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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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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 유 해피- 유승영(시인)

  • 기사입력 : 2012-04-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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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사각형이고 먼지와 냄새로 시작된다. 후덥지근한 인도가 그렇고 한국의 봄이 그렇다. 하모니카를 불던 인도의 청년, 미니북을 쳐대던 네모난 그 골목이 떠올려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모양으로,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생활을 한다. 몇 년은 느리거나 정지된 화면처럼 뜨겁거나 차가워도 불평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높다란 전신주 밑에서 죽을 끓이거나 음식을 데우는 풍경 또한 낯설지 않다. 40도의 열기에도 그들은 태평스럽다. 아무 바닥이든 아이를 재우고, 공중화장실은 빨래터가 되고 목욕탕이 되고, 부끄러움이 없다. 가릴 것도 물론 없이 몸을 씻어대고, 13억의 인구가 거대한 강물처럼 날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출렁거릴 뿐이다. 정확하게 그들은 시계바늘처럼 획일적이고 균일적이다. 소란스럽지 않으며 허둥대지 않으며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 나라.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호들갑을 떠는 우리와는 다르다. 이내 비는 그쳤고 이리저리 날뛰던 나의 눈만 동그래질 뿐이었다.

    영원한 이데아로 남겨질 나라, 가끔은 몇 루피에 눈이 멀기도 하는 나라. 그들의 착함(善)은 수많은 문을 두드려 보다가 결국 떠남에 이르렀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삶은 철학적이며 감각적이다. 자연을 닮았다기보다는 지구 밖의 존재인 듯하다. 현대문명과 멀리 있어서 충분히 행복하고 그래서 맑은 영혼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나라. 잃어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다만 제자리로 간 것이라고 단정 짓고 노프러블럼(No problem)을 주문처럼 달고 다니는 나라.

    그들은 또한 협상의 달인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미 정해 놓고 말을 걸어오는 듯하지만, 전후를 살피고 체계적이고 꼼꼼한 양자에게 손해가 없이 협상을 한다. 협상 없는 삶이 존재하지 않듯이 그들의 하루는 협상으로 시작해서 협상으로 마무리가 된다. 지렛대(Leverage)를 이용한 협상 말이다.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관철시킬 줄 아는 설득력을 나는 존중한다. 결코 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관용하며, 또한 배려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생활 습관이 아닌가 싶다. 마음에 평화가 있으면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다분히 철학적이며 유쾌하다.

    인도인들이 추구하는 신은 삶의 전부가 아니다. 수억의 인구만큼 그만큼의 경험이 삶에 어우러진 것이다. 너도 나도 소중한 존재이기에 당당하며 맑은 영혼들이 살아 숨 쉬는지 모르겠다. 아르타와 카마를 제외한다면 인도인들은 참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의 결국이 해탈이듯이 삶에 얽매여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바와 비슈누를 숭배하는 것처럼 파괴와 유지를 적절히 하면서 자신들의 영혼을 키워간다. 인간 존재가 평등하다는 인식 때문에 카스트 제도에 불만이 없음도 이런 이유다. 안으로 들여다보면 결코 복잡할 것이 없는 인도. 결코 복잡한 이론이 아닌 그들의 삶과 문화. 종교와 철학이 어우러져 차분하며 정적인 나라 인도. 한꺼번에 변화하기를 원하는 우리,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는 우리들에 비하면 그들은 한층 성숙하다. 상대가 아직 나를 덜 신뢰한다면 속도를 줄이고, 간격을 천천히 좁혀나가는 그들의 삶을 나는 배운다.

    지구 상의 모든 인간은 저마다 다른 가치기준이 있다.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운 물건을, 터무니없이 깎아 팔아도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인도 사람들처럼. 우리의 행복관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이겨내야 내가 행복한 자본주의식 행복 말고, 아 유 해피를 외칠 수 있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히말라야 북쪽이건 지구촌의 사각지역 한반도의 반쪽이건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다. 서두르거나 소란스럽지 않게 그리고 심각하게 목표 달성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숲을 걸어가면 되겠다. 하룻저녁 잘 방이 없어도 노프러블럼을 외쳐대는 인도인들처럼, 열린 마음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 가자는 것이다.

    유승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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