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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무소유

  • 기사입력 : 2012-05-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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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돼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법정스님이 쓴 ‘무소유’에 나오는 글이다.

    수도승마저도 모든 것을 다 버리지 못하고 특정한 사물에 집착을 함으로써 고통과 번뇌로 괴로워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소유욕이 삶을 어떻게 구속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말이다.

    ‘한 섬 빼앗아 백 섬 채운다’는 속담이 있다. 곡식을 99섬 가진 사람이 한 섬밖에 갖지 못한 사람의 곡식을 빼앗아 100섬을 채운다는 뜻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남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한 말인데, ‘가진 사람이 더하다’는 말과 통한다.

    ‘태과즉불급(太過卽不及)’이란 말도 있다. 이 말은 너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오히려 모자라고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사주에는 재물(財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과 재물이 없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으로 본다.

    둘 다 돈 때문에 괴로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재물이 많으면 자신의 기운이 약하게 되는데, 이를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 한다.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쓰다가 결국에는 돈으로 견디다 못해 무너지니 관재구설이 따른다는 것이고, 재가 없는 사주는 무재(無財)사주라 하여 돈이 없으니 돈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을 부려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사주가 무재사주다.

    그래서 이런 사주 구성을 하고 있으면 승도지명(僧道之命)이라고도 한다. 삭발을 하고 절간에 들어가서 마음수양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명을 따르는 것이 된다는 의미다.

    사주를 감명하다 보면 이런 구조를 가진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하나같이 재물로 인한 풍파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승려 도박 파문’으로 석가탄신일을 앞둔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 밖에 꺼내기에도 민망한, 귀를 씻고 싶은 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시줏밥 먹을 자격이 없다. 먹물 옷 입을 자격도 없다”고 할 만하다.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地上)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중략…. 살펴 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법정 스님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그렇게 떠났다.

    재다신약이 아니면 무재사주를 가진 스님들이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려고 하다 보니 세상이 어지럽고 시끄럽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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