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6일 (월)
전체메뉴

[그곳에 가고 싶다] 하동 화개장터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음양곽·벌떡주·밤깎이… 별의별 물건에 눈 즐겁고

  • 기사입력 : 2012-04-26 01:00:00
  •   

  • 관광객들이 약초와 산나물, 녹차 등을 파는 난전을 둘러보고 있다. /김승권기자/
     
    하동 화개장터에서 밤 껍질을 까는 도구를 파는 장꾼의 구수한 입담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김승권기자/
    탕!탕! 대장장이가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김승권기자/
    하동 화개장터./김승권기자/
     


    장터에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다. 그중 인심과 화합까지 자랑하는 장터는 단연 하동에 있는 화개장터가 손꼽힌다.

    굳이 가수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 노래 가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고 있는 화개장터에는 요즘 상춘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개장터를 찾으면 하동과 지리산 일대와 전국 유명 산지에서 도착한 한약 재료가 눈에 띈다.

    취재기자에게 접근한 한 약재상은 ‘삼지구엽초’를 추천한다. 이 약재상은 삼지구엽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기자의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게 만들었다.

    약재상이 들려준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줄기의 가지가 3개로 갈라지고 그 가지 끝에 각각 3개씩, 모두 9개의 잎이 달려 있어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고 하는데, 음양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소.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음양곽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한번 들어보슈. 옛날 중국에 어떤 양치기가 수백 마리의 양을 몰고 다녔는데, 그 양 중에서 수놈 한 놈이 사시사철 발정해 연일 99마리의 암양과 관계를 계속하지만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는 게 아니겠소. 그래서 어느 날 그 숫양이 슬그머니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몰래 따라갔더니 어떤 풀을 마구 뜯어 먹고, 그 이후 또 정력이 발동했다고 해 이 풀을 ‘음양곽’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손님도 한번 끓여드셔 보슈.”

    기자는 음양곽이 필요할 듯한 지인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구입했다.




    약재골목에는 상황버섯, 영지버섯, 헛개, 민들레, 겨우살이,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야생녹차, 대추, 구지뽕 등 100가지가 넘는 진귀한 약재들이 즐비해 있다.

    ‘보람이네 농원’이라는 약재상을 운영하는 신보람(62)씨는 “봄을 맞은 요즘 손님들이 장터를 찾아 많이 구경 오신다”면서 “화개장터 가게 하나하나의 얼굴이 하동의 얼굴이며,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하동군의 이미지를 올리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고 웃어보인다.

    그 옆에서는 ‘벌떡주’라는 것을 팔았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술인지는 몰랐지만 재미있는 입담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끌려 또 1만원을 꺼냈다. 이 술도 기운생동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샀다.

    장터 골목을 조금 걸어가면 대장간도 나온다. 벌겋게 달군 무쇠를 “탕! 탕!” 망치로 치며 호미, 낫, 부엌칼 등 농기구와 부엌물품을 만드는 대장장이의 그 솜씨에 한동안 시간을 빼앗긴다.

    밤 깎는 기계를 파는 아저씨의 입담도 너무 재미있어 폭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포장비닐을 악어가죽으로, 포장비닐을 묶어주는 노란 고무줄을 금테로 표현하면서 판매한다. 또 깎은 밤 한 톨을 선물하면서 “자연산 비아그라 한번 먹어보세요”라고 익살을 떠니 어떻게 자리를 뜰 수 있을까? 또 1만원을 끄집어낸다.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전국 어느 시장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았던 장터이다. 이곳에 5일장이 섰으며,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지고 와서 팔았고, 함양과 전라도 구례 등 내륙 사람들은 쌀보리를 가져와 팔았다. 전국을 떠돌던 봇짐장수들도 이 장을 놓칠세라 생활용품을 가지고 왔으며, 여수 광양 남해 통영 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로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와 팔았다.

    화개장터는 섬진강의 ‘가항종점(可航終點)’ 즉, 행상선(行商船) 돛단배가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이 같은 지리적 특징으로 이곳에 대규모의 장터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화개장은 영남과 호남의 경계에 있으나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소속돼 있다.

    지금의 화개장터는 옛날 화개장터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1999년 12월 4일 하동군 화개면 탑리 726-46 등 부지 면적 9917㎡에 17억원가량을 투입해 전통 장옥 3동, 장돌뱅이들의 저잣거리와 난전, 주막, 대장간 등 옛 시골장터 모습을 원형 그대로 되살리고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만들어 2001년 봄에 개장했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는 벚꽃길 따라 수많은 관광객이 지리산 쌍계사와 함께 찾고 있으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은 봄이면 환상적인 벚꽃 터널을 이룬다.

    옛날 시골장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화개장터에서는 국밥집, 도토리묵, 재첩국집, 주막, 엿장수 등의 특산품과 풍물을 구경할 수 있다.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윤제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