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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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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경남지역 불상 연구가 조원영 합천박물관 학예사

“숨은 불상 찾아다니며 경남의 얼굴 찾아내죠”

  • 기사입력 : 2012-07-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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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영 합천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창원시 성산구 대암산 입구의 ‘삼정자동 마애불’을 찾았다. 조 씨는 경남의 불상 100여 곳을 연구해 ‘불상에 새겨진 경남의 얼굴’이라는 책을 펴냈다./김승권기자/



    경남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불상을 전문으로 연구한 사람이 있다. 합천박물관 조원영(50) 학예연구사는 도내 불상을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불상의 모습을 글로,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이 작업과정을 ‘여행’이라 불렀다. 도심을 벗어나 불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굳이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종교적 감흥을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아주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여정이었다고 했다.

    이 작업을 위해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10개월을 주말마다 도내 시군의 산을 헤맸다. 그 결실로 지난 4월 말에는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의 도움으로 ‘불상에 새겨진 경남의 얼굴’이란 책을 묶어냈다. 불상은 신라인의 얼굴로, 고려인의 얼굴로, 조선인의 얼굴로 경남에 남아 있다.

    조 씨가 찾은 것은 명산대찰에 있는 유명한 불상들이 아니라, 대부분 덜 알려진, 평소 지나치기 쉬운 불상들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대부분 깊숙한 산속에 있는 절이나 원래의 절을 잃어버리고 노천에 놓여 있는 불상들이다. 절은 사라지고 불상만 남아, 자비를 전하며 중생들의 염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를 만나 경남 불상 연구의 의미와 뒷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간

    역사성·미술양식 인정받은 139구 조사


    대부분 산골 등 교통 오지에 분포

    불상 보러 2시간가량 걸어간 적도

    사전 연락 없이 현장 찾아간 날은

    스님한테 조사 거부당하고 쫓겨나기도


    위엄있는 모습·정겨운 인상…

    불상 표정마다 독특한 개성 지녀


    지난 4월 발간한 책

    ‘불상에 새겨진 경남의 얼굴’에

    현지 직접 답사한 100곳 담았어요


    ▲ 불상연구의 의미는?

    - 불상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 선조들의 얼굴, 그 원형질을 찾는 작업이다.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래로 우리나라 곳곳에 수많은 불상들이 제작됐다. 돌이나 청동, 철, 나무 등 만드는 재료는 달랐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이 표현되어 있다. 만든 장소에 따라 지역의 표정이 반영되어 있다. 불상은 보는 사람마다 그 불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같은 불상이라도 볼 때마다 그 느낌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글로써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 보는 순간에 따라서 불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 연구 대상은 어떻게 선정했나?

    - 경남의 불상을 전부 다 조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사기간의 문제도 있지만 그 불상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성이나 미술양식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된 불상을 택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선정한 139구의 불상을 대상으로 현지를 직접 답사하면서 조사했다. 책에는 그중 100곳 정도를 담았다.

    ▲ 불상을 통해 경남의 얼굴을 찾았나?

    - 때로는 위엄 있는 모습으로, 때로는 정겨운 인상으로, 또는 찡그린 듯한 표정으로 중생을 굽어보고 있는 많은 얼굴들을 보았다. 얼굴에 나타난 표정들은 불상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할 때는 경남의 불상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보편적인 양식은 무엇이며, 또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찾아보려 했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의 불상에 대한 총체적 이해 없이는 쉽게 답을 구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다만 경남지역의 불상을 통해 지역의 얼굴을 시대에 따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는 있었던 것 같다.

    ▲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 모든 불상은 경남을 대표하는 불교조각품이므로 하나하나가 다 애정이 가고 기억에 남는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진촬영이었다. 현장에 가서 스님께 인간적으로 협조를 구해야 할 경우가 많았다. 꽉 짜여진 일정으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스님들께 예를 갖추지도 못하고 법당에 들어가기도 했다. 때로는 융숭한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사진 촬영을 허락받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경우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는 야박하게도 조사를 거부당하고 쫓겨나기도 했다.

    ▲ 답사 중 힘들었던 점은?

    - 불상은 산골 등 교통의 오지에 많다. 웬만큼 차가 갈 수 있으면 끝까지 차로 가게 된다. 도로가 좁거나 경사가 급한데서 마주 오는 차라도 만나면 식은 땀이 흐를 정도였다. 저질(?) 체력에 산꼭대기까지 걸어야 하는 곳은 그야말로 고생길이다. 합천 해인사 석조여래입상은 해인사 큰 절에서 약 2시간 정도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가야산 9부 능선쯤에 있다. 6월의 무더운 날씨에 이 불상을 보고 돌아오니 다리가 거의 풀렸다. 그때만큼 체력의 한계를 느꼈던 때가 없었다. 물론 즐거운 드라이브 코스도 있었다.

    ▲ 기억에 남는 불상은?

    - 원래 전공은 불교조각 중에서도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조선시대 목조불상에 대해서는 관심도 덜했고 눈여겨본 불상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연구를 하면서 조선시대 목조불상에 대해 새롭게 볼 수 있게 됐다. 기억에 남는 불상은 함양 마천면 안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함양 백전면 상연대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들 수 있다. 이 불상들을 처음 보았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조선시대 불상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대중을 굽어보고 있는 모습에서 세속의 미남미녀를 만나보는 듯한 착각을 할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집필을 마친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아무래도 집필 기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지역 불상들과의 비교 분석이 글 속에 녹아들었다면 독자들이 불상을 이해하는 데 한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지면의 한계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경남의 불상을 모두 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러 한계를 깨닫고 앞으로의 새로운 과제를 남긴 작업이 되었다.

    경남의 불교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 불상을 제대로 설명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못 담은 이야기는 불상을 직접 만나보고 그곳에서 무한한 신심과 감상의 즐거움을 독자들이 간직할 여백으로 남기고 싶다.


    ☞ 조원영씨는

    △1964년 부산 출생 △부산대 대학원 졸업 △‘가야, 그 끝나지 않은 신화’ ‘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 ‘테마가 있는 한국문화’(공저) ‘불국사와 석굴암’ 등 번역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역임 △합천박물관 학예연구사 △창원대 사학과 강사


    글=이학수 기자 leehs@knnews.co.kr

    사진=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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