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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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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영 1- 서벌(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2-06-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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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경영 1



    목수가 밀고 있는

    속살이 환한 각목

    어느 고전의 숲에 호젓이 서 있었나

    드러난

    생애의 무늬

    물젖는 듯 선명하네.





    어째 나는 자꾸 깎고 썰며 다듬는가

    톱밥

    대패밥이

    쌓아 가는 적자더미

    결국은

    곧은 뼈 하나

    버려지듯 누웠네.

    -서벌 시조집 <걸어 다니는 절간>에서



    ☞ 계절의 정수리를 아프게 지나면서 나이테를 하나씩 새기는 나무. 시의 화자는 고전의 숲에서 호젓이 서 있는 속살이 환한 나무의 생애를 더듬는다.

    그대는 지금 어떤 경영을 하십니까.

    ‘어째 나는 자꾸 깎고 썰며 다듬는가?’ 자꾸∼시를 쓰는가? 어째 나는 밥도 되지 않는 ∼을 자꾸 하는가? 좀체 펴지지 않는 살림살이에도 자신을 채찍질하듯 자학 행위는 끝이 없다. ‘톱밥 대패 밥이 쌓여 가는 적자더미’지만 시인은 눈만 뜨면 습관처럼 깎고 썰며 다듬는 행위(경영)에 몰입하고 있다. 곧은 뼈를 시적 자아와 동일시하여 ‘결국은 곧은 뼈 하나 버려지듯 누운’ 각목으로 비유하고 있다. 처절한 자아성찰이 돋보이는 이 시의 체감 온도는 몇 십여 년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뜨겁다. -김진희(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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