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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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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풍수와 멧돼지

  • 기사입력 : 2012-04-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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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는 풍수설화 중에 울진에서 약간 떨어진 수곡(水谷)의 마금이란 곳에 당대의 유명한 풍수였던 남사고가 선친의 유골을 용이 구슬을 희롱하는 ‘청룡농주형(靑龍弄珠形)’ 명당에 아홉 번째 이장하게 됐다.

    이장하는 도중에, 산역(山役)을 하던 사람 하나가 달구소리를 매기는데 “남사고야, 남사고야, 청룡농주형(靑龍弄珠形)은 알았는데 소해익수형(小孩溺水形)이 무슨 말인가. 조그만 어린아이 물에 빠져 담방담방하는 것 모르느냐? 구천통곡(九遷痛哭) 웬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남사고가 묘를 다시 살펴보니 소해익수형(어린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 형국)임을 알았지만, 당시 왕가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묘를 옮길 수 있었으나 백성은 아홉 번까지만 옮길 수 있었기 때문에 흉지임을 알고서도 그 자리에 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욕심에 눈이 멀게 되면 천하의 명풍수도 이러할진대, 오늘날 우리들은 묫자리의 위치가 소위 명당이라고 하면 자신이 발복(發福)을 받기 위해서 친인척 간에 불화나 심지어는 단절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간혹 필자에게 시세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명당을 찾아달라는 상담을 하러 오는 이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이 땅에 교과서적인 명당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그들은 듣고 가게 된다. 좋은 자리는 욕심을 버리고 적선(積善)을 하다 보면 우연히 얻게 되므로 남사고의 설화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중국은 1956년 마오쩌둥 전 주석이 화장(火葬)을 법으로 정하고 “사후 화장해 뼛가루만 남기고 더욱이 묘를 만들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장례문화가 크게 변화했지만 아직도 일부 재벌들은 매장을 선호한다. 그런데 대도시 인근의 이른바 명당(?)자리는 ㎡당 10만~12만위안(1800만~2000만원)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대만은 정부가 화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결과 타이베이 같은 대도시는 화장률이 90%를 넘는다.

    일본의 경우는 장사행정체계가 후생노동성에서 주관하는데(한국은 보건복지부가 주관) 횡적으로는 다른 중앙부처, 그리고 종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이루면서 화장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런 점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전국 평균 화장률이 64%가량 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조만간 화장문화의 정착을 위한 기반시설문제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자연장법의 경우 잔디장(평장)과 수목장 등은 일반인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지(葬地)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민계도와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필자가 얼마 전 모처에서 화장을 주관한 적이 있었는데, 장지로 올라가는 도중에 6기의 묘가 있어서 유심히 보니, 놀랍게도 대부분의 봉분이 1/3 이상 흉측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주변도 마치 밭갈이를 한 것처럼 흙이 뒤집어져 있는 것을 보면서, 필자의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하물며 봉분의 주인 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은 잡식성인 멧돼지가 풀이나 열매·뿌리 등의 먹이를 찾으려고 파헤친 것인데, 특히 그곳은 ‘마’가 많이 자라는 곳이어서 멧돼지가 수시로 산에서 내려와 봉분을 파헤쳐 놓는다고 마을 사람들이 귀띔을 해 주었다.

    만약 필자가 그곳에서 봉분 주인을 만났다면 하루빨리 화장을 해서 자연장법으로 하기를 권하였을 것이다. 만일 좋은 터라면 비보(裨補·나쁜 것을 막아줌)를 해서라도 방법을 강구해 볼 수도 있지만, 파헤쳐진 봉분은 무득무해(無得無害·득도 없지만 해도 없음)한 터이기에 한시라도 빨리 화장을 해 조상의 혼을 위로하고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이다.

    매장(埋葬)을 하든 화장(火葬)을 하든 자신의 욕심만 앞세운다면 반드시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조상에 대한 지극정성의 마음으로 생활한다면 어찌 발복(發福)이 없겠는가!

    주재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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