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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18) 함양 지곡면 된장만들기·한옥체험

경남을 가다-체험여행 (18) 함양 지곡면 개평리 된장만들기·한옥체험
구수한 된장 만들며 옛맛 느끼고
기와집서 하룻밤 머물며 옛멋 즐기고

  • 기사입력 : 2012-05-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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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한옥마을을 찾은 대구 구남보건고 학생들이 정여창 선생의 고택에서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된장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대구 구남보건고등학교 학생들이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한옥마을에서 불린 콩을 가마솥에 넣고 있다./김승권기자/
    100년이 넘은 전통한옥의 아래채. 숙박이 가능하다.
    정여창 선생 산책로에서 바라본 개평 한옥마을 전경.
    갖가지 나물에 들기름을 더한 비빔밥.
    학생들이 옹기에서 숙성된 된장맛을 보고 있다.



    함양군의 자랑인 성리학자 일두 정여창(鄭汝昌). 그는 조선 전기의 뛰어난 문신으로 경사에 통달하고 실천을 위한 학문에 정진했던 성리학자로 추앙받았다. 근래에 들어서 그의 명성뿐 아니라 그의 집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곡면 개평리에 자리한 정여창 생가지 일두고택은 한옥마을로 이름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지난 1984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후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찾아 다녀가는 명소가 되었다. 이곳에는 정여창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뤄 된장과 청국장, 고추장 그리고 전통주를 만들며 선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주말, 대구 구남보건고등학교 학생 70여 명이 이 아름다운 마을로 체험활동을 왔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곳

    지곡 IC에서 내려 면사무소를 지나 파출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개평마을이 나온다. 개평이라는 이름은 댓잎 네 개가 붙어 있는 개(介)자 모양의 마을 형상을 나타낸 것이다. 개평마을은 100년이 넘은 고택이 60여 채나 보존돼 있는 한옥마을로 이미 전국적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토지’ 등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이 곳에는 일두고택뿐 아니라 풍천 노씨 대종가 등 아름다운 집이 많다. 이곳에는 정여창의 16대손인 정도상씨가 된장, 청국장, 고추장을 만들고 전통한옥체험장을 운영하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또 정도상씨의 제수 박흥선씨는 대대로 하동 정씨 집안에서 350년째 전수돼 오고 있는 전통주인 솔송주의 제조법을 그대로 보존해오고 있다. 박씨는 이 제조기술로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마을 전체에 멋들어진 한옥과 된장을 담은 장독이 즐비하고, 넝쿨에 둘러싸인 돌담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꿋꿋한 기상이 엿보이는 소나무가 곳곳에 자라난 개평마을. 초입에서부터 마음이 저절로 여유로워진다.


    일두고택, 그 빼어난 아름다움

    일두고택은 방금이라도 쪽을 진 안방마님과 상투를 틀어올린 대감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줄 듯 훌륭하게 잘 보존돼 있다.

    이 집은 정여창이 세상을 떠난 뒤 1570년대에 후손들이 중건했다. 3000여 평의 대지에 12동(棟)의 건물이 배치된 남도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솟을대문에 ‘문헌세가(文獻世家)’‘충효절의(忠孝節義)’‘백세청풍(白世淸風)’ 등의 편액이 5개나 걸려 있다. 그것은 충신과 효자를 많이 배출한 문중이라는 뜻이며 높은 솟을대문은 그만큼 높은 지체를 가진 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충효절의’는 흥선대원군이, ‘백세청풍’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전해진다. 고택은 ‘ㅡ’자형의 큼직한 안채는 정면 7칸, 측면 1.5칸으로 남향으로 배치돼 있고, 뒤편에는 정면 3칸, 측면 1.5칸의 가묘(家廟)가 남향으로 배치돼 있으며, 가묘 동쪽에 정면 2칸, 측면 1칸의 광이 있다. 사랑채는 150년, 안채는 300년 정도의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특히 안채 뜰에 우뚝 서 있는 굴뚝 위에 핀 능소화는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에 그 고고한 아름다움이 묘사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손을 걷어붙이고 직접 만들어보자

    정도상씨가 운영하는 농원에서는 체험객들의 예약을 받아 직접 된장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하루 동안 미리 불려둔 콩을 직접 불을 뗀 가마솥에 7시간 이상 삶는, 전통적이고 친자연적인 공법으로 된장을 제작한다.

