를 환대하고 있다. 60~70년대 산업화 붐 속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던 사람들이 불과 30~40년 후 다시 자연을 찾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붐이 일고 있지만 이미 10여 년 전 사람들이 다시 자연을 찾아올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한 곳이 있다.

    밀양시 무안면 양효리 349. 폐교된 내진초등학교 내 밀양자연학습원(원장 성재덕). 이곳이 경남에서 유일하게 식물을 매개로 정신건강을 치료해 주는 원예치료사 교육을 개설하고 있는 곳이다.


    ▲야생화 사랑이 밀양자연학습원으로

    밀양자연학습원은 한 개인의 야생화 사랑에서 출발했다.

    밀양농업작물시험장에 근무하던 성재덕 원장은 원예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야생화 등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성 원장은 1999년 어느 날 폐교에서 야생화를 키우고, 학생들을 교육 차원에서 가르치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일(?)을 저질렀다.

    성 원장은 박봉을 털어 폐교된 내진초등학교를 임대해 밀양자연학습원을 설립했다. 5000여 평의 부지에 꽃을 심고,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 학생들이 맘 놓고 뛰어놀게 했다. 운동장 한쪽에는 분수대를 갖춘 연못까지 마련했다. 전공을 살려 야생화식물원을 세웠다. 자연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공간을 마련하고자 화분과 도자기를 굽는 체험실도 운영하게 됐다. 성 원장의 야생화 사랑이 결실을 본 것이다.




    ▲어떤 체험프로그램 있나

    이곳에는 야생화식물원과 화분·도자기 만들기 체험실, 자생란연구소가 있다.

    야생화식물원에서는 두 동의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수천 그루의 야생화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야생화 체험학습은 야생화 이름 외우기와 야생화에 알맞은 화분 고르기, 분경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사전에 예약을 한다면 학교 교실 내 부속으로 설치된 자생란연구소에서 난 키우는 과정을 지켜볼 수가 있다. 또 한편에는 석부작과 목부작을 만드는 곳도 마련돼 있다.

    도자기 체험은 전문 도예가인 김영희씨를 비롯해 디자인을 전공한 성 원장의 딸까지 3명이 도자기 제작을 도와준다. 즉석에서 화분이나 도자기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단 가마에 굽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당일 가지고 가기는 힘들다. 체험학습 사전 예약자에 한해 실비로 운영된다. 지난해까지 캠프도 운영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요즘 성 원장은 문화체험 외에 교육사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식물과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자연을 통해 정서를 순환하는 사람 중심의 교육을 절실하게 느낀 성 원장은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원예치료사자격과정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원예치료란 식물을 매개체로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해 신체·정신적 적응력을 길러 마음의 치료를 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 도입된 지 20~30년이 되면서 각 복지시설이나 실버타운 등에서 원예치료를 하고 있다.

    최근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정서교육을 위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원예치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① 아이비의 뿌리가 나오도록 흙을 털어낸다.
    ② 생명토를 으깬다.
    ③ 뿌리에 생명토를 얹어 공처럼 만든다.
    ④ 이끼를 한 겹씩 붙이고 무명실로 감는다.


    ▲깜찍한 이끼볼 만들기

    취재날 밀양 청도중학교 분교 전교생 8명이 선생님들과 이끼볼 체험활동을 왔다. 체험은 밀양자연학습원 김영희 사무국장이 주도했다. 이끼볼은 꽃이나 난을 흙으로 싸고, 다시 이끼를 덮어 볼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재료= 아이비, 난, 생명토, 이끼(수태), 무명실>

    ①연못 주변에 물이 고여 오랫동안 퇴적된 점성 많은 흙을 마사와 섞어 비닐 봉투에 담아 으깨어 준다. 충분한 영양분이 담긴 검은 색의 생명토다.

    ②준비된 아이비나 난을 털어 뿌리가 나오게 한다.

    ③미리 으깬 생명토를 뿌리에 얹히고 다시 흙을 덮는 과정을 반복해 뿌리가 보이지 않게 야구공처럼 만든다.

    ④한 손에 야구공처럼 만든 볼을 잡고, 쪄서 소득한 이끼(수태)를 볼 주변으로 한 겹씩 얇게 두르고 무명실로 동여맨다.

    ⑤반복해 이끼를 다 입히고 밑에서 다시 감싸 전체를 이끼로 두른다.

    김영희 선생님은 “식물은 항상 변한다. 특히 식물은 안 옮겨주면 한 곳에 사니까 함부로 뿌리를 내리지 않는 습성이 있다. 식물은 스스로를 잘 아는 똑똑한 생명체다. 잘 계산해서 생존한다. 이끼볼을 만들면 식물은 평소와 다른 환경이 된다. 환경이 평소와 달라지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너무 큰 잎이나 줄기는 잘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수년 전 전국적으로 체험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전성시대를 열었지만 최근 열기가 시들해졌다. 워낙 많은 시설이 있어 경쟁이 치열한 데다 체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지 관리가 힘든 체험시설운영인데도 체험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밀양자연학습원도 예외는 아니다. 10여 년간 엄청난 시간·경제적 노력을 들였지만 넘치는 일에 비해 수입은 넉넉지 않다. 많은 체험객이 오더라도 실비 수준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 지붕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이유로 학교 건물 한 동이 철거됐다.

    때문에 지난해까지 푸른 잔디로 뒤덮여 있던 밀양자연학습원도 변하고 있다. 성 원장은 고민 끝에 운동장과 교실은 주민들의 체력단련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야생화·도자기체험과 원예치료사 양성에만 주력하기로 했다.



    ◆ 주변 볼거리

    밀양은 교통의 요충지로 접근성이 좋다. 경부선 철도가 지나면서 KTX가 서는 곳이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개통과 국도 24, 25호선 역시 밀양을 관통하고 있어 부산, 대구, 울산, 창원, 창녕을 쉽게 오갈 수 있다.

    밀양에는 전통 사찰인 표충사를 비롯해 영남루 등이 있으며 밀양연극촌까지 다양한 문화자원이 있다.

    밀양자연학습원 인근에는 무안 서가정마을에 영산정사가 있다. 이곳에는 불교유물박물관인 성보박물관이 있다. 7층 탑 모양의 건물로 박물관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부처님 진신사리를 비롯해 팔만대장경의 원본인 10만 패업경, 각국의 불교문화재 수천 점이 전시돼 있다.

    또 인근에는 사명대사 생가와 유적지, 무안면 무안리 홍제암에는 소위 ‘임대장(사명대사) 땀나는 비’도 있다.


    ◆ 가는 길

    밀양시청에서 밀양대로를 따라 무안면 방향으로 12㎞ 정도를 달려 동산삼거리에서 부곡, 무안 방면으로 좌회전해 사명로를 따라 2㎞가량을 더 가면 양효리 349에 폐교된 내진초등학교가 나온다.


    글= 이현근기자 san@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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