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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조선업 불황, 위기도 기회다- 이규태(현대메카텍(주) 대표이사·한국해양플랜트전문기업협회장)

  • 기사입력 : 2012-04-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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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경제위기 여파와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수주 경쟁으로 인한 국내 조선업의 불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선박이나 벌크선, 탱크선 건조는 이미 중국으로 시장이 이동됐고, 우리나라의 선박 건조 경쟁력은 그나마 일부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특수선 분야에서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년 들어 국내 조선산업의 메카인 경남지역 중견 조선업체들이 일감 고갈로 폐업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어, 이들 업체들과 협력해온 중소기업들의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조선업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중소기업이 수백개에 달하고, 고용효과도 수만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조선업의 불황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부단히 찾아 나서는 기업들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비범함을 발휘한다.

    수년 전부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매출액 구성에서 해양플랜트 등 중공업 분야의 수출이 선박건조 매출 비중을 추월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초대형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및 Drill Ship, LNG 운반선 분야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싹쓸이 수주를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자료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산업은 세계적으로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5.7%의 높은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고, Drill Ship과 FPSO의 발주는 2019년까지 매년 150기를 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산업의 변화를 일찍이 감지한 중소업체들 중에서는 선박 블록을 위주로 하는 기존의 중후장대(重厚長大) 조선기자재의 납품에서 벗어나, 해양플랜트 관련 분야의 부품이나 제품 개발에 눈을 돌려 해양플랜트의 호황에 성공적으로 편승(piggy back)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해양플랜트 산업은 대부분 메카트로닉스를 주력으로 하는 지역의 중소기업 업종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있는 산업이자, 전후방 연관 효과가 광범위한 산업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연구자금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첨단 기술의 총합으로 일컬어지는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글로벌 인증이나 경쟁력을 가지는 제품을 독자적으로 단기간에 개발하기는 역부족이어서 정부와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지난 3월에 개소한 거제의 해양플랜트 기자재 시험인증센터는 개발된 해양플랜트, 조선 기자재에 대한 고가의 검사와 인증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업계는 크게 반기고 있다.

    최근 조선·해양 플랜트 산업에서 IT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추세에서 친환경과 접목한 기자재 부품이나 특수 Crane 등 최적 적양하(積揚貨) 기술, 공조 기술 등은 몸집이 가벼운 중소기업이 IT강국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 산학연이 합심해 개발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볼 수 있는 분야로 생각된다.

    해양을 정복한 나라만이 부를 차지할 수 있다는 21세기 해양의 시대가 도래했다. 바다는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이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인해 한 순간에 블루칩으로 떠오른 해양플랜트 산업에 있어 조선강국에 이어 해양강국으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해양플랜트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학계에서의 해양관련 분야 전문 인력양성, 산학연을 통한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 개발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해양플랜트 제품의 특성상 대단위 작업장과 거대 물류 이동을 고려한 항만 인접 입지조건이 필수적인 점에서, 관련 중소기업이 클러스터를 이뤄 공동 구매-생산-출하를 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지원 아래 중소기업 전용 해양플랜트 산업단지를 조성해 협업체제를 갖춘다면, 중소기업의 해양플랜트 산업 관련 글로벌 경쟁력은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규태(현대메카텍(주) 대표이사·한국해양플랜트전문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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