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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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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이젠 ‘노인 문화거리’ 조성해야 할 때- 하영갑(창신대학 아동청소년복지과 교수)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극장·공연장 등 ‘실버 문화존’ 만들어야

  • 기사입력 : 2012-06-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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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부머 세대가 현직에서 봇물 터지듯 몰려나온다. 무려 716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나 된다. 명색이 기성노인들과는 세대와 문화가 달라진 새로운 노인들이 나타나는 셈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약간의 사회적 혼란을 겪는 시기에 보릿고개와 새마을운동을 차례로 겪어 온 사람들로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으로 끌어올려 나라 경제를 성장시키고 자녀교육에 대한 지대한 노력으로 세계 속의 선진교육국가로 발전시킨 데 공헌한 바가 큰 주역들이다. 그러나 은퇴 후 노년을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음이 걱정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정책은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수용시설과 이용시설이 대부분이었고, 그것도 혐오시설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도시 변두리에 자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수용이나 이용시설 노인들의 사회적 접근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촌지역 노인들의 이용을 돕기 위해 순회버스를 운행하면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운용 프로그램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많은 일반 노인들은 자신들만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관광 등으로 외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건강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을 덜 겪는 국민연금 수혜계층과 각종 연금보험 수혜자가 많아지는 중산층 이상의 일반노인이 갈 곳은 마땅치 않다. 노인일수록 많은 시민들이 활동하고 기거하는 도회지를 선호하고 세대가 다른 젊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느끼기에 노인문화거리 및 문화센터, 즉 노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노인전용극장과 그분들이 참여해 공연하는 연극이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장이 있었으면 한다. 일상의 친구들과 아련한 추억 어린 이야기를 시간의 억압에서 벗어나 정감 있게 나눌 수 있는 커피 향 짙게 밴 찻집, 필요한 물품을 언제든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노인친화용품’ 전문점,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노인상담센터 등이 연차적으로 실버 문화 존으로 발전되어 많은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직접 운영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침에 집을 나와 해질 무렵까지 세상살이 흥미 없고 가족은 물론 이야기할 친구나 이웃조차 함께할 수 없어 바람 맞은 벤치에 띄엄띄엄 외로이 앉아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시간을 밟고 세월을 노 저어 속절없이 떨어지는 낙조와 함께 밤이슬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노인이 행복하면 자신과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와 국민의 통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노후의 안녕을 가로막는 건강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의 과대 지출을 막을 수 있고, 이웃과의 따뜻한 우정으로 지역사회 내의 발전과 안정을 유지하고 국민 통합의 근본이 튼실해질 것은 분명하다.

    여름 밤 가로등 불이 차게 느껴지는 황량한 공원 공터와 강가의 둔치나 운동장이 누군가의 구령에 맞춰 함께 어울리는 음악과 춤, 율동으로 가득 차고 길거리 악사와 마술사가 길손님을 붙잡는 그런 거리가 가까운 미래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아담하고 알뜰하게 만들어져, 밤이 무섭고 가족이 무서우며 친구와 이웃이 무서운 노인들에게 생기 넘치고 웃음 비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문화거리 조성을 앞당겨 조성할 수 있기를 지방단체장님과 지역 국회의원님 그리고 어른을 섬기고 이웃을 돌볼 줄 아는 아름다운 기업인 여러분께 간곡히 건의드린다.

    감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뚜렷한 사계절과 삼면이 바다로 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 조건 위에 대단위 노인종합복지타운을 건설해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민세대들이 노후를 조국에서 보낼 수 있게 하고, 세계인이 한국인의 행복한 노후생활에 관심을 갖고 즐겨 찾아 올 수 있는 거국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 실천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하영갑(창신대학 아동청소년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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