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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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창원 동읍 창원향토자료전시관

추억과 기억 사이, 보물과 고물 사이
흙먼지 날리던 자갈길 그리운 날
옛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 기사입력 : 2012-06-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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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의창구 동읍 월잠리 주남저수지 입구의 창원향토자료전시관. 옛날 그때 그 시절 추억의 물건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지난 3월 말, 동읍과 창원 시내를 연결하는 국도 25호선 대체우회도로가 임시개통됐다. 빙 둘러 다녀야 했던 출근길과 등굣길이 짧아지며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누리게 됐다. 잘 닦인 고가도로를 타고 깨끗하게 정비된 터널을 통과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옛날 그때 그 시절에, 이 길은 모두 흙먼지가 폴폴 날리던 자갈길이었다는 것. 그 길을 검정고무신을 신고 타박타박 걸어 직장과 학교에 가던 순박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런 아련함이 찾아오는 날, 우리는 그곳에 가고 싶다.


    ▲그때 그 시절에

    창원시 의창구 동읍 월잠리 261-3. 주남저수지와 맞닿아 있는 이곳에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지상 2층 320여㎡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주남저수지 70년 변천 사진과 1950년대부터 쓰인 시대별 생활용품 2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또 창원뿐 아니라 김해, 밀양 등 중부경남 일대의 옛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돼 있다.

    2009년 4월 개관한 전시관은 대산면 부면장을 지낸 향토사학자 양해광 씨의 제안으로 조성됐다. 급속도로 산업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창원시의 근대사가 깡그리 실종된 점을 안타깝게 여긴 양 씨가 자신이 수집해온 물건과 사진을 기증하고 지난 2007년 말 정년퇴임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털어 자료관을 지었다.


    ▲기억의 기록, 사진

    자료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벽을 가득 메운 예사롭지 않은 흑백사진들.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롭고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는 정겨운 새끼 꼬기, 가마니 짜기 대회, 피사리, 2조병목식 모내기, 절미저축, 퇴비증산 풀베기 대회, 증산·수출·건설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부산 부용동 경남도청의 모습이 담긴 사진 수십 장이 눈길을 끈다. 올림푸스, 야시카, 캐논, 니콘 카메라와 흑백 사진 현상기는 지난 30여 년간 창원의 풍물과 자연, 인물을 쉼 없이 기록해 40만 장의 사진에 담았다. 1969년 9월 내렸던 폭우로 주남저수지 둑이 터졌을 때 피난 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주민 6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강 산사태의 처참함도 세밀히 그려져 있다. 창원군민의 날, 서울 올림픽, 전국체육대회, 단감축제, 수박축제, 다호리 고분군 발굴 현장 등의 이름을 단 수십 개의 앨범과 40여 개의 ‘전원일기’ 앨범에는 민초와 자연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고물과 보물 사이

    어떤 이의 쓸데없는 고물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는 것. 중학생 시절부터 향토관 조성을 꿈꾸며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양해광 관장. 어렸을 때는 부모님, 결혼하고는 아내의 반대가 거셌다. 손때 묻은 일상적인 물건을 신주단지 모시듯 품는 습성은 사실 악취미로 분류되기 십상. 천덕꾸러기로 멸시받던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자료들은 전쟁이 났던 1950년대를 거쳐 경제부흥이 목표였던 1960~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대에 흔히 쓰이던 물건들이었지만, 이제는 어딜 가도 구하기 어려울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됐다.

    양 관장은 기록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LP판 1200장,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보급된 초·중등 교과서 250여 권과 ‘자유의 벗’, ‘아리랑’ 등 대중잡지 150권, 중·고등학교 교복과 가방, 풍금, 졸업장, 타자기, 1962년 이후로 발행된 화폐 등 그 분야 또한 다양하다.


    ▲눈에 띄는 물건들

    전시관에 들렀다면 눈여겨봐야 할 물건들이 있다. 먼저 1956년에 만들어진 양철 필통. 음료수 캔을 재활용해 만든 것으로 안쪽에 코카콜라 마크가 그대로 부착돼 있다. 1950~1960년대 미국에서 무상원조로 들어온 구호양곡 밀가루 포대와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 등원하는 모습이 실렸던 1950년대 잡지 ‘인물계’도 눈에 띈다. 1950년대 선거 홍보 전단도 있다. 신익희·장면 후보의 ‘못살겠다 갈아보자’, 이승만·이기붕 후보의 ‘갈아봐야 별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는 유명한 선거 벽보도 있다. ‘미원’, ‘미풍’, ‘뉴당원’ 등의 조미료와 ‘파고다’, ‘아리랑’, ‘금잔디’ 등 이제는 자취를 감춘 담배, ‘하숙생’, ‘돌무지’, ‘상해의 불나비’ 등의 영화 포스터는 미소를 머금게 한다. 또 다이얼 전화기부터 무선전화기, 시티폰, 삐삐, 휴대폰으로 이어지는 통신수단과 호롱불, 1970년대 이전 부엌 아궁이용 풍구, 1950년대 만병통치약 ‘됴고약’과 1950년대 최초의 화장비누 ‘흑사탕 비누’, 우리나라 전자제품 수출 1호품 ‘금성 라디오’를 비롯해 부라더 미싱, 싱가표(SINGER 싱어) 미싱도 눈길을 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며 연중무휴. ☏011-705-5066.


    글= 김유경 기자 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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