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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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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인상,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김소정(연극인·극단 고도 상임배우)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바로 ‘나’임을 잊지 말자

  • 기사입력 : 2012-04-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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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얼굴을 만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얼굴이라고 믿고 부지불식간 만난 얼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과연 그럴까. 인상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까?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무대며 모든 남자와 여자는 배우다. 그들은 각자의 배역에 좇아서 등장하다가 퇴장하지만 사람은 한평생 동안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고 통찰했다.

    우리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딸이며 아들이고 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기도 하며 아내이고 남편이기도 하다. 어떤 조직의 상사일 수도 부하 직원일 수도 있다. 또는 한 단체의 선배며 후배이기도 하고 미더운 동료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며 그래서 때로는 상황에 맞는 인격적인 탈을 쓰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사회적인 인상에 각별히 신경 쓴다. 너그럽고 아량이 있는 사람, 친절한 사람, 진실된 사람, 유머러스한 사람 등으로. 즉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가 나는 데도 미소를 짓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데도 꾹 참는다. 귀찮은 데도 기꺼이 나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솔직한 마음을 숨긴다. 물론 스스로 이중적이라고도 생각한다. 스스로건 그 영향 아래 놓인 타인이건 우리는 이 이중성 때문에 울고 웃으며 때로는 이중성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긴장 속에 살아간다. 아쉽지만 우리네 삶의 풍경이 이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가면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실제로 페르소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것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사회적 가면을 제때 쓰지 못하면 오해를 사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하며 때로는 눈밖에 나 진급에서 제외되고 실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지로 그러한 예들이 허다하며 적절한 페르소나로 인해 보다 만족스러운 보상을 선사받는 예들도 많다. 특히 페르소나에 있어 중요한 관리는 얼굴이라는 살덩어리일 게다. 얼굴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 관리에 각별하다. 많은 여성들이 화장발에 만족하지 못하고 성형이라는 더욱 과학적인 미로 포장하기조차 한다. 잘 풀리지 않는 삶에 결별을 고하고 마침내는 새로운 가면을 씀으로써 삶의 터닝 포인트를 찾으려는 것이다.

    성형은 현대사회의 산물이다. 현대사회에서의 육체는 곧 정신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있어서 얼굴은 하나의 권력이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얼굴은 시선을 사로잡으며 곧바로 정신의 숭고함으로까지 귀결된다. 이 시대 최고 무기며 보호 수단이 바로 아름다운 얼굴이다. 얼굴은 능력과 상승작용을 하며 단번에 부가가치를 높여버린다. 이에 얼굴은 유토피아로 가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성형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 한다. 본래의 얼굴은 꿈을 채워주지 못하지만 얼굴을 가공함으로써 유토피아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자기부정을 통해서라도 기꺼이 새로운 존재가 되려 한다.

    성형천국 한국이 돼 버린 이즈음 우리는 우리네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자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나라 한국이란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오로지 능력만을 자본 삼아야 하는, 그래서 각박한 나라에서의 삶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페르소나나 변형을 통해 자신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명심할 것은 유토피아의 이면에는 늘 디스토피아의 위험이 도사린다는 점이다. 페르소나도 성형도 다만 사회적 관점의 하나고 사회적 기준일 뿐이다. 사회적 기준은 객관적 기준으로 주관적 기준뿐만 아니라 자신의 본성을 제어해 불안만을 가증시킨다. 불안의 악순환만 가져올 뿐이다. 보편적 진리이지만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소정(연극인·극단 고도 상임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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