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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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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⑮ 하동 녹차체험

경남을 가다-체험여행 ⑮ 하동 녹차체험
천년의 향 간직한 녹차 한 모금
한 잎 한 잎 정성 들인 만큼 즐기는 여유

  • 기사입력 : 2012-04-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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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신호 삼태다원 대표가 뜨겁게 달궈진 무쇠솥에 차잎을 넣어 살짝 덖으면서 우전을 만들고 있다.
    하동군 화개면 야생차 밭에서 햇차 잎을 따고 있다.
    하동 차문화센터를 찾은 체험객들이 차의 색깔과 향을 음미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차문화센터에서는 차 우려내기와 마시는 방법 등 다도를 배울 수 있다./김승권기자/
    차체험관 김명애 선생이 찻물을 따르고 있다.



    녹차의 고장 하동. 하동녹차의 브랜드는 ‘왕의 녹차’이다. 그 옛날 임금에게 하동녹차를 진상했으니 ‘왕의 녹차’라는 이름은 정확한 표현이다. 왕에게 진상했던 녹차인 만큼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동녹차의 품질관리는 엄격하기로 소문나 있다. 녹차나무에 농약을 치면 수매받지 못하고, 맛과 향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으면 왕의 녹차라는 브랜드를 달지 못하도록 녹차 품질을 관리하는 곳이 하동이다.

    요즘 하동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3월에는 매화꽃을 보려는 상춘객들로, 4월에는 벚꽃을 보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더니 5월에는 녹차축제를 보러오는 사람들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이 하동이다.

    5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화개면과 약양면 일대에서 ‘제17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녹차축제가 열리면 하동 녹차밭과 축제의 주무대인 ‘하동차문화센터’, 그리고 차시배지 주변에는 인산인해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녹차와 관련된 하동의 곳곳을 섭렵하고 돌아간다.

    어디 녹차만 구경하고 돌아갈까.

    쌍계사와 불일폭포, 칠불사, 최참판댁, 악양들녘 등 하동의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와 관광지도 찾아 한껏 본전 빼고 돌아가는 곳이 전국 최고의 슬로시티 하동이 주는 매력이다.



    ▲녹차의 종류

    차나무는 2월의 언땅이 해동하면서 동시에 자란다. 해동된 땅속 깊은 곳에서 뽑아 올린 좋은 영양소만으로 작설을 길러 4월 초 청명, 한식 때부터 여린 햇차가 수확되기 시작하면 고급녹차가 만들어진다.

    그중에서도 최고를 작설차(雀舌茶)라고 하는데, 여린 찻잎의 모양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설록차(雪綠茶)는 차나무가 상록수인데, 겨울 눈속에서도 녹색을 띠기에 붙여진 이름이며, 죽로차(竹露茶)는 대나무 밑에서 자란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말하는데 모두가 녹차를 이르는 말이다.

    녹차는 그 잎을 따는 시기별로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우전차(雨前茶)는 4월 1일부터 20일까지 곡우(穀雨)를 전후해 수확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말한다. 곡우는 비가 자주 오는 시기이며 봄꽃이 만발하고 산야에 푸름이 더해 새로운 풍요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곡우 이전에 수확한 가장 여린 잎만으로 차를 법제해 그 부드러움과 진한 향기를 가득 채운 것이 바로 우전차이며 녹차 중 최고급이다.

    세작차(細雀茶)는 곡우 이후 5월 초순까지 수확한 어린 찻잎으로 법제한 고급차이다. 진한 맛과 향은 우전에 버금가는 품질로, 차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이다.

    중작차(中雀茶)는 5월 10일 전후 7일 정도 수확한 중간 정도의 찻잎으로 법제한 녹차이며, 대작차(大雀茶)는 5월 15일 전후 5일 정도 수확한 중간 정도의 찻잎으로 법제한 녹차이다.

    엽차(葉茶)는 일반적으로 식후나 평상시 숭융이나 보리차 대용으로 활용하거나 집단급식용에 활용된다.



    ▲하동녹차의 우수성

    하동차는 2000년 초부터 ‘안전성이 최고의 경쟁력이다’는 인식으로 안전성 확보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우선 차나무에 농약이 접근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쓴다. 차나무 인근지역에서 날아오는 위해물질로부터 오염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차밭에 심겨진 밤나무를 비롯한 유실수를 제거하고 2005년부터는 화개와 악양지역의 항공방제를 전면 중지했다.

    특히 농약 살포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다. 전 농가, 전 필지의 차 재배실태를 포장 조건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해 친환경인증(실천) 농가를 중심으로 찻잎을 수매하고 가공공장과 연계한 자율 감시체계를 운용해 전 필지 유기농재배 목표를 촉진시키고 있다.

