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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장사익의 ‘찔레꽃’- 이상옥(시인·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 기사입력 : 2012-06-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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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년 전 장사익의 노래 ‘찔레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일반 가요와도 다르고 클래식과도 다른 독특한 느낌의 목소리는 나를 사로잡기에 족했다. 지나서 알고 보니, 장사익은 25년 동안 14종의 직장 생활을 전전하다가 장미꽃 뒤에 숨어 있던 찔레꽃의 향기를 맡고는 시 ‘찔레꽃’을 써서 음을 붙여 불렀는 바, 이게 곧 우리 시대의 가객 장사익을 있게 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장사익은 1949년 충청남도 광천 출생으로 1997년 1집 앨범 ‘하늘 가는 길’로 정식 데뷔했으니 40대 후반의 늦깎이 신인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가장 개성적인 탁월한 소리꾼으로 자리한 것이 아닌가.

    그런 장사익의 ‘찔레꽃’을 지난달 26일 산청군 차황면 실매리 금포숲에서 들을 수 있었다. 금포숲에서 ‘제2회 장사익과 함께하는 찔레꽃 음악회’에 참석하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음악회는 지난 2007년 차황면이 광역친환경단지로 지정돼 군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축하공연에 가수 장사익이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어, 장사익 대표작 ‘찔레꽃’ 길을 조성하자는 주민의 의견에 따라 금포숲 주변 둑길 1㎞에 찔레꽃을 심고, 찔레꽃 노래비를 세우면서 산청문화예술회관에서 축하음악회가 열렸고 그 인연으로 노래비가 있는 금포숲에서 ‘찔레꽃 음악회’가 열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날 산청군 시천면 남명기념관에서 문학행사가 있었는데, 그 행사를 마치고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금포숲 찔레꽃 음악회를 찾아가는 길은 첩첩산중으로 인사를 뒤로하고, 나는 무릉이 된 듯했다. 무릉이 계곡을 따라 멀리 가다 길을 잃고 홀연 복숭아꽃을 따라가 무릉도원에 도달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금포숲으로 찾아가니, 그 시골 궁벽한 곳에 길 따라 도화꽃은 보이지 않고 승용차가 좁은 길가에 즐비했다. 참으로 놀랐다. 우리 일행은 행사장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역시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걸어가서야 금포숲에 닿을 수 있었다. 둑길에는 복숭아꽃 대신 찔레꽃이 하얀 꽃잎을 드러내며 피어 있고 그 중간에는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비가 서 있었다.

    장사익 노래를 들으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다니. 마침 남명 기념관에서 있은 시예술제 행사에 남도의 시인 송수권 문학강연을 듣고 오던 차여서 마음속 탄식을 금할 수가 없었다. 현역시인으로 전통 서정을 가장 빼어나게 노래한 남도의 시인 송수권 선생이 강연을 하는데, 모인 사람들이라곤 행사에 관계되는 문인들과 소수의 독자 몇몇이었다. 송수권 시인이 문학강연을 하는데도 수십여 명이 모여서 별다른 열기도 없이 밋밋하게 듣다가는 저녁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둘러 금포숲으로 장사익을 보러 가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식상하게 ‘문학의 위기’를 운위하고 싶지는 않다. 대중성을 잃어버린 문학의 현주소를 어디 한두 번 보았던가. 그 궁벽한 금포숲으로 사람들을 운집하게 하는 장사익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장사익 못지않은 송수권에게 일반대중들은 왜, 운집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문제를 여기서 논할 시간은 없다. 아무튼 장사익이 금포숲에 등장하자마자 운집한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같이 흥에 겨워 연신 신나는 모습들이었다. 장사익은 자신의 고향에서도 자기를 이렇게 대우해주지 않는데, 금포숲에 찔레꽃 노래비를 세워주고 금포숲 둑길에 찔레꽃을 심어준 것에 대하여 깊은 마음 속의 감사를 전했다.

    차황면이 광역친환경단지가 되고 그 상징으로 실매리 금포숲 둑길에 소박한 찔레꽃을 심고 찔레꽃 노래비를 세워준 것이 고마워서 장사익은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찔레꽃 음악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게 부창부수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름답고 소박한 실매리 금포숲과 장사익의 찔레꽃의 아름다운 조합, 그 문화브랜드 가치는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들 것이다.

    이상옥(시인·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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