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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원진살 사랑하기

  • 기사입력 : 2012-06-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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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5학년인 준호는 오늘도 엄마에게 야단을 맞았다. 학교에 간다고 하고서는 PC방에서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해와 엄마는 단단히 별렀다. 어슬렁거리며 들어온 준호는 회초리 세례를 당했다.

    준호는 준호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 집에서는 매일 공부만 하라고 하고, 엄마는 고함만 지르고 짜증내고 야단만 치니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준호 때문에 걱정이 많은 엄마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대체 이놈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하소연을 한다. 공부는 잘 못해도 사고만 안 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쁜 길로 빠질까 그게 가장 두렵다고 한다.

    사주를 보니 아들은 용띠고 어머니는 돼지띠다. 띠 원진살(怨嗔殺)이다. 원진살은 결혼을 앞둔 처녀총각이 궁합을 볼 때 많이 참고하는 살이다. 이유 없이 미워한다는 것으로서 이것이 남녀 간의 배우자궁에 있으면 부부가 불화한다는 신살(神殺)이다. 원진살 때문에 젊은 처녀 총각들 참 많이도 울었다.

    궁합 보러 가서 원진살이면 절대 혼인불가라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원진살이다. 배우자가 아니더라도 동업관계나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도 원진이 있으면 관계가 껄끄럽게 된다.

    준호와 준호어머니처럼 자식과 부모 간에도 원진의 힘은 발휘되는데 이때는 보통 띠 원진을 적용한다.

    쥐띠와 양띠, 소띠와 말띠, 범띠와 닭띠, 토끼띠와 원숭이띠, 용띠와 돼지띠, 뱀띠와 개띠가 만나는 것이 원진띠다. 가족인데도 유난히 사이가 좋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띠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아들이 하는 짓은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둘째 아들이 하는 짓은 똑같은 짓이라도 사랑스럽다. 그러니 어머니는 첫째 아들과 매일 티격태격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아내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아버지가 보기에는 둘째 아들이 문제인데 말이다.

    원진살을 명리학적으로 설명하면 합(合)과 충(沖)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인데, 사랑과 미움이 같이 있는 형상이다. 즉, 애정과 미움, 집착과 증오가 함께 존재하게 된다. 첫눈에 ‘필’(feel)이 팍 오고, 단속하고, 의심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립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전생의 원수끼리 현세에서 다시 만나, 속을 태우면서도 칼로 물 베듯 살아가는 것이 원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진부부들은 밤새도록 피 터지게 싸우다가도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전생의 빚을 그리하면서라도 갚아야 내생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중매가 아니고 연애라면 내세에 편하라고, 전생원수를 사랑하게 만들어 주셨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 미운 사람이 예뻐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미움도 사랑에서 나오고, 의심도 사랑에서 나오고, 집착도 사랑에서 나온다. 해바라기의 ‘모두가 사랑이에요’를 부르면서….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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