    농가의 친환경 생산기술 역량 강화와 친환경 찻잎 생산 첨단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녹차 생산, 가공, 유통의 투명성 확보와 전필지 순환 안전성검사로 지역별 연대책임의식을 높이고 있다.

    또 생산농가는 우수농산물생산인증(GAP) 원료를 제공하고 기업체(제다업체)는 수매인센티브로 관리(가격 차별화)한다. 가공시설은 현대화와 청결화에 중점 지원해 생산자와 가공업체, 유통회사, 소비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는 곳이 하동이다.

    녹차연구소는 친환경 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하동녹차 어떻게 마실까

    하동차문화센터를 찾으면 하동녹차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다.

    우선 차문화센터를 들어가려면 차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체험을 통해 하동차를 이해하는 공간으로 하동 전통 덖음차 만들기 체험과 하동다례체험을 할 수 있다.

    하동 전통 덖음차 만들기는 하동차의 전통제조방법인 300℃이상의 무쇠솥에 찻잎을 덖어보고 비비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체험한다. 체험은 5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가능하며 유료체험(20명 기준 10만원, 체험시간 40분)이며 1회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하동다례체험은 하동생활다례인 하웅촌다례를 체험하고 하동차의 진향과 진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또 하동차의 역사, 문화, 예절 등을 체험한다. 체험은 연중 가능하며 무료체험이다. 1회 12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체험시간은 1시간이다.

    하동녹차 마시기를 체험하기 위해 인터넷(www.greentea.go.kr)에서 예약하고 차문화센터를 찾았다.

    차문화센터 2층에 있는 차체험관에서 김명애 선생의 지도로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차분하게 다례를 배웠다.

    우선 찻물을 주전자에 넣어 끓이고, 다기세트를 덮고 있는 다포를 걷어낸다. 물이 끓으면 수구에 부어 다관과 잔을 데워 냉기를 없애고 소독한다. 다음으로 주전자의 물을 차를 마시는 인원수에 맞게 다관에 붓고 적당히 식힌후 적정한 양을 다관에 넣는다. 다관 속의 찻물이 적당히 우러나면 수구에 찻물을 부어 예열된 잔 위에 따르면 된다.

    그런데 찻물을 잔에 따르는 방법이 중요하다. 먼저 나의 잔에 찻물을 붓고, 손님잔의 찻물을 나중에 붓는다. 손님잔의 찻물이 더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방법으로 잔에 세 번을 나눠 찻물을 부어 차를 권하면 된다.

    특히 찻잔은 잔받침에 올려 권해야 하며, 차를 받은 차인은 벌컥 차부터 마시는 게 아니라 차의 향기를 맡고, 차를 한 모금 음미한 뒤 차를 마신다. 이때 립서비스도 중요하다. “차가 맛있네요”라며 웃음을 건네주는 것은 기본이며, 차를 다 마신 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다례를 조금 배웠다고 할 수 있다.



    ▲하동녹차를 극찬한 명사와 문필가

    많은 명사와 문필가들이 하동과 하동녹차를 흠모했다. 이를 시대별로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공부거리다.

    신라시대 진감선사는 중국 유학 후 쌍계사에서 차를 가꾸며 여러 지역으로 차 재배와 우려 마시는 방법을 보급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화개동천 신흥사 앞 냇가에서 속세의 귀를 씻고 신선이 되었다’며 진감선사 대공탑비문(국보 제47호)을 지었다

    백운 이규보 선생은 남보다 먼저 임금께 햇차를 드리고자(공납) 험산 야생 찻잎 따는 화개지역 백성의 고초를 생각하며 화개 차밭에 불을 지르면 이 지역 백성이 편안하리라고도 했다.

    서산대사는 화개동천 신흥사 내 내은적암에서 차를 즐기며 선다일미의 진리를 몸소 실천했다고 한다.

    다성 초의선사는 화개 칠불선원 아자방(亞字房)에서 다신전(茶神傳)을 초록하고, 동다송(東茶頌)을 통해 화개차의 우수성을 기록했다.

    초의선사는 “다경에 이르기를 차는 바위틈에서 자란 것이 으뜸이요 만보전서에는 골짜기에서 자란 차가 최고라 했는데, 화개차는 이 두 가지를 다 갖추었으니 으뜸 중의 으뜸이다”고 했다. 또 “화개차는 색 향 미 기가 중국 최고의 월산차보다 더 좋고 육안차의 맛과 몽산차의 약효를 다 갖추고 있다”고 했다.

    추사 김정희는 화개차는 중국 제일의 용정이나 두강보다 질이 좋고, 인도 유마거사의 주방에도 없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범해선사는 보림의 작설은 감영에 보내고, 화개의 진품차는 임금님께 바치네라고 말했다.


    글=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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