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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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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소상공인 게임’ 핸디 적용하는 게 합리적- 허충호(논설위원)

골프나 당구처럼 시장경제 원리서도 약자에겐 배려가 필요

  • 기사입력 : 2012-04-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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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추어 골프 경기에는 핸디캡이라는 룰이 있다. 상대적으로 못하는 사람을 배려해 조금 봐주자는 취지다. 같은 구기인 당구도 마찬가지다. 모두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룰이다. 최근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해나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인 간의 경쟁구도를 두고 논란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핸디캡을 적용해야 공정하다. 도내 최초로 창원이 영세소매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시간 규제를 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고 진주와 김해 등도 가세했다. 다른 시군에서도 유사한 조례를 만들 것 같다. 불이익을 보게 될 대형 유통업계야 시장경제원리를 들어 반발하지만 ‘따뜻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일 수도 있다.

    이런 조치들에 대한 대형 유통업계의 반박에도 일리는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해 가격을 낮추고 선진 유통기법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온 대형유통업체들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한 장소에서 필요한 물품을 싸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와 업체로 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 큰 잘못이 있다는 것은 아니라 룰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다. 김상덕 경남대 교수가 지난 3월 경남소상공인포럼 출범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09년 전국 사업체의 85.4%가 소상공인이다. 2007~2010년 월평균 매출이 838만원에서 990만원으로 늘었지만 순수익은 182만원에서 149만원으로 줄었다. 월평균 순이익이 200만원 이하가 81%다. 차상위 계층 수준이다.

    경남의 유통분야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2000년 이후 도내 유통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소매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15개이던 대형소매점이 2009년에 32개로 늘었다. 전국대비 사업체수는 113.3%(전국 60.1% 성장), 종사자수는 46.1%(전국 11%), 매출액도 81.8%(전국 36.8%)나 증가했다. 모든 게 전국평균보다 높다. 그렇다고 동네 상권이 함께 성장했을까. 아니다. 재래시장은 97년부터 10년간 28.8%감소했고 점포수도 20.7%줄었다. 슈퍼마켓도 고사 위기를 맞고 있고 주변상권도 동반 위축되고 있다. 곳곳이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최근 도내 101개 소상공인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1년간의 경영수지가 ‘적자’라는 응답이 36.6%였다. 갈수록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게 이런 영세한 업종이다.

    사정이 이러니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소상공인들이 당장이 큰 비라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우산을 주는 게 공정하지 않은가. 물론 소상공인에 대한 지나친 보호시책이 자생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곤충학자 찰스 코우만의 연구결과가 한 예다. 코우만은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기 위해 고치에 힘겹게 구멍을 뚫고 나오는 광경을 지켜봤지만 수시간 동안 애벌레는 고치를 뚫고 나오지 못했다. 힘에 부친 것인지 진도를 내지 못하는 애벌레를 보다 못한 그는 가위로 고치의 구멍을 넓혔다. 나비가 쉽게 고치 밖으로 나오게 도운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치를 빠져 나온 나비는 다른 나비들에 비해 몸통은 작고 날개는 찌부러져 있었다. 코우만은 곧 튼튼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찌그러진 날개를 갖고 태어난 나비는 날지도 못하고 얼마동안 땅바닥을 기어 다니다 죽어 버렸다.(곽숙철의 ‘혁신이야기’ 인용)

    혹자는 이런 사례를 들어 애벌레 수준인 소기업인들에게 정책적인 과보호를 하면 자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치를 뚫어준 나비라고 모두 말라 비틀어진 날개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현실이라는 ‘고치’가 너무 질겨 강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폐업하는 비율도 상당하리라 본다. 대기업이 대동맥이라면 소상공업은 산업 생산 구조와 가치창출 구조상 소비자와 만나는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경제의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터진다고 당장 건강에 치명적이지는 않겠지만 부실한 실핏줄을 방치할 경우 질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신체나 경제나 이치는 똑같다.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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