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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함양 서암정사

장엄한 석불 앞에선 번뇌도 몸을 낮춘다
좁은 굴 지나 절에 들어서면
바위에 새긴 화엄의 세계 열려

  • 기사입력 : 2012-04-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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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서암정사의 본전인 극락전 석굴법당. 아미타 본존불과 팔보살, 제석천, 범천 등이 조각돼 있다.
     


    석굴법당으로 유명한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서암정사를 찾았다.

    서암정사는 일반 사찰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 유일한 석굴법당과 금니사경(金泥寫經) 전시관, 아자형 대웅전, 자연친화형의 가람 배치 등이다.

    미래의 문화재가 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서암정사는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라는 벽송사와 500m쯤 떨어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의 비경인 칠선계곡으로 올라가다 벽송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들어서면 큰 입석이 일주문처럼 맞는다. 우측 계단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바위에 새겨진 사천왕상들이 절을 수호하고 있다. 좁은 굴을 지나가니 웅장한 화엄의 세계가 열린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어디까지가 자연석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의 힘이 닿은 것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조화를 이룬다.

    앞마당에는 대웅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왼쪽으로 종무소가 있고 대웅전 지하에는 금니사경 전시관이 있다.

    점심을 공양하고 원응 큰스님과 법인 주지스님에게 인사하고 서암정사의 유래를 듣는다.



    ▲석굴법당 조성에 12년 걸려

    원응 큰스님이 30여 년 전 이 주변을 살피던 중 사람이 깎아 놓은 듯한 큰 바위를 보는 순간 몸이 굳어진 듯 멈췄다.

    “여기구나, 아! 좋구나….”

    조용히 눈을 감고 부처님의 영산회상, 그리고 아미타상을 떠올렸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희생된 무수한 원혼들의 상처를 달래고 부처님의 자비 안에서 이상사회가 실현되기를 발원하면서 법당을 조성하게 된다.

    석굴법당은 자연바위에 굴을 파고 들어가 만들었는데, 12년이 걸렸다. 1989년 6월부터 조각을 시작해 2001년 완공했다.

    출입문은 2개로 정남향의 정문과 협문인 서남향의 안양문이다. 안양문(安養門)은 ‘극락으로 통하는 문’이란 뜻이다. 안양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략 70㎡ 정도의 넓이에, 7~8m 높이의 거대한 석굴법당이 압도한다.

    아미타불을 위시해 팔보살, 제석천, 범천, 십대제자, 법장비구, 타방세계 불보살, 신장단, 현왕단 등이 양각 방식으로 조각돼 있다. 주조각 외에 여백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구름과 물결은 불보살의 원대한 서원과 무한한 불법의 세계를 상징한다. 십장생을 비롯한 갖가지 동식물과 연꽃 등은 극락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서암정사는 대자연이 빚어낸 조화로운 장소에 여러 사람들의 공덕이 보태지면서 오늘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불자들의 물심양면 지원과 석공들의 공덕이 컸다. 홍덕희, 이종원, 이승재, 이금원, 이인호, 맹갑옥 석공의 지극정성과 노력으로 한 치의 흘림 없이 조각을 완성했다. 아미타 본존불은 이승재 석공이 시작했고, 본존불 외의 여러 부조는 홍덕희 맹갑옥 석공이 조각했다. 홍덕희 석공은 서암정사에서 10년 이상 머물면서 석굴법당을 비롯해 사자굴의 모든 조각을 마무리했다.




    ▲화엄경 58만7261자 금니사경

    대웅전 지하에 있는 금니사경 전시관은 서암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 사경수행 전통을 부활시킨 사람으로 인정받는 원응 큰스님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경은 불경을 베끼는 일로, 금니사경은 먹사경 위에 금가루를 이용해 경전을 쓰는 것을 말한다. 스님은 1985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대방광불화엄경 58만7261자의 금니사경 대불사를 이뤘다.

    80권의 화엄경을 옮긴 이 불사는 정신을 집중해 하루에 수백 자씩 써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으로 눈에 이상이 생겨 실명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 석굴법당의 원만한 완공을 축원하면서 사경에 임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화엄경 금니사경을 비롯 화엄경 먹사경, 금강경보탑 사경, 사경부채 등 다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작품은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졌으며, 특히 대만 전시회에서는 중국의 서예가들도 글씨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아자형 대웅전 불사

    서암정사의 또 다른 대형불사인 대웅전은 건물 구조가 아(亞)자형이다.

    법인 주지스님은 “아자형 건물이 드물다. 송광사 종각 정도다. 문화재를 만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자형 대웅전이 5월께 완공되면 석굴법당과 함께 서암정사의 명물이 될 것 같다. 대웅전을 감싼 포근한 봄햇살이 대중들의 번뇌를 어루만지는 듯하다.

    글= 이학수기자·사진= 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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