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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항변-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동물소재공학과 교수)

돼지에 대해 오해 많아…과식 않고 배설공간도 가려 청결

  • 기사입력 : 2012-06-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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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굴 돼지로 아나~ 마음만은 홀쭉하다! 요즘 대세라고 하는 뚱뚱해 보이는 모 개그맨이 고~뤠 사람 불러야 돼! 하고 외치면 많은 사람들이 손뼉 치고 즐거워한다. 자신의 외모와 체격을 비슷한 이미지의 돼지를 연상케 하여 대중의 웃음기를 자극한다. 재미있게 보면서도 돼지가 상당히 억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동물 특히 돼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돼지를 잘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양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돈 되는 농장경영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정부와는 우리나라 양돈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현안들을 협의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돼지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선입견으로 인한 오해가 좀 심하다 싶어 ‘돼지의 항변’을 통해 돼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저 돼지인데요. 엄청 많이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보기엔 이래도 식욕조절 잘한답니다. 사실 저는 비만 아니구요 건강한 거랍니다. 저보고 자꾸 더럽다, 멍청해 보인다 하는데, 저는 잠자리, 배설하는 장소 확실하게 가리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딘답니다. 기억도 잘하고 정말 영리하고 사회성도 좋아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잘 따른답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저는 버릴 것 하나 없다는 걸 꼭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돼지와 같은 동물은 사람과 달라서 타고난 외모를 스스로 바꿀 수가 없다. 돼지도 뚱뚱하고 둥글둥글한 외모 때문에 늘 따라 다니는 오해가 엄청 많이 먹고 식탐이 많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사실은 돼지는 먹을 만큼만 먹고 과식을 하지 않는 식욕조절을 잘하는 동물이다.

    또 다른 오해는 돼지는 둔하고 멍청하다는 것이다. 돼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맑고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가히 매혹적이라 할 수 있는데, 골격에 비해 근육이 많은 태생적 외모와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타고난 습성 탓에 멍청하다고 쉽게 단정 지어 버린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돼지는 기억력이 뛰어나고 인지능력 또한 우수한 동물이다.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지만 이전에 폭력이나 무리한 취급을 경험한 돼지는 그 사람이 오면 피하고 경계하는 행동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낯설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은 소심한 동물이기도 하다. 동물이 갖는 감정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감정이 지루함인데, 돼지는 종종 지루함을 표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돼지는 결코 아둔하거나 멍청하지 않는 동물임에 분명하다.

    우리 사람들이 갖는 돼지에 대한 결정적인 오해는 바로 지저분한 동물이라는 낙인이다. 정말이지 이 부분은 제대로 이해하고 더러운 동물이 아닌 청결한 동물이란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실 화장실(배설하는 공간)을 따로 정해놓고 사는 동물은 손꼽을 정도이다. 사람들이 사는 주택에서 같이 사는 반려동물도 완벽하게 배설공간을 가리는 동물은 많지 않다. 놀랍게도 돼지는 배설하는 공간을 분명하게 가릴 줄 아는 동물이다. 그런데 왜? 돼지를 더럽다로 치부하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돼지가 청결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돼지는 본디 청결성을 유지하는 동물이지만 그런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이렇듯 돼지는 부정적인 내용은 거의 찾을 수 없는 정말 우리 사람에게는 고마운 존재이다. 돼지를 한자로 쓰면 ‘豚’이고 ‘돈’으로 읽는다. 돼지꿈과 같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좋은 말과 함께 겉모습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배움을 돼지에게서 얻을 수 있다면 이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동물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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