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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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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의 20만원짜리 공짜 티켓/김유경기자

  • 기사입력 : 2012-04-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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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주말, 관공서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연주회 초대권을 건네받았다. 어림잡아 족히 스무 장은 되어 보였다. 이리저리 살펴보다 하단에 적힌 티켓가격에 놀라고 말았다. VIP석 20만원. 지역에서 하는 공연 치곤 상당한 가격이었다. 함께 건네받은 팸플릿을 들춰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지휘자 정치용, 소프라노 강혜정·이아경, 바리톤 고성현·최현수 등등.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있었다. ‘이런 티켓을 막 뿌려도 되느냐’는 물음에 ‘그런 말 마라. 자리가 남아돌까 걱정’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IAEC(국제교육도시연합)세계총회가 어제 창원에서 개막됐다. 국내외 343개 도시의 1419명이 참가하는 국제행사에 걸맞게 다양한 행사가 함께 치러진다.

    그 첫 번째가 25일 상임이사 도시회의가 끝난 뒤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IAEC 콘서트’. UN문화재단과 창원시가 후원한 이 공연에는 앞서 언급한 성악가들을 비롯해 팝핀현준과 이화발레앙상블, UN오페라합창단, 창원시향이 총출동했다.

    막상 공연장에 가보고 나서야 지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시민들이 관람하기에는 애매한 오후 5시로 공연시간이 잡혔다. 그 때문에 20만원이라는 티켓가격은 자리가 텅텅 빌까봐 높게 책정한, 소위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한 것이었다.

    그 내막을 알아보니 총회 관계자들이 7시30분부터 있을 저녁만찬 전에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추기 위해 콘서트를 5시로 잡았으며, 자리 공백을 우려해 문화원과 예총, 교육지원청, 각 구청에 초대권을 대량으로 뿌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보여주기 위한 관제동원인 셈이다.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없을, 외국사절단과 총회관계자만을 위한 공연이었다면 굳이 대공연장까지 빌려 이런 화려한 행사를 치러야 했는지, 썩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점에 대해 창원시 IAEC팀과 문화예술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국제교육도시연합 총회가 꼭 이런 보여주기식의 떠들썩한 행사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총회 유치의 근본적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유경기자(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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