    물론 기계를 작동시키면 1시간 반이면 속성으로 콩이 삶아지지만 가마솥에서 삶은 콩과는 근본적으로 맛이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본래 메주는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띄우므로 봄과 여름에는 된장이 아닌 청국장이나 삶은 콩에 고춧가루와 죽염을 첨가해 데쳐 먹는 막된장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청국장은 콩을 뜨거운 곳에서 발효시켜 누룩곰팡이가 생기도록 만든 속성 장류라 하루 정도 머물고 가는 체험객들이 만들기에 적합한 장류이다. 아울러 된장은 발효시켜 먹기까지 몇 달이 걸리지만 막된장은 만드는 즉시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

    식사시간에는 전통기법으로 만든 된장과 청국장을 맛볼 수 있다. 개평마을에서 먹을 수 있는 된장국의 특징은 별다른 첨가 재료 없이 숙성된 맑은 된장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담백하면서도 깨끗하고 구수한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단체 체험객의 경우 갖가지 나물을 넣은 비빔밥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비벼 먹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직접 개평마을에서 재배해 짠 별미이다. 생청국장과 분말이나 환, 된장, 고추장, 죽염간장 등 구입할 수도 있다.



    명인이 빚은 술, 솔송주

    일두고택 곁에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된 명인 박흥선씨의 자택과 전통주인 솔송주를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명품명인 전시관이 있다. 제천현감을 지낸 정재범 공의 집안에서 350여 년간 이어져 내려온 솔송주 제조법을 박흥선씨가 30여 년 전 집안어른들로부터 전수받았다. 박 씨는 솔송주가 가진 상품 가치를 알아보고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해 시중에 놓으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술은 김정(金淨)의 해동잡록에 ‘맑은 향기와 좋은 맛’의 명주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12일 이 전시관이 개관했으며 이날 박흥선 명인이 직접 솔송주를 담그는 모습을 200여 명의 관람객들 앞에서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잘 지은 고두밥에 발효시킨 밀술을 넣고 주재료인 솔잎을 넣은 것이 솔송주로, 한 모금 마시면 입안과 목에 싱그러운 솔향이 은은하게 번진다. 이 외에도 차례주와 복분자, 산머루 와인, 머루주, 녹파주 등 전통주를 개발하고 제조법을 시연하며 판매도 한다.



    하룻밤 머물고 가자

    하룻밤 머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한옥체험은 된장만들기 체험장 근처의 9칸짜리 집과 아래채의 구들장이 놓여진 3칸짜리 집에서 할 수 있다. 또 널찍한 황토방도 있다. 체험장 근처의 한옥은 펜션 형태로 만들어져 한두 가족이 함께 머물며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구들장이 있는 아래채는 대청마루가 있는 전통적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옛집이다 보니 화장실도 바깥에 있고 겨울철엔 외풍도 있는 등 불편한 점이 더러 있지만 오히려 이곳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정일품농원 964-8945.



    정여창 선생이 거닐던 길

    된장 만들기 체험장과 한옥체험관은 일두고택과 직선거리 100m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두고택으로 내려가는 길이 정여창 선생이 산책을 즐기던 길이며, 곳곳에서 전설과 같은 역사가 어린 유서 깊은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언덕 중턱에서 기기묘묘한 형상을 띤, 당송(堂松)으로 불리는 소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이 함양 개평리 소나무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11호로 굽이쳐 자란 몸통과 옆으로 처져 뻗은 가지가 인상적이다. 수령이 대략 500년으로 추정되며, 하동 정씨와 함께 개평리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풍천 노씨의 선조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까지 이 나무 아래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동제를 지내고,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를 행했다고 한다.

    소나무를 지나 아래쪽 길로 접어들면 아담한 지붕을 얹은 종암우물을 만날 수 있다. 고려 말 개평마을에 살던, 아이를 갖기를 소망한 한 여인이 종암우물의 물을 매일 길어다 먹고 그 주위를 돌면서 기도를 해 49세의 나이에 아들을 순산했다는 민담이 전해지는 장소다. 실지로 오랜 옛날부터 이곳에는 아이를 갖기 소망하는 많은 부인네들이 우물물을 길어 마시고 주위를 돌며 기도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글=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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