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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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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안 매연·소음에 시달린 고통의 10분

창원시 안민터널(진해구→성산구) 자전거도로 달려보니
구토 날 정도로 공기 매캐
소음 차단 안돼 귀 멍멍

  • 기사입력 : 2012-04-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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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과 진해구 석동을 연결하는 안민터널 내 자전거도로 중 진해구→성산구 방면이 지난 1일 임시 개통됐다.

    4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내 최장 안민터널 자전거도로는 공사 시작부터 매연 차단 대책이 없어 시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본지 1월 31일자 6면 보도)

    매연과 소음이 어느 정도이고 위험구간은 없는지 자전거를 타고 이 구간을 직접 달려봤다. 평소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누비자를 이용했으며 매연 차단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22일 오후 3시30분. 자전거 타기에 좋은 화창한 날씨였다.


    22일 창원 진해구에서 성산구 방면 안민터널 내 자전거도로를 기자가 누비자를 타고 달리고 있다./성민건기자/


    진해구 석동 3호광장 사거리에 도착했으나 안민터널까지 연결된 자전거도로는 없었다. 차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으로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입구에 도착했다.

    터널 자전거도로에 들어서기 전 터널 길이가 1818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터널로 들어가자 폭 1m 정도의 자전거도로와 자전거도로 왼쪽에 설치된 높이 1.9m의 차단벽이 나왔다. 오르막경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터널을 20m 정도 들어가자 차량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미세먼지가 얼굴에 달라붙는 느낌도 들었다.

    터널 중간 지점에 들어서자 매연 냄새와 미세먼지는 더욱 짙어졌다. 입으로 숨 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지못해 코를 통해 간간이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터널 중간에 설치된 플라스틱 차단벽 한 부분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자 시커먼 먼지가 손바닥 전체에 짙게 묻어나 매연과 먼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나게 했다.

    터널을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은 귀가 울릴 정도로 엄청났다. 이어폰을 귀에 꽂아도 노래를 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자전거도로 중 차량 긴급대피 지역 2곳에서는 각도가 큰 커브지역이 나와 빨리 달리거나 역주행 자전거가 있을 경우 충돌 사고 위험이 커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터널 출구에 다다르자 매연 냄새와 차량 소음은 약간 줄어드는 듯했지만, 여전히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누비자를 이용해 반대편 터널 출구까지 도착하는 데는 10분 정도 걸렸다. 터널 밖으로 나왔지만 매연을 많이 들여마신 탓에 먹은 것을 토할 정도로 속이 매스껍고, 귀는 멍멍했다.

    터널 밖 성산구 방면으로는 자전거도로가 20m가량만 설치돼 있었다. 불모산터널을 이용해 성주사 IC로 빠져나오는 차량들과 교차되고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았다.

    안민터널 반대편(성산구→진해구) 자전거도로는 오는 10월 완공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출발지로 돌아올 때는 사고 위험을 감안해 진해구→성산구 방면 자전거도로를 역주행했다. 석동 3호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인근 대형마트에 들어가 얼굴과 손, 입속을 씻었지만 결국 구토를 했다.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안민터널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창원시 관계자는 매연·소음 방지와 관련, “지붕식 캐노피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공사비가 100억원에 달하는 등 재정 부담이 너무 커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호철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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