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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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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茶禮)- 김연동

  • 기사입력 : 2012-05-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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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이 살(煞)을 풀 듯

    여울에 쏟아진다



    산허리 감겨 있는

    애증마저 묻어버리면



    감감히

    세속을 가는

    등이 시린

    사람들,





    선명한 혈흔 같은,

    불멸의 화두 같은



    홍매화 흩뿌리는

    거룩한 제단 위에



    풀잎에

    맺힌 이슬로

    차를 달여

    올린다



    - 김연동 시조집 ‘시간의 흔적’에서


    ☞ 늦은 하루를 마치고 귀가를 서두르면, 사물들은 하나 둘 지워지고 권태로운 일상에 어깨를 누르는 피로가 눈으로 몰려온다. 저 혼자 눈이 붉어진 달, 내 안의 통증을 다 삼킨 달은 ‘살(煞)을 풀 듯 여울에 쏟아’진다. 부푼 달은 조금씩 여위어가고 우리들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 즈음, 뿔뿔이 흩어져 세상 안으로 들어가는 ‘등이 시린 사람들’의 발자국도 지워진다.

    언제였던가 고즈넉이 앉아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진 적이, 차 한 잔에 어리는 달빛을 보며 둘이서 마주 앉아 눈빛으로 수많은 말을 건네던 때가, 하여 오늘 밤 시인이 권하는 차를 올린다. 옷매무새 고쳐 앉아 무사히 건너온 오늘이라는 이 하루를 위하여.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나를 위해, 그대를 위해 ‘풀잎에 맺힌 이슬로 차를 달여 올린다’. 내 맑은 정신을 모아서 5월의 맑고 향긋한 우리 차 한 잔을. -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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